▲박물관 입구 천장으로 솟아올라 동심을 자극하는 '잭과 콩나무'
국내 첫 유리 조형예술 테마파크지난해 10월 한경면 저지에 개관"청정 제주를 유리메카로 만들자"
신데렐라의 유리 구두에 대한 환상 때문일까. 유리는 종종 낭만을 퍼뜨린다. 투명하고 반짝이는 그것들은 꿈꾸는 자들을 몽환적 세계로 이끈다. 뱅그르 돌아가는 일상을 떠난 자리에 '제주 유리의 성'이 있다. 지난해 10월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에 문을 연 박물관이다. 세상의 모든 빛깔을 칠한 듯한 유리보석 장식 외벽과 처음 맞닥뜨리는 그곳은 '국내 최초 유리조형 체험 테마파크'다.
유리하면 속이 훤히 비치는 속성만 생각하기 쉽다. 제주 유리의 성은 그같은 평이함을 넘어선다. 유리로 빚어낼 수 있는 갖가지 풍경을 펼쳐놓고 있다.
박물관 천장으로 솟아오른 잭과 콩나무, 세찬 물줄기를 맞으며 강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떼, 별자리가 촘촘히 박혀 우주를 유영하는 듯한 거울방, 유럽의 어느 시골을 스테인글라스로 옮겨놓은 유리마을, 수천장의 볼록거울로 채워진 유리 호수, 유리로 만든 바이올린과 만돌린, 앞다퉈 피어난 유리꽃, 유리공예 명장인 이탈리아의 피노 시뇨레토가 만든 세계최대의 유리공, 오랜 비밀을 품은 듯한 유리 피라미드…. 제주색을 담은 전시품도 있다. 거무튀튀한 제주돌과 어울려 있는 유리 돌담길, 투명한 돌하르방, 유리 정낭, 유리 감귤나무 등을 설치해놓았다.
▲유리로 만든 '투명 돌하르방'.
실내외에 흩어진 유리 조형물은 휘황하다. 디카를 든 20~30대 관람객들은 한시도 카메라를 손에서 놓지 않는다. 인터넷 블로그에 떠다니는 '제주 유리의 성' 사진들은 때로 사이버 공간을 통해 네티즌들의 입소문을 타고 그들을 박물관으로 끌어들인다.
처음엔 '유리 미로'를 조성할 생각이었다. 한국유리조형연구소의 자문을 얻어 전시 계획을 구체화하는 동안 지금의 박물관이 만들어졌다. 관람객수는 개관 이래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제주 유리의 성' 유사품이 나돌아 '짝퉁주의보'를 내릴 만큼 박물관에 쏠리는 관심이 많다. 유리공예 체험관, 기념품 판매점도 덩달아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박물관측은 올해 연 관람객 목표를 70만명으로 정했다.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른 박물관보다 비싼 9000원의 입장료(제주도민은 할인)를 낸 관광객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전시물 교체 등 시설을 중단없이 보완해야 한다. 실내 전시나 조명을 켠 야간시간에 더 빛나는 조형물임을 알면서도 현실적인 여건 때문에 야외에 놓인 작품들이 있다. 유리 공예의 '품격'을 어떻게 차별화해서 관객에 전달할 것인지의 과제도 남는다.
강신보 대표이사는 "현재로선 유리 공예의 예술성보다 흥미에 초점을 맞춘 게 사실이지만 내공이 쌓이면 '제주 유리의 성'을 매개로 제주를 유리 조형예술의 메카로 만드는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제주 유리의 성'은 이탈리아 무라노섬과 같은 곳을 꿈꾼다. 유리 공예가의 작업실이 모여있어서 창작, 전시, 체험 등이 함께 이루어지는 곳이다. 강 대표는 "맑고 투명한 유리는 청정 제주 이미지와 들어맞는다"면서 "강원도 어느 도시가 현재 유리 브랜드에 공을 들이고 있는데 테마 박물관을 갖춘 제주도에서 그 일이 먼저 시작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www.jejuglasscastle.com. 772-77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