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기행]억새꽃 향연
출렁이는 은빛 억새 물결이 유혹하네!
  • 입력 : 2009. 09.26(토) 00:00
  • 문미숙 기자 msmoon@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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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가을은 중산간 곳곳을 은빛으로 수놓는 억새물결과 함께 깊어가고 있다. 사진은 광활한 억새군락이 장관을 이루며 관광객과 도민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조천읍 교래리 산굼부리 억새밭. /사진=이승철기자

산굼부리 분화구·중산간 들녘 곳곳

발길닿는 곳마다 앞다퉈 억새 장관



살랑대는 가을바람이 코끝을 간지럽히는 계절, 제주의 바람이 지나가는 자리엔 은빛 물결이 일렁인다.

억새가 지천으로 피어나는 제주의 가을은 찬란하기까지 하다.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 면 한라산을 가로지르는 중산간 도로변, 불쑥불쑥 솟은 야트막하고 완만한 오름자락에 끝없이 펼쳐지는 억새물결에 잠시 정신을 잃을 지경이다.

가을로 막 접어들면서 시작된 억새의 향연은 계절이 옷을 갈아입을 때까지 이어진다. 척박한 땅에서도 꿋꿋하게 튼실한 꽃대를 키우고 가을의 초입에서 꽃을 피워내기 시작한 억새는 단풍이 물들고, 낙엽이 지고 계절이 겨울의 문턱으로 다다를 때까지 오래도록 우리곁에 머물며 억새천국을 빚어낸다.

빛깔이 화려하지도, 짙은 향기도 없는 소박한 풀이지만 바람많은 섬 제주에서 가을바람이 부는대로 몸을 맡겨 은빛 물결로 일렁이는 억새가 주는 감동은 그 무엇에 못지 않다.

맑은 날이면 푸르디 푸른 하늘빛과 대비되는 은빛 억새물결이 눈부시고, 흐리거나 안개가 자욱한 날이면 신비로운 기운마저 감돈다. 해질 무렵 석양빛이 번지며 은빛에서 붉은 빛으로 변신하는 풍경 역시 그만이다.

이맘때 제주에서 발길 닿는 곳마다 지천인 것이 억새꽃이지만 유명한 군락지로 손꼽히는 곳들이 있다.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산굼부리 분화구와 삼다수 생수공장 일대, 남조로변 등이다.

조천읍 교래리에 위치한 해발 437m의 산굼부리는 거대한 분화구를 보기 위해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명소인데, 가을이면 억새를 보기 위해 도민들도 가세한다. 천연기념물로 보호되고 있는 보기드문 마르형 분화구로 바깥 둘레 약 2700m에 넓이가 30만㎡에 이르는 초대형 굼부리 일대가 온통 억새물결로 마치 은빛 융단을 펼쳐놓은 듯하다.

그 억새 사이사이로 산책로가 잘 만들어져 있어 관광객과 도민들이 억새에 파묻혀 걸으며 그 감동을 카메라에 담아내곤 한다.

조천읍 교래리 삼다수공장 앞 15만여㎡를 하얗게 물들이는 억새밭은 멀리 한라산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제주시에서 제1횡단도로를 타고 가다 교래리로 진입하면 만날 수 있는 남조로길도 억새가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곳이다. 또 구좌읍 대천동 사거리를 지나 송당방면으로 가면 만나는 용눈이오름의 억새군락도 일품이다.

지난해 억새꽃축제가 열렸던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 새별오름과 제주시에서 한라산 어리목 입구와 신비의 도로를 지나는 1100도로 일대, 제주시에서 평화로를 지나 핀크스 골프장으로 진입하는 제2산록도로 일대도 억새의 향연을 만끽하기에 빼놓을 수 없는 곳 가운데 하나다.

사람의 키를 훌쩍 뛰어넘는 억새밭 속을 헤집고 억새와 하나가 되노라면 복잡한 일상도 잠시나마 저만치다. 한아름 억새꽃을 꺾어다가 커다란 화병에 꽂아두면 한동안은 가까이서 깊어가는 가을을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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