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선희기자의 문화현장]도립박물관부터 변하자

[진선희기자의 문화현장]도립박물관부터 변하자
  • 입력 : 2009. 10.06(화) 00:00
  • 진선희 기자 jin@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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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에 걸친 박물관 순례
사회교육 등 긍정적 변화
'공립'다운 기능과 역할을


제주지역 박물관을 돌아봤다. 2006년 박물관 순례에 이어 두번째다. 3년전에는 16곳을, 올해는 20곳을 찾았다. 이달초 두번에 걸친 순례를 마무리지었다.

10월 현재 도내 등록박물관은 48곳에 이른다. 자료관, 전시관, 교육관, 기념관 등 유사한 기능을 가진 시설까지 합치면 80군데가 넘을 것이다. 3년새 박물관의 얼굴은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소장품 전시만이 아니라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관람객들과 만나고 있는 점이 눈에 띄었다.

2006년 취재 당시 박물관 사회교육은 몇몇 공간에 머물렀다. 지금은 크게 늘었다. 붙박이처럼 놓여있는 박물관 전시품을 보기 위해 두번 발길을 돌리는 이들은 드물지만 사회교육 프로그램에 따라 재방문하는 관객들은 그보다 많다. 손으로 빚고 몸을 움직이며 '유물'을 살아있는 것으로 만드는 교육을 실시하는 공간을 적지 않게 봤다.

테마도 갖가지다. 제주 자연과 민속을 녹여낸 것은 물론이고 도깨비, 자동차, 나비, 유리, 성(性) 등 폭넓게 분포한다. 더러 비슷한 테마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들어선 곳도 있지만 여전히 '국내 최초 000 박물관'이란 수식어를 달고 싶어하는 운영 주체들이 있다. 그것이 수많은 콘텐츠속에서 박물관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조건중 하나라고 보기 때문일 게다.

변하지 않은 것도 있다. 사립박물관의 학예사 배치, 기획전시 등은 아직도 멀게만 느껴지는 과제였다. 부실한 콘텐츠를 두고 혹자는 '박물관의 희화화'를 걱정했다. 관람객들의 눈은 자꾸 높아져가는데 몇몇 박물관은 아직도 만물상 같은 전시나 맥락없는 소장품을 보여주는 것에 그치고 있다는 우려였다.

도립박물관들이 먼저 달라져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해 도립박물관을 꾸려가는 제주도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거다. 공립박물관이 제주를 대표하는 박물관으로 인상적인 공간을 연출하는 일을 궁리해야 하는데 입장객수에 따라 운영의 성패가 갈리는 것으로 여겨지는 게 현실 아닌가.

공립박물관은 그 다운 책임이 있다. '박물관 및 미술관진흥법'을 들여다보면 공립박물관은 사립박물관과 경쟁하는게 아니라 지역문화 발전을 이끌고 주민의 문화향유권을 키우는 곳이다. 공립박물관이 제 길을 가야 사립박물관의 다양성도 빛난다.

도내 공사립박물관이 참여한 제주도박물관협의회 회원수는 34곳. 이들은 박물관 이정표를 반듯하게 정비하고, 사회교육이 확산되었으면 하지만 지자체의 지원은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고 말한다. 제주섬 박물관이 또다른 문화자산으로 거듭날 수 있는데도 그 가능성이 닫혀있는 것 같다고 했다.

올해는 한국박물관 개관 100주년이 되는 해. 숱한 박물관이 모여있는 제주에서 새로운 100주년을 열어갈 꿈을 꾸는 것은 허황된 바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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