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선희기자의 문화현장]마음에 꽃 한송이 피우길

[진선희기자의 문화현장]마음에 꽃 한송이 피우길
  • 입력 : 2009. 12.29(화) 00:00
  • 진선희 기자 jin@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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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 문화향수 실태조사
문화활동 비율 소폭 증가
예술교육으로 변화 유도


분홍색 티셔츠를 입은 아이부터 어른까지 무대를 쉴새없이 누볐다. 한글을 제대로 익히지 못한 80대 노인도 배우가 되어 있었다. "한번 더 갑시다." 연출자의 말이 떨어지자 다시 대사가 시작되고 움직임이 이어졌다.

지난달 서울 중랑구청 공연장을 찾은 적이 있다. 문화예술교육 현장을 둘러보기 위해서다. 대부분 처음 무대에 오른 지역 주민들은 긴장속에 리허설을 펼치고 있었다. 막바지 연습중에 배우와 스태프가 잠시 숨을 돌린 사이, 어느 출연자를 만났다. 일흔넷의 할머니였다. 연극 작업에 참여한 소감이 어떠냐고 물었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마음속에 꽃 한송이가 숨어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2009년 제주 문화계는 하루하루 변하는 날씨만큼 다양한 일들이 있었다. 공연장에서, 전시실에서 많은 예술인들을 만났고 관람객들과 마주쳤다. 어느 해라고 다를까 싶지만, 한 해가 저물어가는 즈음엔 지나온 1년이 늘 뜻깊어진다.

최근 예총제주시지부가 내놓은 '2009제주지역 문화향수실태 기초조사'나 제주발전연구원이 실시한 '제주도민의 문화의식 및 문화생활 실태조사'를 보면 공연이나 전시 등 문화예술활동을 경험한 응답자는 10% 미만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도민 문화향수실태 기초조사를 수년째 진행하고 있는 예총제주시지부의 조사에서는 의미있는 변화가 읽힌다. '예술 행사 관람' 비율이 2006년 2.2%에서 3년이 흐른 뒤인 2009년 7.2%로 증가했다는 점이다. 주말과 휴일엔 그 비율이 9.8%에 이른다.

이는 문화예술활동에 대한 도민의 관심이 늘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문화예술활동 항목에 영화 관람이 포함되어 있긴 하지만 공연장이나 전시실로 발길을 돌리는 이들도 꾸준하다.

제주는 다른 지역에 비해 적지않은 문화공간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6월 제주도립미술관 시대가 열렸다. 설문대여성문화센터가 내년 1월 문을 열고, 제주아트센터(한라문화예술회관)도 2010년 상반기에 개관할 채비를 하고 있다. 서귀포에는 머지않아 서귀포종합문예회관이 들어선다. 뿐인가. 공사립박물관, 갤러리, 공공도서관, 문화의 집 등 문화시설이 2백군데를 웃돈다.

문화공간이 생기면 어떻든 지역 문화에 긍정적 기여를 한다. 문화예술활동 경험자가 늘고 있는 것도 그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이런 현실에서 예술교육을 통해 제주지역 문화공간을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문화공간의 전문성은 대표 등 몇몇에 의해 좌우되는 게 아니라 그것이 향후 지역 주민, 관람객에게 미칠 영향력까지 염두에 둔 기획 프로그램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에서 예술교육에 방점을 찍어야 할 듯 싶다.

예술교육은 지역의 예술가를 활용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문화공간은 지역 예술가와 연계한 예술교육을 풀어놓을 수 있는 좋은 장소다. 그곳에서 '마음에 피어난 꽃 한송이'를 발견할 수 있는 관객이 생겨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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