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선희기자의 문화현장]창작스튜디오가 빠진 전시실

[진선희기자의 문화현장]창작스튜디오가 빠진 전시실
  • 입력 : 2010. 01.12(화) 00:00
  • 진선희 기자 jin@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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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 대관전으로 한해 가동
1년 한차례 입주 작가 전시
주객이 바뀐 전시공간 운영


올렛길을 걷는 사람들은 일찌감치 길을 나선 모습이었다. 이즈음 서귀포를 찾을 때마다 흔하게 보는 풍경이다. 지난 10일 이중섭거리도 예외가 아니었다. 제주올레 6코스로 알려지면서 트레킹 차림의 도민이나 관광객과 쉽게 마주친다. 쇠소깍을 출발해 보목항구-소정방폭포- 서귀포초등학교-이중섭 거주지-솔동산 사거리-천지연폭포 생태공원-삼매봉-외돌개로 이어지는 길이 바로 6코스다.

그 길에 문화공간이 적지 않다. 이중섭거리에 들어선 몇몇 시설이 대표적이다. 이중섭미술관, 갤러리카페 미루나무, 이중섭미술관 창작스튜디오 등이 있다.

서귀포시는 기회있을 때마다 이중섭거리를 활성화하겠다고 말한다. 근래엔 야간 볼거리로 12억원을 들여 LED가로등 설치 등을 진행하고 있다. 형형색색 가로등을 둘러싼 논란을 떠나 서귀포시가 눈에 보이는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으로 이중섭거리를 바꿔보려는 것은 아닌가 여겨진다. 그보다 기왕 생겨난 문화공간을 보듬는 일이 우선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중섭미술관 창작스튜디오 전시실이 한 예다. 지난해부터 가동한 창작스튜디오 입구에 만들어진 공간이다. 서귀포시는 이 공간을 무료로 빌려준다. 작가나 단체에게 좀 더 많은 전시 기회를 제공하려는 지자체의 뜻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기획전 없이 대관전으로 한 해를 채우는 전시실 운영은 개선되어야 한다.

2007년 3월 개관한 청주시의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이곳에선 기획전만으로 전시실을 꾸린다. 그중 대표적인 전시가 창작스튜디오 입주 작가들의 작품을 발표하고 관람객과 소통하는 릴레이전이다. 입주 조건으로 작가들이 창작스튜디오에 머무는 동안 제작한 작품을 일정한 시기에 1명씩 선보일 수 있도록 제시한 결과다.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는 일년의 절반쯤은 입주작가전으로 채우고 나머지 일정은 갤러리와 연계한 전시 등을 기획하고 있었다.

이중섭미술관 창작스튜디오는 그런 점에서 지나치게 소극적이다. 매년 한차례 단체전 형식으로 입주 작가전을 기획한 게 전부다. 장르의 특성을 따져야겠지만 적어도 창작스튜디오를 이용하는 동안 거둔 성과물을 번갈아 내보임으로써 창작 분위기를 돋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중섭미술관 창작스튜디오 전시실이 지닌 한계는 있다. 짜투리 공간을 활용하듯 꾸며놓은 전시실이란 인상을 지울 수 없지만 창작스튜디오와 걸음을 맞춰 다양한 사업을 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전시실을 무료 대관 단체나 개인에게 맡길 게 아니라 이중섭거리로 유인하는 프로그램이 펼쳐지는 공간으로 변해야 한다. 건물을 얼마나 화려하게 짓느냐 보다 그 공간을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문화시설의 성패가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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