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선희기자의 문화현장]'제주어사전' 증보판 이후

[진선희기자의 문화현장]'제주어사전' 증보판 이후
  • 입력 : 2010. 01.19(화) 00:00
  • 진선희 기자 jin@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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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어 정책 새 출발점으로
제주도 전역 대상 조사 시급
인터넷 제주어 사용 환경도


'제주어사전'을 들춰볼 일이 많아졌다. 제주어를 쓰는 여러 행사나 단체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거리 간판만 보더라도 제주어를 상호로 붙여놓은 곳이 예전보다 눈에 띈다. 몇년새 달라진 '풍속도'다.

지난 연말 주홍빛 표지의 '제주어사전' 개정증보판이 나왔다. 1995년 발간된 황토빛 '제주어사전'에 어지간히 손때가 묻어있던 터에 7000개 어휘가 더해진 증보판을 받아본 즐거움이 컸다. 전국에서 지역어 사전을 제작한 곳이 드문데다 증보판을 만든 사례는 더 희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어사전'증보판은 제주어의 위상이 새삼 달라졌음을 짐작하게 했다.

'아래아'로 대표되는 제주어는 남다른 대목이 많다. 얼마전 출간된 '해녀 어부 민속주'의 후일담을 들어보니 다른 지역 '민족생활어' 단행본 발간보다 품을 많이 들였다고 한다. 일부 어휘를 괄호쳐서 표준어로 풀어쓴 여느 지역어에 비해 제주어 조사 내용은 독자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구술자료의 문장을 하나하나 표준어로 대역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책 분량이 두툼해진 탓에 판매가격도 더 높게 매겨졌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수행할 제주어발전 5개년 계획을 세운 제주특별자치도가 십수년만에 '제주어사전'을 깁고보태 펴냈지만 그것에 덧붙여 해야 할 일이 남아있는 것 같다. '제주어사전'은 완결판이 아니라 제주어조례 제정 이후의 제주어 정책을 힘있게 펴나가는 출발점으로 봐야 할 것이다.

제주어 연구자들에 따르면 제주도 전역을 대상으로 체계적인 제주어 조사를 벌이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증보판 제작 과정에도 예산 확보가 어려워 실제 조사·집필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짧았다. 제주어를 일상에서 사용하는 연령을 고려할 때 제주어 채록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아직도 사전에 못담은 제주어가 적지 않다.

국립국어원 홈페이지의 표준국어대사전 검색창처럼 '온라인 제주어사전'을 이용할 수 있는 장치도 필요하다. 비매품으로 발간된 '제주어사전'을 소장하지 못할 경우 제주어의 뜻풀이, 표기법 등을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제주도가 나서서 인터넷에서 '아래아'를 쓸 수 있는 환경을 갖춰야 한다.

제주어의 중요성을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하는 것은 그저 '우리 것'에 대한 고집이 아니다. 제주어 같은 지역어가 살아남을 때 지역의 문화가 제 가치를 드러내고 그것이 한국문화의 다양성을 빚어낸다. 멸종위기에 놓인 물고기, 곤충, 식물 등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처럼 오랜기간 그 지역의 사람들과 함께 해온 언어의 소멸에도 눈길을 돌려야 한다. 표준어와 지역어가 공존할 때 한국문화의 폭과 깊이도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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