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시대](4)-①제주 용천수 실태

[물의 시대](4)-①제주 용천수 실태
'한국의 명수 100선' 선정 불구 일부 용천수 관리 '엉망'
  • 입력 : 2010. 04.01(목) 00:00
  • 최태경 기자 tkchoi@hallailbo.co.kr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제주 물의 역사는 물론 문화적으로도 가치가 높은 제주 용천수가 최근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그 관리 실태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제주시 애월의 하물(사진)은 잘 정비됐지만 관리 상태는 엉망이다. /사진=강경민기자

외도 수정밧물·애월 하물 생활쓰레기 뒤범벅
원형 보전하며 주변 환경 정비·관리 시급

1987년 한국자연보호협회 등은 공동으로 '한국 명수 100선'을 조사·선정했다.

이는 전국의 '맑고 맛있는 물'을 더 늦기 전에 찾아내 후손들에게 전해주기 위한 작업으로, 원류·계곡 44곳, 샘(용천수) 46곳, 호소(湖沼)·연못 10곳 등이 선정됐다.

제주지역에서는 이 명수 100선에 원류·계곡으로 제주시 도두동 오래물을 비롯해 서귀포시 색달동의 천제연, 상효동의 돈내코, 용천수로는 제주시 건입동의 금산물, 외도동의 수정사지, 서귀포시 서홍동의 지장샘, 애월읍의 하물 등 모두 8곳이 선정됐다.

하지만 전국에서 물이 좋다기로 소문난 이들 명수. 20여년이 흐른 지금 어떠한 상태로 놓여 있을까.

▶관리 엉망=제주시 외도동의 수정밧물은 외도수원지에서 남서쪽으로 50m 상류부에 위치하고 있다. 정확한 용출지점은 확인할 수 없지만, 지금은 용천수를 이용해 주변을 정리하고 수변환경을 조성해 공원이 조성됐다. 어린이들뿐 아니라 지역주민들의 쉼터가 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관리는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최근 현장을 찾은 결과 전체적인 주변환경은 공원으로서 그리 나쁘지 않은 느낌이 들었지만, 용천수를 활용해 만든 연못의 경우 생활쓰레기들이 바닥에 고스란히 가라앉아 있었다. 이곳이 한국의 대표적인 명수로 손꼽혔으며, 고려시대 3대 비보 사찰인 수정사지와의 연관성 등 그 역사를 알 만한 것들은 전혀 없었다. 단지 공원 내에 형식적으로 만들어놓은 연못에 불과한 느낌이었다.

제주시 애월읍 애월리 마을 중심지에 위치한 하물은 애초부터 이 마을 생성의 시초였고, 꾸준히 이 마을을 지켜온 원천이라 할 수 있다. 하물은 바위틈에서 용출하는 용천수로 그 양이 풍부하고 수질이 좋아 상수도가 보급되기 이전에는 애월주민들의 식수로 이용됐다.

하물은 마을 정보를 서로 교환하는 장소로, 특히 동네 경조사 발생시 '물부조'라고 해서 한 집에서 한 허벅씩 물을 길어다 주고 부조를 대신했을 만큼 마을의 인정을 넘치게 했던 인정의 샘터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이에 마을 주민들은 맑고 깨끗한 용천수를 후손에게 물려주기 위해 하물주변을 공원지구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보건소가 들어서고 매립되는 과정에서 볼품없이 변해버리자 주민들은 1981년 하물 주변을 정비해 하물공원으로 지정해 이용해 오고 있다.

하지만 최근 현장을 찾은 결과 외형적인 정비는 잘됐다는 평을 받을 수 있을 진 몰라도 관리상태는 엉망이었다. 하물에 들어서는 입구의 입간판을 통해 '대한민국 명수 100선'이라고 홍보해 놓고 공원보존지구로 지정 관리함을 나타내고 있었다. 그에 따라 여름철 목욕, 어린이 물놀이 이외의 다른 행위는 엄격하게 금한다는 내용도 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용천수 관리 상태는 엉망이었다. 다량의 생활쓰레기들이 물 위에 떠다니고 있을 뿐 아니라 관리를 안한 탓인지 물속 이끼들이 많아 보는 이로 하여금 인상을 찌푸리게 했다. 하물이 갖고 있는 가치와 의미를 생각해 볼 때 체계적인 관리가 아쉬운 대목이다.

▲제주시 외도동의 수정밧물 모습

▶2% 아쉬움=하지만 이와 달리 정비가 잘 돼 관리 및 보존을 잘하고 있는 곳도 있다.

서귀포시 서홍동 주공아파트 뒤쪽에 있는 지장샘 또한 한국의 명수 100선으로 선정된 용천수다. 현재 용천수 주변을 새롭게 정비해 농업용수와 주민들의 빨래터로 이용하고 있다. 옛 모습의 자취는 찾아볼 수 없어 아쉽긴 하지만 그나마 용천수 입구에 명성과 역사를 기록한 안내판이 있어 그 유명세를 짐작할 수 있다. 또한 돌담을 활용해 제주의 원풍경에 가까이 정비해 현대식으로 정비해 부조화를 이루는 다른 용천수 정비 현장과는 느낌이 달랐다.

특히 서홍동청년회가 건립한 이 안내 표지석에는 지장샘에 대한 유래를 잘 기술해 놓고 있다.

또한 제주시 건입동의 금산물의 경우도 주민들이 직접 금산수원지에 금산유허비문을 세워 과거의 자취를 전해주고 있으며, 아래쪽에서는 아직도 흘러나오고 있는 용천수를 활용해 빨래터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명수 100선으로서의 금산물의 위상에는 한참 못미치는 모습이다.

▲서귀포시 서홍동에 위치한 지장샘물은 한국의 명수 100선에 선정된 것 외에도 역사·문화적으로도 가치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금은 잘 정비돼 있다. /사진=강경민기자

▶체계적 관리 시급=최근 이러한 용천수를 활용해 관광과 연계한 산물여행 프로젝트가 추진중인가 하면 용천수를 중동에 수출하려는 산업화 방안도 추진중이다. 또 수량이 풍부하고 수질이 양호한 용천수 중 역사성이나 전설·설화 등을 갖는 용천수를 선정해 스토리텔링 작업을 거쳐 명수탐방 코스를 만들자는 아이디어도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더 늦기 전에 제주의 물이용과 관련된 물 문화를 새롭게 조명하고 체계적으로 정리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용천수를 활용하는 것만큼 보존과 관리도 시급하다는 지적도 함께 나오는 이유다. 용천수의 원형을 보전하면서 주변환경을 정비하고, 용천수에 대한 현황 및 역사성, 이용내력 등에 대한 안내문을 설치함으로써 용천수 및 물문화에 대한 홍보와 휴식공간화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주문하고 있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6738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