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마을명소]삼양동/올레 걷기 코스

[우리마을명소]삼양동/올레 걷기 코스
봄 시샘하는 꽃샘추위 뚫고 올레길 돌아 山寺에 들다
  • 입력 : 2010. 04.17(토) 00:00
  • 백금탁 기자 gtbaik@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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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양3동 포구에서 바라본 원당봉 전경. 마치 한마리 거북이 바다로 들어가는 형상이다. /사진=강희만기자

바다·오름·선사유적·불탑사 5층 석탑 등 볼거리 풍성
주민들 만든 7km구간… 탐방길 돌다보면 마음도 차분


잔인한 4월, 꽃샘추위가 봄기운을 시샘한다. 그래도 어김없이 이맘 때면 피어나는 소담스런 야생화들이 객을 반긴다. 간간이 만나는 벚꽃도 지난 겨울 추위를 많이 탄 듯 새색시의 볼처럼 붉다.

100번 시내버스의 종점. 삼양1동 원당봉 입구를 시작으로 올레길을 걸었다. 지난해 9월 주민들이 직접 탐방길을 정비했단다. 다만, 이정표가 없는 게 흠이다. 걷다보면 길은 이어지는 법. 무작정 느낌대로 발을 옮겼다. 그리고 되도록이면 천천히 걷기로 맘을 먹는다. 첫번째 종착역인 불탑사를 찾기 위한 길이다. 산사에 들를 양으로 마음을 차분하게 내리는 수행인 셈이다.

원당봉으로 오르는 길 바로 밑으로 난 시멘트길을 걷는다. 차량 한대가 겨우 지날 수 있는 좁다란 길, 그래서 운치 있다. 도난 복숭아가 부끄러운듯 연분홍 꽃을 피웠다. 같은 키로 잘자란 보리도 바람에 살랑인다. 봄나물을 대표하는 냉이며 쑥도 여기저기 보인다. 언덕길 밑으로 펼쳐진 바다와 사라봉도 한눈에 들어온다. 파밭에서 김을 매는 할머니와 그 옆 대파밭에서는 농부들의 수확이 한창이다. 돌담을 쌓는 할아버지도 보인다. 정겨운 풍경들이다.

길을 걷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잘 알려지지 않은 탓인 듯 싶다. 길가에 클로버들이 풍성하다. 잠시 길을 쉴 양으로 네잎클로버를 찾는다. 허탕이다. 모시가 대지를 뚫고 올랐다. 옛적 어머니를 따라 나섰던 밭에서 꺾어먹던 찔레꽃 새순 - '똑꼬리'라 불렀다 -도 정겹다. 고추모종을 심는 아낙의 손길도 분주하다. 밭 돌담 밑에는 별꽃이 별처럼 피었다. 토끼풀이라고 부르는 살갈퀴와 자주괴불주머니, 괭이밥…… 등등 몇개를 빼곤 이름을 모르는 야생화가 지천이다. 식물도감이라도 한 권 들고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보물 제1187호인 불탑사 5층석탑.

한시간 남짓 걸었다. 불탑사와 원당사의 가운데 서 있다. 산사에 들었다. 찰라, 시원한 한줄기 바람이 파르라니 연초록 단풍나뭇잎에 머문다.

보물 제1187호인 불탑사 오층석탑. 고려 충렬왕 26년(1300)에 원나라 기황후가 아들이 없어 '삼첩칠봉'(三疊七峰)인 원당봉에 석탑을 만들었다고 한다. 원당봉 역시 원나라의 당이 세워졌던 곳이라는 의미다. 원당봉에만 문강사까지 3개의 절이 있다는 것이 바로 성지임을 깨닫는다. 오층석탑을 탑돌이하고 돌아선다.

절문을 나서며 마음이 더 차분해진다. 길 따라 원당봉 정상에 오른다. 얼마 없으면 피어날 연꽃이 피어날 '굼부리'도 인상 깊다. 팍팍한 다리를 두드리면서 올라간 정상, 몇해전 일출을 보러왔던 기억이 새롭다. 봉수대가 있던 자리에서 바라본 제주시내 전경도 호연지기를 느끼기엔 부족함이 없다.

오름을 내려온다. 쑥을 캐는 할머니와 운동을 나온 부부가 반갑다. 예전 그리 흔했던 질경이풀도 정겹다.

발길은 삼양1동 포구로 향했다. 빨간 등대를 만나고 용천수에서 얼굴도 씻을 참이다. 아쉽게 밀물이라 손을 씻는데 만족해야 했다.

수십년전에 마을사람들이 만든 선창. 그 위로 세월이 머문다. 이를 뒤로 하고 해안산책로를 따라 검은모래를 밟는다. 사르륵 거리는 소리가 밟힌다. 누군가 모래밭에 남긴 글귀도 파도에 씻긴다. 4월은 잔인하지 않았다. 마음에도 들녘에도 야생화가 피어난다.

역사·문화·천혜자연 한데 어우러진 올레

삼양3동 환해장성~삼양3동 포구~검은모래해변~샛도리물~삼양1동 포구~원당봉~불탑사 5층석탑~삼양선사유적지(국가지정문화재 사적 제416호)코스. <사진>

삼양주민과 삼양동주민센터가 지난해 9월 7km 구간의 올레길 걷기코스를 만들었다. 전국적으로 올레길 걷기가 열풍이다. 지난해 첫 정비를 마치고 주민과 다문화가정 가족들이 탐방에 나섰다.

험하지 않고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게 올레길의 장점이다. 역사와 문화, 자연이 한데 어우러진 곳으로 학습체험장으로도 그만이다.

고유지명을 알고 올레길을 걷는 것도 좋다. 삼양1동은 호미모양을 하고 있다는 의미로 '서흘포'(鋤屹浦)나 '설개'라 부른다. 단물이 솟아나는 용천수와 남녀 야외 목욕탕도 여름이면 인기가 절정에 이른다.

삼양2동은 단물이 많이 난다고 해서 '감물개' '가물개' '감흘개'(甘水村)다. 삼양3동은 바다에 접해 파도소리가 파도를 가르는 듯하다고 하여 '벌랑'(伐浪), 일명 '버렁', '사근여'라 한다. 도련1동은 예로부터 오곡이 풍성하고 평온해 인근 주민들이 '도련드르'라고 불렀다. 도련2동은 마을 모양이 매화와 같다고 해서 '매촌'(梅村)이나 '맨촌'이라 했다. '도련'(道連)은 도로가 사통팔달로 이어진 교통요지라는 의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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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4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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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꾼 2010.04.21 (15:54:01)삭제
마을 자체의 올레가 삼양동이 처음도 아닙니다 올레를 걷다보면 이미 자체로 정해 놓은 마을 올레가 많습니다 ...... 중문관광단지에 표시해놓은 올레도 사단법인제주올레의 코스와는 다른 코스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길을 잘못 들어 헤맨 경험이 있습니다 ....... 이렇게 올레를 특정단체가 독점하는 것도 문제지만 누구나 올레라고 해서 혼동을 야기하는 것도 문제일 것 같습니다 ....... 그래서 제안합니다 ....... 사단법인제주올레에서 지정하는 제주 전역의 코스 올레는 "제주 올레"라고 하고 그밖의 마을별 자체적인 올레는 "우리 동네 올레" 혹은 "우리 마을 올레" 라고 구별해서 쓰면 어떨지요
안짝퉁 2010.04.21 (08:43:35)삭제
나이키-너이키 나훈아-너훈아 조용필-조영팔 . . . 명품이나 진품을 흉내내서 무임승차하는 거 얌체짓이지 뭐 상품이나 연예계에선 애교라고 봐주지만 행정에서 그러면 안돼지 관광객들이 여기저기 올레코스가 있던데라고 헷갈리기 시작하면 올레길 열기가 사그러지는 거죠 그러면 제주로 오던 관광객이 다른데로 갈겁니다 질서는 아름다운 것입니다 권력화 운운...은 시샘하는 말인 듯한데 그리고 올레길의 핵심철학을 아무거나 갖다부치면 곤란하고 자기 동네에 대한 자부심이 그 핵심은 아니죠
도민 2010.04.21 (00:25:36)삭제
사는 지역에 대해 자부심을 갖는것이야말로 올레길의 핵심 철학이라고 생각합니다. 삼양동 매우 매력적인 동네죠. 올레길 질서라는 하시는데 그 '질서'의 의미가 뭔지 궁금하군요. 잊으셨는가본데, 원래 올레는 늘 사용하던 단어입니다. 참 권력적으로 변했군요. 매우 씁쓸..
생각해봐 2010.04.19 (11:27:16)삭제
올레길이라고 하지 말던지 잘나가는 올레길에 소금뿌리는 격아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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