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좋다]사려니숲길 걷기

[주말이좋다]사려니숲길 걷기
초록의 사려니 숲에서 잠시 분주한 일상을 잊다
  • 입력 : 2010. 06.12(토) 00:00
  • 문미숙 기자 msmoon@hallailbo.co.kr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초록의 사려니 숲길이 12일 개막하는 숲길 걷기대회를 통해 도심생활에 지친 이들을 맞이한다. 사진은 상공에서 바라본 사려니 숲길 일대. /사진=한라일보 DB

수목이 내뿜는 피톤치드에 도심생활의 고단함 훌훌
물찻오름 입구 송이길도 새단장해 탐방객 맞이 준비


아득한 옛날 제주 들녘을 호령하던
테우리들과 사농바치들이
숲길을 걸었습니다.
그 길을 화전민들과 숯을 굽는 사람
그리고 표고버섯을 따는 사람들이
걸었습니다.
한라산 맑은 물도 걸었고
노루, 오소리도 걸었고
휘파람새도 걸었습니다.
그 길을 아이들도 걸어가고
어른들도 걸어갑니다.
졸참나무도 서어나무도
함께 걸어갑니다
우리는 그 길을
사려니 숲길이라 부르며 걸어갑니다


연두빛이 번지는가 싶던 한라산 자락의 사려니 숲길은 어느새 초록세상이다. 일상의 휴식을 넘어 제주의 새로운 산림문화체험장으로 우리들에게 특별하게 다가온 '사려니 숲길 걷기'가 오늘 개막한다.

지난해 5월 첫선을 보인 숲길걷기를 통해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숲은 도민과 국내 관광객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입소문을 타고 알려지며 '명품 숲'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신성한 곳'이란 의미를 담고 있는 사려니 숲길은 제주시 봉개동 절물오름 남쪽 비자림로 물찻오름 입구에서 출발해 물찻오름을 지나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리 사려니오름까지 이어지는 약 16㎞의 숲길이다.

한라산 자락 해발 500~600m에 위치한 완만한 지형의 숲길은 예부터 산과 함께 살아온 선인과 소나 말이 다녔던 길이다. 또 지금은 자취가 거의 사라졌지만 1980년대 중반까지 제주도내 표고버섯 생산량의 대부분을 차지할만큼 명성이 높았던 곳이었다.

그 길을 최근들어 숲가꾸기 사업과 산불 예방 등 공익적 관리의 필요성과 산림문화 체험을 통한 건강증진과 숲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공간으로 새롭게 탄생시켰다.

한라일보는 지난해 제주도산악연맹과 공동으로 '사려니 숲길 걷기'를 통해 숲길을 일반인에게 개방, 새로운 산림문화체험시대를 열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숲은 생각하게 만드는 특별한 공간으로 성큼 우리들 곁으로 오랜 친구처럼 그렇게 다가왔다.

명사들의 숲길 탐방도 이어졌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2009년 8월 제주에서 열린 제5회 세계평화포럼 참가차 제주 방문중에 한승수 국무총리와 숲길을 동반 탐방해 화제를 모았다.

또 이보다 앞서 제주에서 열린 생물보전권지역 국제조정이사회에 참석한 국내외 석학과 유네스코 관계자들이 단체로 숲길을 찾기도 했다.

사려니 숲길의 자연림은 대부분 온대낙엽활엽수로 이뤄져 있다. 단풍나무, 졸참나무, 때죽나무 등이 혼생하는데 서어나무가 발달한 숲이 분포돼 있다. 또 환경부 지정 보호종 2등급인 노루, 제주족제비, 오소리 등이 서식하고 있다.

숲길을 찾는 탐방객이 꾸준히 늘면서 제주자치도는 숲길 입구에 탐방안내소를 설치해 안내원을 배치하고, 대중교통 이용객들을 위해 물찻오름 입구에 버스정류소도 설치했다.

숲길 초입부터 약 1㎞구간은 송이길로 새단장했다. 화산송이길은 맨발로 걸으면 살균과 지압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려니 숲길을 걸어가는 곳곳엔 다양한 생태계와 산림문화, 산림욕을 체험할 수 있는 곳들이 있다. /사진=한라일보 DB



[숲길 감상 포인트] 지친 몸 다독여주는 숲, 속속들이 알고 걸어볼까

명상·암반욕·산림욕 통해 일상의 스트레스 풀어줘
'숲엔 누가 살까' 등 어린이 체험 프로그램도 선봬

숲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소음과 스트레스에 지친 현대인들이 속속 숲에 주목하고 있다.

울창한 숲에는 자동차 경적 등 소음 대신 나뭇가지가 스치는 감미로운 바람소리, 새들의 지저귐 등 자연의 소리로 가득하다. 숲은 이런 문명의 소리를 잠시나마 잊게 해주면서 소음과 스트레스로 지친 몸과 마음을 정화시켜주는 안식처이자 우리네 삶을 되돌아보고 생각하게 만드는 특별한 공간으로 다가오고 있다. 사려니 숲길을 걸어가는 곳곳엔 다양한 생태계와 산림문화, 산림욕을 체험할 수 있는 곳들이 있다.

▶숲에 ON(들머리)=비자림로 물찻오름 입구로, 숲길에서 이뤄지고 있는 프로그램의 전반적인 내용을 안내하게 된다. 나무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숲길에서 만날 수 있는 주요 수종을 목재형태로 전시하고, 표고버섯 재배과정을 엿볼 수 있는 간이표고재배장도 선보인다.

▶참꽃나무 숲·새왓내=각박한 땅이나 바위틈에서도 잘 자라는 참꽃은 초록의 숲속에서 붉은 꽃을 피워 제주도민의 불타는 의욕과 의지를 나타낸다고 해 제주를 상징하는 꽃이 되었다. 5월에 꽃이 피고 9월에 열매가 성숙한다.

들머리에서 약 1.5㎞ 떨어진 천미천계곡 지류인 새왓내에서는 사전에 예약을 받아 유치원생과 초등학생을 위해 '숲에는 누가 살까요', '비밀의 숲', '숲 백일장' 등의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기다리고 있다.

▶월든(치유와 명상의 숲)=비자림로 코스와 붉은오름 코스, 사려니오름 코스가 만나는 지점인 사려니 숲길의 중앙에 위치해 있다. 분주한 도시생활에 지쳐있는 현대인들에게 산림욕을 통해 심신의 쾌적함을 가져다주는 곳으로 자연나눔, 명상, 시낭송, 숲체조, 사려니숲 이야기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암반욕=따뜻한 바위에 드러누워 사우나와 같은 발한 작용을 얻는 요양법이 암반욕이다. 바위에서 다량으로 방사되는 원적외선과 음이온으로 발한, 신진대사를 촉진하는 새로운 입욕 방법이다. 특히 몸에 냉기가 많아 건강이 안좋은 사람은 몸속의 독소와 노폐물을 배출시켜 혈류를 좋게 함으로써 자연 치유력이 높아지게 한다.

▶더불어숲·삼나무숲=사려니오름에서 약 3㎞ 떨어진 더불어숲은 숲과 함께 해온 제주인의 산림문화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숯을 만들었던 숯가마터와 19세기 전후로 화전을 일궜던 집들의 흔적, 표고버섯 재배터 등을 만날 수 있다.

또 난대산림연구소 한남시험림에는 삼나무숲이 있다. 1930년대에 조성된 인공림으로 제주도 최고령을 자랑하는 삼나무도 만날 수 있다. 목재데크를 따라 삼나무숲을 한 바퀴 돌 수 있어 생태탐방과 산림욕 코스로 그만이다.

▶사려니오름=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리에 위치한 오름은 북동쪽 방향으로 벌어진 말굽형 분화구다. 해발 513m의 오름 생태탐방로는 나무데크가 설치돼 있고, 정상까지 오르내리는데 약 30분정도 걸린다. 오름 일대에는 붉가시나무, 감탕나무, 단풍나무, 서어나무, 굴피나무, 곰의말채, 홍지네고사리 등이 식생하고 있다.

숲속에서 이것만은 주의하세요!

사려니 숲길 완주코스에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2006년 FSC 산림경영인증을 받은 난대산림연구소 제주시험림이 있어 탐방객들의 세심한 배려가 요구된다.

숲길 주변에서 자주 발견할 수 있는 식물인 천남성은 독성이 있어 만지거나 섭취시 위험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숲길에선 산불예방을 위해 흡연이나 일체의 취사행위가 금지되므로 필요시 도시락을 준비해야 한다.

또 사려니숲길 추진위원회는 탐방객들에게 쓰레기 되가져가기 운동에 동참해 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숲길 탐방시 체력안배도 필요하다. 피곤한 상태에서 무리한 탐방에 나서지 말고 위기상황 발생시 숲길에 배치된 안전요원이나 행사 관계자에게 알려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완주코스는 4~5시간정도 걸리는 점을 고려해 어린이나 노약자 동행시엔 무리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

"자가용 대신에 대중교통 이용을"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해 주세요."

사려니숲길 추진위원회는 숲길 탐방객들에게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해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숲이라는 공간적 특성상 주차공간 확보가 어려운데다 숲 환경을 차량 소음과 공해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5·16도로 노선과 교래리길, 남조로길을 운행하는 시외버스를 이용해줄 것을 강조하고 있다.

5·16도로 노선 이용시 제주시와 서귀포시 시외버스터미널에서 10~15분 간격으로 운행되는 버스를 타고 교래 입구에서 내려 걸어서 15분이면 물찻오름 입구에 도착할 수 있다.

제주~비자림로~표선노선 버스를 이용할 경우는 50분~1시간 간격으로 운행되는 버스를 타고 비자림로 물찻오름 입구에서 내리면 된다.

제3코스인 비자림로~붉은오름 구간을 걷는 탐방객들은 제주시와 서귀포 시외버스터미널에서 20~25분 간격으로 운행되는 남조로노선(제주~남원~서귀포) 버스를 이용하면 붉은오름 입구에서 승하차가 가능하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685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