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 제시문을 읽고 논제에 답하시오
[제시문]
<가>
히포리타 : 얼마나 기묘한가, 시시아스, 이 연인들이 하는 이야기는.
시시아스 : 확실히 기묘하다. 결코 진실하다고 믿을 수 없다. 옛날이야기나 요정 이야기는 믿을 만한 것이 못된다. 연인이나 광인은 몽상에 들떠 있는 것, 공상의 세계를 만들어내고 그 결과 냉정한 이성이 미치지 못하는 것을 찾아낸다. 광인, 연인, 시인, 이들은 모두 상상을 잔뜩 집어넣고 있는 것이다. 지옥에도 다 수용할 수 없을 만큼의 악마를 보았다고 한다. 그것이 광인이라는 것, 연인도 마찬가지야. 이집트 여자의 눈썹 하나에서 헬레나의 미를 발견해 버린다. 시인의 눈도 역시 함부로 내달려 하늘에서 땅, 땅에서 하늘로 돌아다니며 상상에 맡겨서 불가사의한 것을 낳는다. 시인이 펜을 가지고서 형태를 부여하고, 공허한 것에 거처를 주고, 이름을 주는 것이다. <중략>
히포리타 : 그래도 (시인이) 하룻밤의 사건을 드러낼 즈음해서 모두의 마음이 모두 공허하게 된 모습, 공허한 몽상에 그치지 않는 것을 간직하고 있는 듯합니다. 그것은 깊은 진실에 이르는 단서일 것입니다. 그래도 정말로 불가사의하고 놀라지 않을 수 없어요.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
<나>
오래 전부터, 보이는 물질과 보이지 않는 에너지는 별개의 것으로 여겨져 왔다. 돌이나 물 같은 물질은 빛에너지나 열에너지와는 전혀 무관하게 이해되었던 것이다. 100년 전만 해도 보이는 것들이 물질이 아니라 에너지로 되어 있다고 주장하면 당장 강단(講壇)에서 쫓겨났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물질이 에너지로 되어 있음은 더 이상 미신적 공상이 아니라 과학적 사실이다. 이것은 그동안 보이는 물질세계에 관해 답습되어 온 유물론적 개념이 수정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왜냐하면 오랫동안 인간은 눈에 보이거나 손으로 만질 수 없는 것은 당연히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1905년 아인슈타인은 물질과 에너지는 동전의 양면과 같이 동일하다는 이론을 발표했다. E=mC2(c는 광속)이라는 유명한 '질량(m)과 에너지(E) 등가 원리'가 바로 그것이다. 이 법칙에 의하면 모든 물질은 특정한 양의 에너지를 내포하고 있다. 그리고 이 에너지는 물질의 종류에 관계없이 그 질량에 의해서만 결정된다. <하략><제원호의 '물질이 갖는 비물질성'>
<다>
지도는 우리가 사는 지리적 공간을 축소된 그림으로 표현한 것으로, 지리적인 지식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 필요한 정보까지 제공한다. 이러한 지도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3차원의 공간을 2차원의 평면에 옮기는 차원 이동의 작업과, 실제 크기보다 줄여야 하는 축척 작업이 필요하다. 그래서 지리학자들은 차원 이동과 축소의 과정에서 실물을 대신할 다양한 방법을 찾게 되었다. 그 방법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축적과 도법, 그리고 기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를 별 의심 없이 진실로 받아들이지만, 실상 이것이 지도를 왜곡하게 만드는 주요인이 될 수도 있다. 지도에서 3차원의 공간을 2차원의 평면에 정확하고 완벽하게 표현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즉, 지도는 이들 약정된 요소를 통해 공간에 대한 거짓말을 어쩔 수 없이 포함하게 된다. <하략><마크 몬모니어의 '지도와 거짓말'>
<라>
모든 감정은 본래의 감정을 위장하는 가면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이 가운데 미소는 가장 많이 사용되는 가면이다. 미소는 공포, 분노, 좌절, 역겨움 등 부정적인 감정들과 반대되는 모든 긍정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대표적인 수단이다. 성공적으로 거짓말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좋은 인상을 주어야 할 경우가 많기 때문에 미소는 빈번히 이용된다. 어떤 사람이 승진에서 누락되어 몹시 실망했다 하더라도 그는 마음이 상했거나 화가 나 있다는 표시를 사장 앞에서 드러내 놓고 할 수는 없다. 이 상황에서도 그는 미소를 지어 보여야 한다.
감정을 위장하기 위해 미소가 자주 사용되는 또 다른 이유는, 미소가 우리들이 흔히 하는 인사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기분이 몹시 나빠도 인사를 할 때는 그런 내색을 하지 않는다. 대신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라는 질문에 "잘 지내요. 어떻게 지내세요?"라고 자기 기분은 묻어둔 채 상대방의 질문에 공손하게 미소 지으며 대답한다. 이 때 그가 묻어둔 감정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것은 미소가 그 기분을 너무 잘 위장해 주었기 때문이 아니라, 사람들이 흔히 인사말 몇 마디를 나누면서 그 사람의 진짜 기분을 알아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중략><폴 에크만의 '거짓말 잡아내기'>
<마>
다 : 촌장님은 이리가 무섭지 않으세요?
촌장 : 없는 걸 왜 무서워하겠니?
다 : 촌장님도 아시는군요?
촌장 : 난 알고 있지.
다 : 아셨으면서 왜 숨기셨죠? 모든 사람들에게, 저 덫을 보러간 파수꾼에게?
촌장 : 말해 주지 않는 것이 더 좋기 때문이다.
다 : 거짓말 마세요, 촌장님! 일생을 이 쓸쓸한 곳에서 보내는 것이 더 좋아요? 사람들도 그렇죠! '이리 떼가 몰려온다.' 이 헛된 두려움에 시달리는데 그게 더 좋아요?
촌장 : 얘야, 이리 떼는 처음부터 없었다. 없는 걸 좀 두려워한다는 것이 뭐가 그렇게 나쁘다는 거냐? 지금까지 단 한 사람도 이리에게 물리지 않았단다. 마을은 늘 안전했어. 그리고 사람들은 이리 떼에 대항하기 위해서 단결했다. 그들은 질서를 만든 거야. 질서, 그건 마을을 지켜 주는 거란다. 물론 저 충직한 파수꾼에겐 미안해. 수천 개의 쓸모없는 덫들을 보살피고 양철북을 요란하게 두들겼다. 허나 말이다. 그의 일생이 그저 헛되다고만 할 순 없어. 그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 고귀하게 희생한 거야. 난 네가 이러한 것들을 이해해 주기 바란다. 만약 네가 새벽에 보았다는 구름만을 고집한다면, 이런 것들은 모두 허사가 된다. 마을의 질서는 무너져 버린다. 얘야, 넌 이렇게 모든 걸 헛되게 하고 싶진 않겠지? <하략><이강백의 '파수꾼'>
▶<논제 1>위 제시문들은 '진실'의 문제와 관련된 글들이다. 제시문 <가>~<마>를 활용하여 진실이란 무엇인지에 관해 논의하시오. (600자 내외)
▶<논제 2> '<논제 1>'을 참조하여 '진실'의 관점에서 제시문 <나>~<마>의 내용을 비교 분석하시오. (800자 내외)
▶<논제 3> '<논제 2>'를 참조하여 우리 사회의 진실의 왜곡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논술하시오.
[우수 답안]
<논제 1>
우리들이 흔히 '진실'이라고 명명하는 것들 중에서 정말로 흔들리지 않는 완벽한 진실을 찾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모든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인정하는 것에 대해서도 완전한 사실은 없으며 우리는 숨겨진 지식을 발견하는 과정에 서 있음을 제시문 <나>는 지적한다. 사실 진실이라고 가장된 많은 허구들이 인간 각자의 목표와 이해관계에 의해 발생하고 전해진다. 제시문 <다>에서 말하는 것처럼 인간이 모든 지식은 그들의 의도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거짓된 '진실'은 제시문 <가>에 따르면 완전히 부정적이라 할 순 없다. 인간은 분명히 진실하지 않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탐구하고 상상함으로써 한 걸음, 한 걸음 진정한 '진실'에 근접해 가는 과정에 있다고 제시문 <가>에서 보여주고 있다. 반면, '진실'을 왜곡하여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옳지 못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도 있음을 제시문 <라>와 <마>가 보여준다.
결국 '진실'이라는 것은 매우 상대적인 것이다. 무조건 옳은 것이라는 그 말의 실체 속에는 그것을 향유하는 인간의 의도와 목적이 다분히 내포되어 작용하는 것이다.
<논제 2>
'진실'은 절대적이지 못한 것이다. 그러한 성질 때문에 '진실'은 인간이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용하는 유용한 도구가 되기도 한다.
제시문 <나>는 '진실'은 불가피하게 완전하지 못함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오늘 우리가 옳다고 믿는 것조차도, 내일 이것은 허무맹랑한 거짓이 될 수도 있으며, 이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진실'의 불완전성을 이용하는 인간의 모습을 우리는 제시문 <다>, <라>, <마>를 통하여 볼 수 있다. 제시문 <다>는 지도의 왜곡을 통해 그것으로 제작자의 목적을 지도에 함축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주 객관적일 것 같은 지도마저도 '진실'할 수는 없는 것이다. 제시문 <라>는 미소를 통하여 자신의 진실된 감정을 숨기는 인간의 모습의 단면을 보여준다. 자신의 진실된 모습을 보이려 하지도, 남의 진실된 모습을 알려하지도 않는 세태를 비판하는 장면은 이 또한 왜곡된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제시문 <마> 역시 왜곡된 진실을 폭로하려는 자와, 그 왜곡을 은폐하려는 자의 모습을 보여주며, 그들의 대립된 상황을 제시한다. 진실을 알리려는 '다'를 저지하는 '촌장'의 모습은 자신의 이해관계를 위해 정의를 무마하려는 인간의 속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제시문 <나>~<마>는 진실은 역설적이게도 진실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양상은 자신의 의도를 위해 객관성을 무시하는 인간의 모습과 관련된 것이다. 결국 불완전한 진실이라는 것은 인간의 불완전성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논제 3>
인간은 이해관계를 따지는 그 특성상, 진실을 자신의 의도에 맞게 왜곡하기 마련이다. 위 제시문들에서 확인한 바와 같이 사회의 여러 측면에서 진실을 왜곡하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러나 불가피한 왜곡일지라도, 우리는 이러한 오류를 개선하기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의 모습은 제시문 <마>의 '다'에게서 찾아볼 수 있다. 그는 스스로 진실을 탐구하였고, 사회가 그러한 진실을 왜곡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이러한 부조리를 확인한 그는 부당한 사회를 바로잡기 위해 투쟁한다.
그 결과가 어찌되었든 우리는 이러한 '다'의 모습을 본받아야 한다. 우리는 사회 속에서 수많은 부정, 부패와 접촉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타협하고 묵인하기에 바쁘다. 이러한 악순환이 계속되어 사회 전체가 진실 왜곡 문제에 발 묶이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 같아 보인다.
이제는 우리 스스로가 나서야 할 때이다. 사익보단 공익을 위하여, 자신의 평안보다는 사회의 안정을 위하여 사회 모순을 개혁해야 한다. 진실 왜곡에 각자가 단호히 저항하고 진실을 희구해야 한다. 사회 구성원 각자가 자신이 소신을 다해 진실 왜곡을 시정하려 노력한다면, 개개인의 탐욕과 사적인 이익을 위해 발생했던 진실 왜곡을 해결할 수 있다. 모든 사회 구성원이 진실을 수호하는 '파수꾼'이 될 때, 진실은 그 자체로서 완전한 '진실'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강준원 제주제일고등학교 3학년>※ 다음 제시문을 읽고 논제에 답하시오.
[출제 및 심사평]
2010학년도가 되어 처음 실시한 제1회 언어·논술 콘테스트 답안을 심사하면서 시작하기 전에 가졌던 기대치가 채워지지 않아 아쉬웠다.
강준원 군은 제한된 분량에 맞춰 서론, 본론, 결론을 구성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전체적으로 자연스럽게 문장을 이어가는 능력도 갖추고 있다. 자신의 주관적 관점에서 논리적으로 일관된 주장을 펼쳐나가려는 노력이 잘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논제의 의도를 충분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며 구체적 해결방안의 제시 능력이 다소 부족하다.
<논제 1>인 경우, 제시문을 바탕으로 '진실이 무엇인지에 관해 논의'하라는 것은 제시문에 언급되어 있는 '진실'의 본질과 속성, 특성 등을 논의하고 수험생의 관점으로 '진실'의 개념을 정의하라는 요구가 담겨있는 것이다. 그런데 강준원 군의 답안은 진실의 개념에 대한 정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진실의 본질이나 특성 등에 관한 논의도 깊이가 부족하다.
<논제 3>인 경우 우리 사회의 진실 왜곡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라고 했기 때문에 수험생은 우리 사회에서 진실의 왜곡이 어떤 분야에서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살피고 논의의 범위를 한정하고 개인적 차원과 사회적 차원, 국가적 차원, 또는 정치적 차원과 법적 차원 등의 기준을 설정하여 구체적으로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강준원 군은 개인적 차원에서 진실 왜곡을 해결하기 위한 대응 자세를 주장함으로서 일반적 논의에 머물고 말았다.
하지만 우수 답안으로 선정된 것은 논제의 요구에 비교적 근접하였으며 전체적으로 일관된 체제를 갖추고 논리적 진술 능력이 상대적으로 나았기 때문이다.
<함덕고등학교 교사·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드림논술지원단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