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도정에 대해 다른 시각을 가진 고위공무원과 따로 저녁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한쪽은 전전긍긍했다. 지난 도정 때 소위 잘 나가는 그룹에 속했던 그였다. 능력도 있어 쾌속질주했다. 그런데 소위 선거판에 줄을 잘못 섰다.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우(禹)캠프'의 레이더에 그의 움직임이 포착되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한직으로 밀려나게 될 것 이라며 퇴직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고위직은 자신이 미움을 사서 외직으로 떠돌던 때의 회한(悔恨)을 들려 주었다. 그 때 집권그룹으로부터 견제와 비방을 참고 살아 온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저들도 그런 고통을 당해 봐야 한다"는 울분에 공감하기도 했다.
우근민 지사는 중앙부처의 인사를 담당하는 총무처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인사에 관한 한 최고의 전문가라 할 만하다. 이번에도 그런 풍모가 나타난다. "취임 후 곧바로 인사를 하려 했지만 행정시에서 전입한 간부공무원들이 많고 이들과 함께 일을 해보지 않은 상황에서 자의적으로 인사를 하는 것은 양심이 허락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그래서 "도의회 업무보고 등의 평가과정을 거쳐 일과 능력 중심으로 인사를 하겠다"고 했다. 간부공무원 개개인의 적재적소를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발령내는 것은 인사 전문가로서 자존심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지난 한달 가까이 도정은 새로운 도지사가 취임했음에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서민들도 신구간이 되면 집과 세간을 옮기느라 시끌법적한데 도정은 평온(?)함을 잃지 않았다. 할 일이야 왜 없겠는가. 도정이 가야할 정책들을 의욕적으로 제시하며 그것을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들로 신문과 방송을 도배할 만한 시간이다. 그럼에도 도정은 지극히 침착한 모습이다. 이 모두 인사에 신중을 기하기 위함이라는 뜻이다. 조직사회에 있어 인사는 만사의 근원이라고 했다. 성공과 실패의 시작과 끝이 여기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 지사의 한달 남짓한 기간을 두고 핵심간부들의 능력과 면면을 관찰하며 적재적소를 찾는 일은 일견 인사 전문가다운 모습이다.
하지만 바둑에서는 '장고 끝에 악수(惡數)'라는 격언도 있다. 너무 오랫동안 수 계산에 골몰하다 보면 시간에 쫓긴 나머지 엉뚱한 패착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조짐은 이미 우 지사가 단행한 일부 인사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고향사람 또는 선거에 기여한 인물을 요직에 발탁함으로써 퇴행적 인사라고 비판하는 시각이 그것이다. 선현들은 '오동잎 한잎 지면 천하에 가을이 깊었음을 안다'고 했다. 그런 직관과 혜안을 갖지 못한 필부들도 오동잎이 우수수 떨어지기 시작하면 가을을 느낀다. 그래서 개봉박두한 우 도정의 맛보기 첫 인사에 우려를 갖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이제 우 도정의 인사는 이제 서막을 열었을 뿐이다. 객석의 관심은 과연 무대의 주인공인 우 지사가 어떤 행동을 보일 지에 쏠려 있다. 그 중에서도 지난 도정의 폐해라고 할 수 있는 도정자문관제라는 악순환(惡循環)의 고리는 과감하게 잘라 낼 것인지, 과거와 같은 '독수리 오형제'의 패거리는 다시 화려하게 부활할 것인지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다. 또 좌판을 벌여 논공행상의 보은 및 보복성 인사를 할 것인지, 아니면 과감한 탕평책을 쓸 것인지도 주목하고 있다. 여기에 개방형 직위의 문호를 확대함으로써 민간의 역량을 행정에 접목하려는 과감한 시도는 단행할 것인지도 지켜볼 것이다. 그리고 관람자들은 그에 따른 우 도정의 진행과 결말을 예감하며 객석을 떠나게 될 것이다.<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