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동아리(15)제주고 스포츠클라이밍부

[2010 동아리(15)제주고 스포츠클라이밍부
암벽 타며 또다른 세상을 보다
  • 입력 : 2010. 10.02(토) 00:00
  • 진선희 기자 jin@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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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고등학교의 이색 동아리인 스포츠클라이밍부에서 활동하는 2학년 학생들이 12m 높이의 애향운동장 인공암벽을 오르기에 앞서 한자리에 모였다. /사진=강경민기자 gmkang@hallailbo.co.kr

작년 3월 창단 신생 동아리
일부 회원 전국대회 출전도
"주목받는 삶… 자신감 커져"

어느새 사위가 어둑해졌다. 오후 6시 20분쯤. 해가 짧아진 탓에 조명등을 켜는 시간도 빨라졌다. 햇살같은 불빛이 도착후 1시간동안 앞서거니뒤서거니 몸을 푸는 아이들의 몸을 둥그렇게 감쌌다.

지난달 30일 제주시 애향운동장 오름마당. 그곳에서 제주고등학교 스포츠클라이밍부 학생들을 만났다. 높이 12m 인공암벽이 설치된 오름마당에서 아이들은 빛나는 꿈을 그려가고 있었다.

스포츠클라이밍은 건물의 내부나 외부 등에 인공암벽 구조물을 설치해 오르는 것을 말한다. 1980년대 중반 이후 국내에 소개된 레저스포츠로 해마다 동호인이 늘고 있다. 제주에도 100여명의 동호인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고에 이색 동아리로 분류될 만한 스포츠클라이밍부가 생긴 것은 지난해 3월이다. 현재 제주도산악연맹과 제주도청소년활동진흥센터의 지원을 받고 있다. 아이들에겐 클라이밍이 낯설었다. 초기엔 동아리 회원 모집에 어려움이 많았다. 클라이밍을 체험한 학생들이 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입소문을 타고 동아리의 문을 두드리는 학생들이 늘었다. 지금은 1~2학년을 합쳐 회원이 20명에 이른다.

아이들은 수업을 마치고 1주일에 네차례 애향운동장이나 실내 암벽장을 찾는다. 매일이다시피 연습장에 들르는 학생도 있다. 맨발에 암벽화를 신고 자일을 몸에 묶은 아이들은 금세 인공암벽 꼭대기에 다다랐다. 하지만 정상으로 향하는 길은 여러 갈래다. 인공암벽에 박혀있는 돌출물을 손으로 잡고 발로 디디며 오르는데 그 방식이 각각이다. 아이들은 저마다 다르게 암벽을 타며 집중력, 순발력, 균형 감각 등을 기른다.

"잘한다며 주목받는 게 좋아요. 완등했을 때의 성취감도 큽니다. 시간 가는 줄 몰라요."

한성진(2학년) 학생은 스포츠클라이밍부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낯빛이 한결 환해졌다. 이승아 지도교사는 그를 두고 "동아리 회원중에 제일 잘하는 아이"라면서 대학 관련학과 진학을 목표로 두고 있다고 했다.

그만이 아니다. 이익전 백희연 문지영 학생 등 전국대회에 출전하며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고 있는 아이들이 있다. 고소공포증을 이겨낸 여학생, 학교 부적응 생활을 떨쳐낸 새터민, 컴퓨터게임 중독증을 벗어난 남학생 등 스포츠클라이밍은 아이들의 삶을 서서히 변화시켰다.

동아리 강사인 오경훈씨(제주도산악연맹 스포츠클라이밍 이사)는 "조금이라도 힘이들면 금방 포기하는 아이들이 많은데 스포츠클라이밍을 하면서 달라지더라"면서 "하나둘 목표를 세우고 자신감이 쌓여가는 모습이 눈에 보인다"고 덧붙였다.

"와당탕." 연습 도중 암벽의 중간쯤을 오르던 학생이 발을 헛디뎠다. 이제막 스포츠클라이밍에 입문한 이였다. 아래로 미끄러져도 자일을 묶고 있어서 안전하다. 아이들은 그렇게 오르고 미끄러지길 반복하며 정상에 이르는 법을 배운다. 스포츠클라이밍은 아이들에게 학교밖에서 만나는 또다른 스승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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