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동아리](25)한수풀도서관'책 먹는 아이들’

[2010 동아리](25)한수풀도서관'책 먹는 아이들’
책과 신나게 놀며 꿈을 빚는다
  • 입력 : 2011. 03.04(금) 22: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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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풀도서관의 어린이 독서회 '책 먹는 아이들'은 따분한 책 읽기 대신 저절로 마음이 움직이는 다양한 독후 활동으로 책과 만나고 있다. /사진=강희만기자

책 도미노 게임·빌딩 쌓기
따분한 수업대신 놀이부터
저절로 창의적인 독후 활동

"형빈이가 농구를 좋아하는 것처럼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 하고 있으면 가슴이 뻥 뚫리는 것처럼 시원한 일은 무엇일까요?"

마해송문학상을 수상한 김양미 작가의 '따로 또 삼총사'에 나오는 형빈. 동화를 읽은 아이들은 이 질문에 어떤 대답을 내놓았을까. 축구, 게임, TV보기, 피구, 달리기 등 다양했다. 아이들은 책장을 덮었지만 책 밖에서 주인공과 뛰어놀고 있었다.

제주시 한림읍에 있는 한수풀도서관. '놀토'(토요휴업일)마다 그곳에 모이는 아이들이 있다. 도서관 소속 동아리인 '책 먹는 아이들'이다. 어린이 독서회인 '책 먹는 아이들'은 지난해 꾸려졌다.

부모의 강요에 못이기거나 과제물로 독후감을 쓰기 위해 책을 집어드는 아이들이 종종 있겠지만 '책 먹는 아이들'은 달랐다. 모임을 시작할 무렵 책과 친해지는 놀이부터 시작했다. 책은 최고의 놀잇감이었다. 그림책을 세워놓고 도미노 게임을 하고, 고층빌딩을 쌓아올리고, 숨은그림 찾기 놀이를 벌였다.

그저 책하고 놀기만 하던 시간을 통과한 아이들은 차츰 변해갔다. 한달에 두 번 동아리 활동을 통해 등장 인물 탐구, 재미있는 글쓰기, 독서 신문 만들기, 그림책 캐릭터 초대하기, 책 손수건 만들기, 10년후 나에게 편지쓰기 등 프로그램을 이어갔다. 이 과정을 거치며 책은 아이들에게 모르는 것을 가르쳐주는 선생님이 되었고, 온갖 지식을 담은 컴퓨터가 되었고, 가고 싶은 곳에 어디든 달려갈 수 있는 자동차가 되었다.

한수풀도서관은 10여년째 운영중인 '한수풀도서관 책사랑 모임'을 통해 지역사회에 이미 '친근한 도서관'으로 이름이 알려진 곳이다. '책 먹는 아이들'은 그같은 성과를 이으며 아이들에게 눈길을 돌렸다. 금능꿈차롱작은도서관 양민숙 관장이 1기 아이들을 지도한 데 이어 올해는 같은 도서관 홍임정 사서가 힘을 보태고 있다.

조계출 한수풀도서관장은 "책 읽기를 교육의 연장으로 생각한다면 얼마나 따분할까 싶었다"면서 "책 읽기를 놀이로 여기면서 지혜롭게 즐길 수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림 지역 초등학교 2~4학년생을 모집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학년 구분을 없앴다. 주제는 정해져 있지만 저마다 수준에 맞춰 책을 골라 읽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수업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2기 '책 먹는 아이들' 20여명중 절반은 지난해에 이어 2년째 활동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제주에 머물고 있는 김양미 작가가 도서관을 찾았다. '책 먹는 아이들'은 동화작가와의 만남을 앞두고 그의 작품을 미리 읽었다. 아이들의 얼굴에서 처음으로 동화작가를 만난다는 설렘이 전해졌다.

초록빛 싹이 자라고 숲이 무성해지는 계절이 머지 않았다. 그 때가 되면 아이들은 책 속의 주인공에게 편지를 쓰고, 동화를 구연하고, 시인이 될 것이다. 독서 부채를 만들고, 화가가 되어보는 시간도 있다. 아이들은 그렇게 도서관에 숨쉬고 있는 책을 자유롭게 찾아 읽으며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고, 세상과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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