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의 이해와 감상은 선입견을 갖지 않고 접근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사진은 지난 7월 열린 JDC 전국 중고등학생 논술대회 모습. /사진=한라일보 DB
시를 읽을 때는 주제 등 정보 알려주는 제목부터 확인
운문 문학 감상은 선입견 없이 작품 자체 의미 찾는일
문학의 갈래 가운데 시가 문학, 특히 현대시가 이해하고 감상하기가 제일 어렵다고 한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시'는 시인의 정서를 압축과 생략의 방식으로, 때로는 함축적 의미를 많이 담아 표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려워할수록 더욱 어렵게 느껴지는 게 시문학이기 때문에 가까운 친구의 마음을 헤아리듯이 시인의 입장에서 시인의 정서를 이해하려는 마음가짐으로 감상해야 한다.
시를 감상할 때 시인의 생애는 어떠하며 운율과 주제가 무엇인지 등을 지식으로 배우고 암기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어떤 낯선 작품이라도 자기 스스로 해석하고 감상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시를 해석하고 감상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원리에 따라야 한다.
시작품을 대하면, 우선 먼저 제목부터 꼭 살펴야 한다. 제목은 시의 제재나, 주제, 화자의 정서 등의 정보를 알려준다. 상징에 의해 표현된 작품인 경우는 제목이 그 작품을 해석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준다. 서정주의 시 '귀촉도'를 보자.
눈물 아롱아롱
피리 불고 가신 임의 밟으신 길은
진달래 꽃비 오는 서역(西域) 삼만 리(三萬里).
흰 옷깃 여며 여며 가옵신 임의
다시 오진 못하는 파촉(巴蜀) 삼만 리(三萬里).
신이나 삼아 줄 걸 슬픈 사연의
올올이 아로새긴 육날 메투리*
은장도(銀粧刀) 푸른 날로 이냥 베혀서
부질없는 이 머리털 엮어 드릴 걸.
초롱에 불빛, 지친 밤하늘
굽이굽이 은하물 목이 젖은 새,
차마 아니 솟는 가락 눈이 감겨서
제 피에 취한 새가 귀촉도(歸蜀途) 운다.
그대 하늘 끝 호올로 가신 님아.
-서정주, '귀촉도', 춘추(1943)
*육날 메투리 : 육날 미투리. 날을 여섯 개로 하여 삼이나 모시, 노 따위로 삼은 신.
이 시의 경우에는 배경지식으로 제목의 의미를 파악해야 한다. '귀촉도'라는 명칭은 원통하게 나라를 빼앗기고 쫓겨나와 다시 자기 나라로 돌아가기를 애절하게 그리워하던 촉나라 망제(望帝)의 설화에서 나온 것으로 '촉나라로 돌아가는 길'이란 뜻이다. 그러면 이 시에서는 비유적으로 쓰인 시어라고 가정할 때 어디론가 돌아가는 길을 의미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디'인지는 시를 읽으면서 파악하면 된다.
다음으로 표현된 그대로의 문맥에 따라 시상(詩想)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1연의 내용을 보면, '님'은 먼 길을 떠나고 있고 시적 화자는 '눈물 아롱아롱' 흘리고 있다. 2연에서는, 시적 화자가 자신의 긴 머리털을 잘라서 먼 길을 떠나는 '님'이 신고 갈 수 있도록 '님'의 신발을 엮어 드리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3연에서는, '새'가 목이 젖도록 울고 있고, 시적 화자는 홀로 떠나간 '님'을 애타게 그리워하고 있다.
시인은 자신의 정서를 압축과 생략의 방식으로 표현하게 되지만, 그 정서를 마구잡이로 늘어놓는 것이 아니다. 시인은 자신이 전달하고 싶은 내용에 맞춰 시상을 단계적으로 전개한다. 그러므로 완결된 생각이나 감정을 표현하는 최소 단위인 문장의 쓰임에 주의하면서 시상의 흐름을 문맥에 따라 이해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런데 이런 방식으로 내용을 해석하고 이해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그런 경우는 시인이 어떤 대상이나 현상으로부터 받은 인상(印象)을 나열하는 경우이다. 그러므로 그러한 작품들은 그 대상이나 현상에 대해 이러한 느낌을 받고 있다고 해석하면 된다.
시상의 흐름을 파악한 다음에는 시어의 함축적 의미를 파악하면서 작품을 구체적으로 해석해 나가면 된다. 위의 시에서 '서역 삼만 리', '파촉 삼만 리'의 함축적 의미를 생각해 보자. 함축적 의미를 파악할 때는 보편적 지식과 진리, 전통적 관습 등에 근거하고, 시어들의 상관성을 따지면서 해석하면 된다. 위 시에서는 '눈물', '흰 옷깃', '다시 오진 못하는', '슬픈 사연', '목이 젖은 새', '제 피에 취한 새', '귀촉도', '하늘 끝' 등의 상관성을 통해 시어의 함축적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 '다시 오진 못하는'과 관련하여 '흰 옷깃'이 소복(素服)을 가리키며, 이는 '죽음'의 의미를 함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해석이 이루어지면, '서역 삼만 리', '파촉 삼만 리'는 곧 '저승길'을 의미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하늘 끝'은 '저승'의 의미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삼만 리'는 사별한 임과 화자와의 심리적 거리를 말한다.
'눈물', '슬픈 사연', '목이 젖은 새', '피에 취한 새'는 모두 '슬픔'의 의미적 상관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런 시어들을 통해서 화자는 임과의 사별의 슬픔이라는 정서를 표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귀촉도'에 대한 배경지식을 가지고 있으면 분명하게 알 수 있다. '귀촉도'는 '소쩍새'로 주로 밤에만 우는 새이고 '슬픔의 정서'를 형상화하는 새이다. 이 시에서는 귀촉도의 울음소리를 표현한 의성어로도 쓰이고 있으며, 저승으로 떠나간 임을 애절하게 그리워하는 시적 화자를 표상(表象)하는 동시에 임과 나를 연결시켜 주는 매개체 구실을 하고 있다.
다음으로 시적 화자의 정서와 태도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위에서 설명한 내용을 바탕으로 살펴보면, 1연에서는 '사별(死別)의 슬픔'이라는 정서를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진달래 꽃비 오는'이라는 표현에서 임이 저승에서 축복받은 삶을 누리기를 기원하는 태도를 추리할 수 있다. 그리고 2연에서는, 저승길을 떠나는 임이 신고 갈 새 신발을 삼아 드리지 못해서 안타까워하는 태도를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임에 대한 영원한 사랑의 정서와 그 사랑을 표현하지 못한 회한(悔恨)의 태도를 알 수 있다. 마지막 3연에서는, 사별한 임을 애절하게 그리워하는 마음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므로 시적 화자의 정서와 태도는 전체적으로 '임과의 사별의 슬픔과 사별한 임에 대한 그리움'이라는 것을 추리해낼 수 있다.

▲강영선 함덕고 교사
시의 이해와 감상은 선입견을 갖지 않고 접근해야 한다. 현대시이든 고전시가이든 운문문학을 읽고 감상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작품 자체의 의미를 해석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인은 어떤 사람이고, 시의 주제가 무엇이며, 운율은 어떻고 하면서 고정된 지식으로 암기하는 해석 방식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시는 어디까지나 작품 그 자체를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창작 연대를 알고 그 당시의 시대적 의미를 읽어 내거나 시인의 사상과 문체(文體) 등이 작품에 어떻게 녹아들었는지를 파악하거나 독자가 작품의 의미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추론하면서 감상하는 것은 그 다음의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