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마케팅이 경쟁력이다]체험관광으로 새롭게 떠오르는 산골마을

[지역마케팅이 경쟁력이다]체험관광으로 새롭게 떠오르는 산골마을
1. 농업과 체험관광의 융합/충북 한드미마을·슬로베니아 관광농장
  • 입력 : 2010. 10.22(금) 00:00
  • 표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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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의 가장 큰 문제 가운데 하나는 탈이농과 고령화로 인한 지역사회의 퇴조와 지역이 도시에 잠식돼 고유의 특화자원을 잃게 되는 도시화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국내외에서는 지역자원을 이용해 오히려 도시인구를 끌어들이고 부농의 꿈을 일궈가는 농촌마을이 있다. 국내에서는 태백산맥 골짜기에 자리잡은 한드미마을이 체험마을 육성을 통한 지역마케팅 사례로 부각되고 있다. 알프스산맥 깊은 곳에 있는 슬로베니아의 관광농장은 자국민보다 외국인들이 더 많이 찾는 체험농장으로 유명하다.…○

▶충북 단양군 한드미마을 정문찬 대표가 지역 농촌유학센터 앞에서 설명하고 있다. 폐교 결정이 났던 초등학교 분교는 농촌유학센터 설립 이후 도시에서 유학해온 학생들로 학생수가 늘어 본교 자리를 넘보고 있다.

▶농촌공동체회사 탄생

소백산 자락에 위치한 충청북도 단양군 한드미마을. 2000년 마을가꾸기사업을 시작으로 2003년부터 체험마을을 운영하고 있다. 마을주민 전체가 주주이자 조합원이어서 사업에 실제로 참여하지 못하는 고령의 노인들도 모두 지분을 갖고 있으며, 주민 모두가 자신이 한 역할과 출자금액에 따라 수익을 나눠받는다. 마을만들기사업 전에 33가구에 불과했지만 이후 12가구가 귀향하거나 귀농해 45가구로 늘어났다. 지난 1974년 고향을 떠나 2000년 도시생활을 청산하고 귀향한 정문찬 한드미마을 대표는 자신이 초등학교 다닐 때 가구수였던 80가구를 최종 목표로 주민들과 함께 공동체를 일궈가고 있다.

한드미마을이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 중 하나는 국내 최초로 일본의 산촌유학제도를 도입한 초등학교 유학센터. 4년째 운영되고 있는 유학센터는 자연을 활용한 생태체험과 함께 원어민 영어교육 및 컴퓨터 실습 등 특화된 프로그램으로 도시 수준의 학습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 정 대표는 "우리나라 부모들은 아이들이 단순히 농촌체험을 하도록 1년간 유학을 보내지는 않는다"며 "1년 내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 결과 입소문이 퍼져 지난 여름 예비캠프에는 130명이 다녀갔으며, 현재 입학 대기자만 30명인데 내년에도 계속 유학하겠다는 아이들이 있어서 실제로는 14명 정도만 입학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슬로베니아 블레드시의 관광농장 소몰이 장면. 농장에서 재배한 유기농산물로 식사하고 농가에서 숙박할 수 있는 이곳 방문객 중 90%가 외국인이다. /사진=공동취재단



2007년 폐교 결정이 났던 한드미마을 초등학교 분교는 2009년 폐지 결정이 번복됐으며, 지금은 본교보다 더 학생수가 많아져 본교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마을가꾸기사업이 아무리 잘돼도 젊은 층이 유입되지 않으면 사업은 중단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구상한 학교 지키기 사업은 그렇게 성공했다.

이에 앞서 정 대표가 주민들과 함께 가장 먼저 시작한 사업이 돌담쌓기. 마을 원형을 최대한 살리면서 주변 기와집하고의 조화도 고려했다. 이어 방갈로사업을 추진한 첫 해 800명이 다녀가 580만원을 벌고, 경로당도 여름에는 민박으로 개방해 180만원을 벌었다. 전통기와를 리모델링하고 냉장고와 TV를 구입했는데도 남아서 분배했더니 마을주민들이 사업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현재 45가구 중 42가구·85명이 참여하고 있으며, 상근자 11명에 일용직으로 일하는 사람이 27명이다. 유학센터와 함께 '삼굿구이' 등 한드미마을에서만 체험할 수 있는 독특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인력이다. 지난해에는 3만350명이 한드미마을을 방문해 4억5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홈메이드상품의 자원화

지난 1991년 6월 내전을 거쳐 유고슬라비아연방으로부터 독립한 유럽 발칸반도 북서부의 슬로베니아. 일본이 대사관을 설립하고 직항노선까지 취항한 데 반해 현재까지 한국인은 6가구만 거주하고 있을 정도로 우리에게는 생소한 나라다. 인구 200만명에 불과한 이 나라 북서쪽 자그마한 호수마을 블레드시에 민박과 일반호텔 중간 형태의 숙박시설인 관광농장이 운영돼 인근 국가의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슬로베니아 관광농장 입구에 걸려 있는 애플(사과). 관광호텔의 등급을 나타내는 별처럼 관광농장의 등급을 알려준다. 현재까진 애플 네개가 최고 등급이다.

블레드시 외곽의 한 관광농장. 마을 안 깊숙이 자리잡은 이 농장은 90㏊ 면적에서 젖소 60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현재 40가구가 거주하는 이 마을에는 25년 전만 해도 농장이 20개에 달했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소규모 농장들이 자연도태돼 현재 4개가 남아 있으며, 그 중에서 관광농장을 운영하는 곳은 2개소다.

이곳 주인 담자마 요제 눌시(Damjama Joze Nulcj)씨는 남편이 대대로 물려받은 관광농장을 11년째 함께 운영해오고 있다. 처음 시작하면서 가장 고민했던 것은 방문객들에게 어떤 먹을거리와 잠잘거리, 볼거리를 제공하는 문제였다. 결국 선택한 것은 호텔과 같은 고급상품이 아닌 농장에 맞는 차별화된 전략. 우선 집 증축공사를 시작해 객실 12개를 마련했다. 공사에는 지역에서 생산되는 자재를 사용하고, 현재의 집과 어우러져 100년된 집처럼 보이도록 했다. 특이한 것은 축사 지붕에 태양광발전시스템을 설치해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는 점. 유기농법으로 소를 사육해 악취가 전혀 없으며, 가스 대신 소의 배설물로 바이오 가스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연료 소모량을 줄이는 방법도 연구 중이다.

농장은 젖소와 함께 양봉도 사육하고 각종 채소를 재배해 유기농산물로 식사를 제공한다. 취재진은 방문 첫 날 오븐에 구운 돼지고기와 삶은 쇠고기, 감자, 샐러드, 수프, 와인으로 저녁식사를 마치고, 아침에는 쇠고기와 말고기, 돼지고기, 빵, 우유, 커피를 즐길 수 있었다. 연중 4~10월이 성수기로 매년 2000~3000명의 관광객들이 찾아와 숙박한다. 멀리 이스라엘에서도 찾아오고 있으며, 한국과 일본 관광객도 다녀갔다. 방문객 중 90% 이상이 농장에서 꾸민 인터넷을 통해 직접 예약을 하고 찾아온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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