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문규칼럼]진보와 보수의 아름다운 합창

[강문규칼럼]진보와 보수의 아름다운 합창
  • 입력 : 2010. 11.09(화)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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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가 천국에 들어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귀 통과하기 보다 어렵다"고 했던가. 진보와 보수언론의 논조 맞추기도 그랬다. 물론 모든 사안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치적 사안 등에 대해서는 시각이 크게 엇나갔다. 왠만한 사안은 지면을 펼치지 않고도 이들 신문들이 어떤 시각과 논조를 보일 지 미루어 짐작하기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나타났다.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졌던 진보와 보수언론의 합창이 울려퍼지고 있는 것이다. '청목회' 관련 검찰의 전격적인 압수 수색에 관한 최근의 사설들이 그렇다. 진보신문들은 "공정성과 형평성 잃은 검찰의 압수수색'(한겨레), '검찰, 정치에 개입하나'(경향신문)라고 비판했다. 그런데 보수신문들은 한 걸음 더 나갔다. '청목회 수사, 시비 없애려면 권력의혹도 파헤쳐야'(조선일보), '검찰수사 정도(正道) 걷고 있나'(중앙일보), '김준규 검찰 총장 '대물 검찰' 닮지 말라'(동아일보)라고 꾸짖고 있다. 이 정도면 지난 여름 연예가를 휘잡았던 '남자의 자격' 합창보다도 더 품격 있고 감동적인 하모니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놀라운 일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여당과 야당이 모두 알기 쉬운 모국어로 자신들의 생각을 말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그동안 여·야의 성명전을 보면 같은 모국어를 쓰는 민족인가 여겨질 정도로 그 뜻과 언어는 난해할 때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검찰의 국회의원실 압수수색을 놓고 야당은 '검찰의 민주 쿠데타'(민주당), '헌법의 원칙 위반 하는 것'(자유선진당)이라고 반발하고, 한나라당도 "과잉수사하지 말라고 경고했는데 검찰이 지나쳤다"(안상수수 대표)고 논평하고 있다. 국회의장도 검찰을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

사회가 다양한 목소리를 갖는 것은 민주사회의 자랑이자 살아있는 징표다. 그러나 억지논리와 궤변(詭辯)으로 시각이 엇나고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는 발언을 다양한 목소리라고 할 수는 없다. 인륜이나 사회규범, 나아가 민주사회의 법질서에 어긋나는 사안을 놓고 다른 시각을 보인다면 그 사회는 결코 건전한 상식이 지배하는 사회라고 볼 수 없다. 더구나 공정사회를 지향하고 국격의 향상을 부르짓는 사회라면 더욱 그러하다.

언론이나 정치권이 '청목회 수사' 자체에 시비를 거는 것은 아니다. 조선일보의 지적(11월7일자 사설)을 보자. "(전략) 이런 검찰이 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에 청와대가 연루돼 있다는 의혹을 수사하면서는 청와대나 사찰 배후로 거론되는 실세들 근처에는 가 볼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 '청와대 하명'이라고 쓰인 문건이 나와도, 청와대 행정관이 사찰 증거를 지운 총리실 직원에게 '대포폰'을 만들어 준 사실이 밝혀져도 '증거가 없다'며 버티고 있다. 검찰이 로비자금 수십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는 대통령 친구를 안 데려오는 건지, 못 데려오는 건지도 논란거리다"라고 문제의 핵심을 짚고 있다.

언론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무지렁이 같은 국민들도 알 건 안다. 그래서 검찰의 청목회 수사를 보며 '조자룡의 헌 칼'이나 '성동격서(聲東擊西)'의 전법을 떠올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발상이다. 또한 자기 식구를 감싸 안으려는 어미의 지극한 모성애(?)와 더불어 죽은 권력에는 냉혹하고, 살아있는 권력에는 관용심이 한 없이 넓은 권력의 생리를 다시 한번 절감한다. 이를 통해 국민들은 정부가 부르짖는 공정사회와 국격은 과연 진정성 있는 구호인 지를 되뇌이며 속절 없는 한숨만 내쉬는 것이다.

<논 설 실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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