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신문이 '藏頭露尾(장두노미)'를 올해의 사자성어(四字成語)로 뽑았다. 전국의 대학교수 212명에게 설문조사한 결과다. '장두노미'는 쫓기던 타조가 머리를 덤불속에 박고서 꼬리는 미처 숨기지 못한채 쩔쩔매는 모습에서 생겨난 말이다. 감추는 것이 많아 혹여 들통날까바 전정긍긍하는 태도를 뜻한다고 풀이하고 있다. 교수신문에 따르면 올해 4대강 논란, 천암함 침몰, 민간인 불법사찰 등 정부가 진실을 감추려는 일이 잦았다고 지적한다. 제주인들에게는 장두노미라는 어려운 말 보다 같은 뜻의 '꿩대가리 숨듯 한다'는 격언이 더 살갑게 여겨진다. 오랜 세월 꿩사냥 하면서 터득한 지혜다
장두노미와 유사 하지만 상반된 용어로 마각노출(馬脚露出)이라는 말이 있다. 숨기려던 일이 실체를 드러낸다는 뜻이다. 장두노미든, 마각노출이든 진실은 언젠가 드러나는 법이다. 그것은 마치 주머니 속에 숨겨놓은 송곳이 부지불식 간에 정체를 드러내는 것과 같다. 그래서 선인들은 심성의 착함과 악함도 이와 같다고 했다.
따지고 보면 이러한 경우는 얼마나 많은가. 며칠 전 도청 기획관리실장이 머리를 빡빡 밀고 나타난 것은 오히려 해석이 명료하다. 예산심의 과정에서 의회가 예산 일부를 증액·삭감한 것에 대한 무언의 항의였다. 그 의미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우근민지사는 이 보다 훨씬 전 간부회의에서 실국장들에게 의회가 예산을 한푼도 증액하거나 삭감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엄명을 내렸다. 그런데 의회가 예산을 멋대로(?) 바꾸려고 하니 실무국장으로서는 뭔가를 보여주어야 한다고 판단했을 법하다. 이 때문에 집행부와 의회 간에 한랭전선이 형성되는 듯 했으나 우 지사의 사과로 곧 진정국면에 접어들었다.
이번 해프닝은 한 편의 소극(笑劇)을 보는듯 하다. 처음 우 지사가 간부회의에서 '예산 불변의 원칙'을 강조할 때부터 전운은 감돌았다. 일종의 서막과 같은 장면이다. 그런데 의회에서의 예산조정작업이 도지사의 엄명과는 달리 흔들리면서 갈등은 고조된다. 그날 밤 기획관리실장은 지사에게 비보(?)를 전한 뒤 호된 질책을 받았을 지도 모른다.(객석에 앉아 있는 관객들도 이 정도 행간의 의미는 파악할 수 있다) 주인공은 동지섯달 긴긴 밤을 마치 햄릿처럼 고뇌에 빠졌을 것이다. 삭발은 이렇게 해서 행동으로 옮겨졌다. 약간의 파장은 있었지만 수준 낮은 연극은 이렇게 막을 내렸다.
그럼에도 나름대로 기승전결(起承轉結)을 갖춘 연극을 그럴듯 하게 소화해 낸 것은 집행부와 의회가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했기에 가능했다. 우 지사가 "(담당국장의 삭발을) 의회에 대한 도전이라고 비쳐졌다면 유감"이라는 언급도 그렇다. (기획실장을 포함해) 자신이 그럴 의도는 전혀 없었는데 의원들이 착시(錯視)했거나 오버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런 일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의도와 정황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우연을 가장한 필연적 귀결인 것이다. 그럼에도 의회는 권위를 지켰다고 판단, 근엄한 표정을 지으며 퇴장했다. 어디선가 "코미디야! 코미디!"라는 목소리가 들리는 듯한 장면들이다.
이 한편의 연극을 본 이들도 장두노미의 말 뜻을 떠올릴지 모른다. 황급히 몸체를 숨기려고 했지만 그 꼬리를 통해 우 도정의 의회를 바라보는 시각을 읽어냈을 것이다. 하지만 이를 성동격서(聲東擊西)의 전략으로 해석하려는 일부의 예리한(?) 관찰자들도 있다. 지극히 조잡하며 질 낮은 의회와의 갈등도 도정이 노리는 하나의 노림수라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이번 해프닝은 장두노미인가, 아니면 마각노출인가. 유언비어는 흔히 상식을 저버리고 민·관이 불통할 때 나타나는 법이다.
<논 설 실 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