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문규칼럼]토지에 깃든 희·로·애·락의 과거사

[강문규칼럼]토지에 깃든 희·로·애·락의 과거사
  • 입력 : 2011. 03.01(화)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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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도 개인의 생애사처럼 과거사를 갖고 있다. 토지 등기부 등본을 보면 땅의 이력이 담겨 있는데 그 내력을 아는 사람들에게는 희·로·애·락의 감정이 느껴지기도 한다. 성읍2리 안부동(安富洞)을 지나갈 때도 그런 느낌을 갖게 된다. 이곳에는 수십년 전 사람들이 살다 떠나간 낡은 집터와 대나무밭, 그리고 모 법인이 새로 지은 주거·취사용 건물이 들어서 있다. 겉으로는 휑한 인상을 풍긴다. 그러나 외양 만을 갖고 함부로 평가해서는 안된다. 이 법인의 소유토지는 거의 1000만㎡(약 300만평)에 이른다. 물론 이들 토지가 처음부터 특정인 또는 특정단체의 소유였던 것은 아니다. 1960년대 초까지만 해도 이곳은 광활한 목장지대였다.

그런데 안부동에 광풍이 불었다. 1960년대 초부터 제주지역에도 개발의 바람이 불면서 1967년부터 성읍리 2492번지 일대가 축산단지로 변하기 시작했다. 행정당국은 이곳에 입주민 33세대를 선정, 세대당 목장용지 4만5000평, 주택, 축사, 소 20마리씩을 구입하도록 했다. 그 면적이 자그만치 200여필지 170만평에 이르렀다. 이를 담보로 사업자금을 가구당 140만원씩 장기 저리자금으로 융자하도록 알선하기도 했다. 하지만 입주자들 중에 정작 축산에 관심을 둔 입주자는 절반도 되지 않았다고 한다.

진용(陳容)이 이러니 축산단지의 실패는 시작부터 잉태되고 있었다. 파탄의 조짐은 빠르게 다가왔다. 축산단지가 제대로 가동 되기 전에 소값 파동이 발생, 자산인 소값이 반토막, 세토막 나기 시작했다. 대출이자 갚기가 어려워지자 은행이 재촉에 나섰다. 당국도 입주민들에게 땅을 팔도록 유도하면서 광활한 토지는 불과 몇년사이 원양어선 경영인에게 통째로 넘겨졌다. 이어 1980년대 최대 어음사기사건의 주역인 '이철희-장영자 부부'가 이를 넘겨 받은 뒤 주변의 토지들도 매입, 규모는 300만평에 이르게 되었다.(지금은 모 법인의 소유로 족보를 옮겼다.)

역사에서 가설은 별 의미 없는 한숨에 불과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인간은 과거의 잘못을 반추함으로써 교훈을 얻고 더 나은 미래로 나갈 수 있다. 그렇다면 그 때 당국이 좀 더 치밀하게 정책을 수립하고 지도해 나갔다면 어땠을까, 축산전문 농가들로 입주자를 제한하고 이들에게 계획적인 축산을 유도했으면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축산진흥 정책을 쓰면서 외국산 소를 수입하는 상반된 정책을 폈어야 했는가. 차라리 행정이 아무런 정책도 펴지 않았다면 그 광활한 토지는 지금도 주민들의 자산으로 남지 않았을까. 결국 성읍리의 토지대란-주민들의 비탄-은 당국이 일관성도, 전문성도 없이 주민들을 현혹(眩惑)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 시행착오는 극복되었는가. 최근 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마을 투자유치단을 보면서 문득 성읍리의 아픔이 반추된다. 2년전 서귀포시 어느 마을 이장이 들려준 이야기는 아직도 과거의 위험이 상존하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행정의 권유로 마을투자유치단에 참여한 이 마을에 당국의 소개로 투자자가 나타났다. 이장과 만나 마을 토지보유 상태 등을 물어보고 갔는데 그 업자가 내민 명함에 적인 전화번호로 연락했더니 유령회사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당국이 마을투자유치단을 조직, 투자유치를 권장하는 취지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자칫 잘못하면 전문 토지투기꾼들에게 농락 당할 소지도 많다. 이를 예방하려면 투자유치단에 법률전문가 등을 참여시켜 투자협정의 문제점을 간파하고 이익을 지켜 줄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먼저 마련해야 한다. 제주의 모든 땅이 개발돼야 한다는 당국의 시책도 마땅하지 않다. 자연 그대로 남아 있는 토지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이를 지키도록 유도하는 정책은 언제면 볼 수 있을 것인가.<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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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1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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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43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
공감 2011.03.01 (07:08:44)삭제
. 과거에 그런일이 있었다면 최소한 타산지석으로 삼아 다시 행정당국이 그런일을 주도하는 실수를 하지 말아야 하는데, 업적을 우선시하는 성급한 태도들이 여전히 아쉽습니다. 홍콩, 방콕, 하와이를 가서 모델을 삼을때 그곳 원주민의 삶의 모습을 잘 분리해서 본다면, 겉으로 드러난 개발의 모습과 실상이 어떻게 다른가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텐데, 스스로 문짝을 뜯어내면서 그걸 발전이라고 믿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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