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찬 맛집을 찾아서](3)구좌읍 동복리 '해녀촌'

[당찬 맛집을 찾아서](3)구좌읍 동복리 '해녀촌'
싱싱한 생선회와 쫄깃한 국수의 동거
  • 입력 : 2011. 03.05(토) 00:00
  • 문미숙 기자 m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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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싱한 회가 얹어진 회국수를 젓가락으로 쓱쓱 비벼 한 입 가득 넣으면 국수의 쫄깃함과 생선회의 담백함에 입안이 절로 행복해진다. /사진=강희만가지

국수와 회·야채 쓱쓱 비벼먹는 맛 일품
성게알 푸짐한 성게국수엔 바다향 가득

제주시 동복리 해안가에 도민은 물론 관광객들의 입소문으로 제법 유명한 식당이 있다. 바로 '해녀촌'이다. 신선한 회 등 해산물을 파는 식당인데, 최고 인기음식은 '회국수'와 '성게국수'다.

식당 주인은 신상보(65)·김행열(66)씨 부부. 횟감 손질 등 주방장 역할까지 직접 도맡아하는 식당 경영만 40년이 넘는 베테랑이다. 현재 장소에서 식당을 꾸린지도 30년 가까이 됐다.

회를 전문으로 팔던 식당에서 '회국수'라는 메뉴를 선보이기 시작한 것은 8년 전부터다. 일반음식보다 비싼 회를 부담스러워하는 관광객들을 위해 저렴하게 회를 맛볼 수 있는 메뉴를 개발하면 어떨까 싶어 신씨가 떠올려낸 메뉴다.

왠지 언뜻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 '회'와 '국수'의 만남인 '회국수'를 메뉴로 내보이자는 신씨의 제안에 부인 김씨는 극구 말렸지만 남편의 고집은 꺾지 못했다.

▲제주시 구좌읍 동복리에 있는 '해녀촌' 식당 주인 신상보·김행열씨 부부가 금방 요리한 회국수와 성게국수를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강희만기자

소문만으로 듣던 회국수맛을 조금이라도 빨리 맛보고 싶어 주문부터 했더니 부부의 손놀림이 바빠지기 시작한다. 신씨가 수족관에서 잡아올린 광어를 익숙하게 손질하는 동안 김씨는 국수를 삶아낸다. 찬물로 헹궈낸 국수를 커다란 접시에 맨 먼저 올리고 갓 썰어낸 광어회와 상추, 깻잎, 당근 그리고 매일 한솥 가득 만든다는 윤기나는 고추장을 듬뿍 얹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참기름과 깻가루를 뿌려내 손님상에 낸다.

젓가락으로 쓱쓱 비벼 국수와 회를 함께 한 입 가득 넣으니 국수의 쫄깃함과 회의 담백함에 입안이 절로 행복해진다. 별미란 바로 이런 음식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닌가 싶다. 딸린 음식이라야 미역된장국에 배추김치, 나물무침이 전부일 뿐인데 뱃 속이 든든하다.

"국수에 얹는 횟감은 딱히 정해진 게 없다. 철마다 많이 잡히는 최고 선도의 활어를 쓴다. 회를 맛보니 소주 한 잔이 생각난다는 손님들도 적잖다."

손님 중에 혹시 회를 먹지 못하는 손님을 위해 회국수와 함께 내놓기 시작했다는 '성게국수'도 인기가 많다. 노란 성게를 푸짐하게 곁들인 국물이 감칠맛난다. 별도의 육수없이 성게만으로 맛을 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진한 국수맛에 바다향이 함께 실려오는 듯하다.

회국수가 처음부터 인기가 좋았던 건 아니라고 했다. 메뉴판을 보고 회국수가 어떤 음식이냐며 묻는가 하면, 낯선 이름에 주문하는 이들도 띄엄띄엄했다. 한번 맛본 이들의 반응이 괜찮은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알게 모르게 회국수 주문이 조금씩 늘어나는가 싶더니 3~4년 전부터는 식당으로 손님을 끌어들이는 최고의 효자메뉴가 됐다. 여름철이 최고 성수기지만 도민과 관광객의 발길이 연중 끊이지 않는다.

▲노란 성게를 푸짐하게 곁들여 국물이 감칠맛나는 '성게국수'도 별미다.

"손님의 90% 이상이 회국수와 성게국수를 함께 주문한다. 메뉴판을 보지도 않고 식당안에 들어서면서 시킨다. 어떻게 회국수를 알았냐고 물어보면 주변에서 들었다고 하더라. 입소문이 참 무섭긴 무섭구나 했다. 난 인터넷을 못하는데 우리 음식을 사진으로 찍어서 올려주는 이들도 많다고 들었다."

"맛있게 잘 먹었다"며 국물 하나 남기지 않고 깨끗하게 비운 그릇에서 회국수와 성게국수의 원조라는 자부심을 갖는다는 신씨 부부. 가장 기억에 남는 손님을 물었다. 그랬더니 손님이 유난스레 몰려들던 날, 식당 밖에서 1시간이나 기다리고, 겨우 자리를 잡아앉고서도 1시간이나 더 기다려 회국수를 먹고 간 관광객이 있다고 했다. 그 손님은 "꼬박 2시간을 기다렸는데 음식맛이 좋으니 기다린 보람이 있다"는 말을 남겼다. "이 정도면 다른 곳에서는 쉽게 맛볼 수 없는 회국수라는 입소문이 제법 많이 난 것 아니겠느냐"며 크게 웃는 부부다.

해녀촌은 동복 바닷가와 바로 접해 있다. 음식을 맛보면서 눈시리게 파란 청정 제주바다 내음과 파도소리는 해녀촌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덤이다.

식당은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문을 연다. 회국수와 성게국수 가격은 각각 7000원. 783-5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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