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24일)은 세계결핵의 날스트레스 등 원인 20대 많아완치가능…치료 완료 중요
병원을 찾은 20대 여대생은 한달 전부터 기침이 시작됐고, 밤에는 식은땀과 미열이 났으며 체중도 줄었다고 했다. 그리고 종합감기약을 먹으면 약간 나아지는 듯해 그대로 지냈으나 며칠 전부터는 가래에 피가 섞여 있어 병원을 찾았다는 것이다. 흉부방사선촬영과 가래검사가 시행됐고, 폐결핵으로 최종 진단됐다.
▶결핵="지금도 결핵에 걸리는 사람이 있나요?" 결핵이라는 병은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던 익숙한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예전의 흑사병처럼 한때 있었던 전염병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통계는 결핵이 결코 과거의 병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결핵은 전 세계적으로 연간 신규발생 환자수가 약 900만명, 사망자수는 약 200만명에 이른다. 우리나라에서도 매년 3만5000명의 새로운 환자가 발생하고, 2300명 가량이 매년 결핵으로 사망한다. 문제는 새로운 환자수가 줄어들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결핵은 공기 감염을 통해 침투한 결핵균이 우리 몸의 면역력이 저하되는 순간 활성화돼 각종 장기에 질병을 일으키는 것을 일컫는다. 결핵은 인류 역사에서 가장 많은 생명을 앗아간 전염성 질환으로 기원전 7000년경 이집트의 미라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영국의 시인 존 키츠 (John Keats)는 결핵 환자를 보면서 "젊은이는 창백해지고 망령처럼 여위어 죽는다"라고 묘사했는데 결핵은 이처럼 심한 쇠약 증세를 일으켜 사망에 이르게도 한다. 천재로 알려진 데카르트, 칸트, 스피노자, 도스토예프스키, 발자크, 쇼팽, 까뮈, 이상 등이 모두 결핵으로 사망했다.
오늘(24일)은 세계결핵의 날이기도 하다. 제주대학교 병원 호흡기 내과 이종후 교수의 도움으로 결핵 중에서 특히 폐결핵에 대해 알아본다.

▲정상 성인(왼쪽)과 폐결핵에 의해 손상된 환자(오른쪽)의 흉부방사선 사진. /사진=제주대학교병원 제공
▶감염 및 발병=폐결핵의 감염은 폐결핵 환자가 기침했을 때 분출하는 작은 비말(飛沫=날아 흩어지거나 튀어오르는 물방울) 속 결핵균이 다른 사람에게 흡입돼 일어난다. 폐결핵에서는 감염과 발병을 구별해 이해해야 한다. 결핵균에 노출되면 약 절반의 사람에게서 감염이 일어나고, 감염자의 약 90%는 평생 병이 일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결핵균에 감염됐다고 모두 결핵환자는 아닌 것이다. 이를 잠복감염이라 하는데, 결핵균이 우리 몸 안에 있으나 면역기전에 의해서 억제돼 있는 상태로 증상도 없고, 흉부방사선 검사도 정상이다. 단지 결핵 피부반응검사만 양성으로 나타나는 건강한 상태를 의미한다. 하지만 감염 후 5%의 환자는 바로 결핵이 발병할 수 있는데, 이는 결핵균에 대해 저항력이 약한 사람에게서 일어난다.
그리고 약 5%의 사람에게서 감염 이후에 상당한 세월이 지나 발병하게 된다. 결핵균을 억제하고 있던 사람의 저항력이 약해질 때 휴면상태에 있던 균이 활동을 재개해 발병하는 것이다. 성인에서 발병하는 대부분의 폐결핵은 이러한 2차성 결핵이다.
국내 현황을 보면 폐결핵이 주로 70세 이상의 고령 환자와 20대 환자에서 가장 많은 분포를 보이는데, 고령 환자의 여러 요인들, 즉 당뇨병, 간경변, 혈액투석, 항암제 또는 스테로이드 내복 등이 결핵의 발병과 연관이 있다. 20대 환자의 경우는 과로, 스트레스, 무리한 다이어트 등이 면역력을 저하시켜 결핵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증상=폐결핵 환자의 흔한 증상으로는 기침, 가래인 객담 (또는 혈담), 발열, 그리고 전신적인 무력감과 체중감소를 꼽을 수 있다. 이러한 증상들은 폐결핵 환자에서만 나타나는 고유한 것이 아니어서 폐결핵의 진단을 늦추곤 한다. 위 호흡기 증상들은 환자 자신이나 의사들에 의해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흡연이나 감기, 기관지염과 같은 다른 폐질환의 증상 등으로 취급돼 초기에는 진단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대체로 기침과 객담 등의 증상들이 낫지 않고 2주 이상 장기간 지속되는 경우에는 반드시 폐결핵에 관한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20~30%의 환자에서는 폐결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없으며, 이런 환자들은 건강검진에서 우연히 진단되곤 한다.
▶치료=폐결핵의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꾸준하게 약제를 복용하는 것이다. 현재는 결핵약이 치료에 도입되면서 거의 완치가 가능하게 됐고, 결핵약에 내성을 가진 폐결핵이 아니라면 치료기간은 6개월간의 치료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증세가 일시적으로 호전됐다고 약물의 복용을 중단하게 되면 치료에 실패하거나 재발의 확률이 크게 높아진다. 문제는 불규칙한 약제 복용으로 폐결핵이 여러 결핵약제들에 내성을 보이는 다제 내성 폐결핵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이 경우 부작용이 많은 약제로 변경해야 하고 치료기간도 최소한 18개월 이상으로 연장될 뿐만 아니라, 약제를 변경하더라도 치료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게 된다. 따라서 폐결핵치료에서 가장 중요하게 강조되는 것은 환자가 치료를 완료하는 것이다.
/조상윤기자 sycho@ihalla.com
[Q & A ]
1.주위에 결핵 감염자가 없는데, 왜 폐결핵에 걸리나=성인에서의 결핵은 대부분 2차성 결핵으로, 예전에 공기감염을 통해 몸 안에 잠복해 있던 결핵균이 면역이 저하된 상태에서 활동성으로 발병해 폐결핵을 일으킨다.
2. 결핵을 치료받고 있는데, 가족에 전염되는 것이 걱정된다=결핵치료를 올바로 받고 있으면 전염성이 있는 환자라도 전염성이 없어져 가족과 함께 생활하는데 큰 문제가 없다. 통상적으로 결핵치료를 받기 시작하면 2주 이내에 전염성이 대부분 소멸된다. 따라서 가족과 다른 방을 사용한다든지, 식사를 따로 하거나 환자가 사용한 의복이나 식기 등을 따로 소독할 필요가 없으니 안심해도 좋다.
3. 결핵을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폐결핵을 완전하게 예방하는 방법은 없다. 운동과 균형 있는 식사를 통해 전반적인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좋은 예방법이다.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의 경우, 결핵균에 감염됐을 때는 폐결핵뿐만 아니라 치명적인 결핵성 뇌막염이나 결핵성 골수염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BCG 접종을 하는 것이 권장되고 있다.
4. 결핵에 좋은 음식이 있나=폐결핵은 무조건 잘 먹어야 치료될 수 있는 병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결핵 치료에는 특별히 좋은 음식과 나쁜 음식이 따로 없다. 좋아하는 음식인데 괜히 안 먹을 필요도 없으며, 반대로 싫어하는데 남들이 좋다고 해서 억지로 먹을 필요도 없다. 충분한 영양공급과 규칙적인 식사를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5. 폐결핵은 한번 완치판정을 받으면 재발하지 않나=폐결핵은 홍역과 같은 바이러스 질환이 아니므로 폐결핵이 완치된다고 하더라도 항체가 생기지는 않는다. 사실 우리나라는 아직 폐결핵의 발병율이 높은 편이므로, 면역이 떨어지면 언제든지 폐결핵이 재발할 수 있다. 오히려 재발하는 경우 여러 결핵약에 내성을 가지는 다제 내성 폐결핵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14%나 되기 때문에 이전에 폐결핵 병력이 있는 사람들은 평소 건강관리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전문의 의견/이종후 호흡기 내과]"결핵퇴치 힘 모아야"
결핵은 여전히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는 무서운 질병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OECD 국가 중 결핵의 발병율과 사망률에서 모두 1위를 기록하는 불명예를 가지고 있다.
폐결핵의 증상은 다른 호흡기 질환들과 구분하기 어렵고, 마치 감기의 증상과도 유사하기 때문에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방치될 수 있다. 이 경우 병이 진행해 환자 본인에게도 큰 문제이지만 공기를 통해 전파되는 전염성 질환이라는데 더 큰 문제가 있다. 따라서 장기간 지속되는 기침, 발열, 발한, 체중 감소 등이 있는 경우 병원을 찾아 흉부방사선검사 등을 시행해야 하고, 폐결핵으로 진단되는 경우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결핵은 정해진 치료 기간에 결핵약을 잘 복용하면 대부분 큰 문제없이 치료될 수 있다. 하지만 결핵약을 복용하면 수주내에 증상이 좋아져 자의로 약제 복용을 중단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몸 안에 남아있는 소량의 결핵균이 재발하고, 어떤 경우에서는 이전 결핵약에 내성을 보이는 다제 내성 결핵으로도 진행할 수 있다. 다제 내성 결핵은 최근에 사회적으로도 큰 문제가 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처음 발생한 폐결핵의 2.7%, 재발의 14%가 다제 내성 결핵으로 진단되고 있다. 다제 내성 결핵은 6개월 이상 매일 맞아야 하는 근육주사를 포함해 부작용이 심한 약제들을 18개월 이상 사용해야 하고, 결핵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병원에서 조차 치료 성공율이 60%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무서운 질병이다.
따라서 폐결핵을 진단받은 경우 전문의의 처방에 맞추어 정해진 기간 동안 결핵약을 잘 복용해야 하며, 공기를 통해 전염되므로 결핵약 복용 후 2주까지는 가급적 다른 사람들에게 옮기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결핵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며, 우리 가족 더 나아가서는 우리 사회를 위해 반드시 퇴치돼야 하는 전염성 질환으로 사회 구성원 모두가 결핵 퇴치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
결핵에 걸리지 않는 가장 좋은 예방법은 과로를 줄이고, 스트레스를 적절하게 해소하며, 적절한 영양섭취와 꾸준한 운동을 하는 것이다. 나를 위한 가장 좋은 보험은 평소의 꾸준한 건강관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