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이스 웨인(1860~1939, 영국)은 의인화한 고양이 그림때문에 유명해진 화가이다. 그러나 루이스는 1917년 57세 나이에 정신분열증세를 보이기 시작해 1924년에 정신이상 판정을 받았다. 정신분열증세를 보이기 전에 그렸던 그림의 고양이들은 익살스런 모습이었다.(사진 왼쪽 ) 그러다가 정신분열 초기에 접어들며 그린 고양이의 그림(사진 가운데), 정신분열증 말기에는 점점 고양이의 모습이 해체되고, 거의 추상형태로 일정한 패턴을 가지고 있는 그림이 된다.
학회서 '조현병'으로 병명 바꿔다양한 원인서 비롯된 증후군조기발견·재발방지 치료 관건
# 성격이 내성적이며 남들과도 잘 어울리지 않던 22세 남자 대학생이 2개월 전부터 누군가 인공위성으로 자신을 감시하고 있으며, 이웃집 남자가 자신을 호모라고 흉보는 소리가 들리고, 그런 자신에 대한 이야기가 TV를 통해서 보도돼 남들이 다 알고 있다고 했다. 면담 중 때로 기분이 좋은 듯 혼자 킬킬대고 웃다가 허공을 가리키며 욕을 하고, 자주 말을 하다가 갑자기 중단하며 멍한 모습을 보이곤 했다.
# 35세 남자 환자는 대학 2학년때 정신분열병으로 2개월간 입원치료를 받았다. 퇴원 후에 병이 없다고 우기며 제대로 약물치료를 받지 않아 지금까지 네 차례 더 입원치료를 받았다. 결국 대학도 마치지 못했고 요즘은 TV만 보며 혼자 집에서 지낸다. 꾸준히 약은 먹고 있지만 혼자 빙긋이 웃는 것 외에는 얼굴 표정이 별로 없으며, 시키는 일 만 할 뿐이고 묻는 말에만 대답하고 자발적인 행동은 거의 없다.
▶정신분열병=정신분열병(Schizophrenic disorder)은 정신장애 중 가장 고약하고 파괴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성인의 10대 장애 원인 중 하나이며. 평생 인구의 1% 정도가 이 병을 앓게 된다. 특히 주로 학습과 경험이 가장 활발히 요구되는 청소년기와 성인초기에 발병해 보통 수년이상 수십년 동안 지속되기 때문에 당사자와 가족에게 끼치는 경제적, 심리적 피해는 심각하다. 또 병이 재발하고 오래 될수록 정서적, 인지적 능력이 어린애처럼 퇴행돼 독립적인 사회 적응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정신분열병은 오랫동안 무서운 질병으로 악명을 떨쳤기 때문에 대중에게 불필요한 오해와 편견을 불러일으키곤 했다. 때문에 최근 대한신경정신의학회에서 회원들의 합의를 거쳐 '조현병(調鉉病, Attunement disorder)', 즉 '신경계 혹은 정신의 튜닝(조율)이 적절하게 이뤄지지 않아 마음의 기능에 문제가 생긴 질환'이라는 과학적 해석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병명으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정신분열병은 지역이나 인종, 문화적 특성과는 관계없이 거의 비슷한 발병률을 보이고, 남녀의 차이도 없으나 여성에서 10살 쯤 늦게 발병하고 예후도 좋은 경향이 있다. 일반인구에 비해 자살률도 아주 높아 10명 중 한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과도한 흡연이나 알코올 남용·의존 증상이 흔히 같이 나타난다.
▶원인=정신분열병의 원인은 대단히 복합적이며 다양한 양상을 보이는 질환이므로 간단히 정의하기는 쉽지 않다. 정신분열병은 정신기능 중 대부분의 영역에 특이한 병적 변화를 일으키는 정신병으로 현재는 다양한 원인에서 비롯되는 하나의 증후군으로 간주한다. 발병원인에 있어 초기에는 다양한 사회심리학적 이론들이 득세했으나 최근에는 주로 유전학적, 생물학적 이론들이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 정신분열병은 출산전후에 이미 유전적 소질이나 뇌의 기능적 취약성이 잠재해 있다가 환경적 스트레스가 만나 쌓이면서 개인의 적응 한계를 넘어서면 결국 어느 시기에 질병으로 나타나게 된다는 주장이다. 생물학적 취약성이 클수록 환경이 좋아도 병이 생길 수 있고, 반면 생물학적 취약성이 적어도 환경이 아주 나쁘면 병이 생길 수도 있다는 뜻이다.
▶증상=정신분열병의 증상은 다양하다. 가장 흔한 형태가 '망상형'으로 주로 사고와 지각의 장애를 보인다. 혼자 기이한 자폐적 생각에 사로잡히거나, 망상(비현실적, 비논리적이며 설득되지 않는 잘못된 믿음)이 있다. 예를 들면 자신과 무관한 일을 자기와 결부시켜 잘못 믿거나(관계망상), 남이 자신을 감시하고 해치려 한다는 등(피해망상), 자신이 위대한 무엇이라고 믿거나(과대망상), 어떤 존재가 내 생각을 마음대로 조종한다거나(텔레파시나 최면술 따위), 다른 사람이 내 마음속의 생각을 알아챈다는 등의 기괴한 사고장애가 주류를 이룬다.
이와 함께 환각(외적인 자극 없이 혼자서 느끼는 것)도 많은데 가까운 곳에 사람이 없는데도 누군가 이야기하는 소리를 듣는 환청이 특징적이다. 때에 따라서는 환시나 환취 등이 동반된다. 병이 진행되면 현실 판단 능력에 장애가 생겨 자신이 치료가 필요한 병적 상태에 돌입했음을 알지 못하고, 여러 기괴한 정서나 엉뚱한 행동증상도 동반된다. 혼잣말을 하거나 혼자 웃는 것, 비현실적인 언행들이 그런 것을 반영하는 흔한 증상이다. 망상형 외에도 주로 말도 안하고 먹지도 않고 반응이 없이 그대로 있거나, 극심하게 흥분하는 행동장애를 주로 보이는 긴장형, 그야말로 횡설수설, 기괴한 언행 등을 보이는 혼란형 등이 있으나 현재는 비교적 드믄 형태이다. 그러나 이 같은 증상을 보이더라도 6개월 이내에 완치되는 급성의 경우는 정신분열병이라고 진단하지 않는다.
▶치료=치료에 있어 관건은 가능한 병을 조기에 발견 조처해야 하는 점과, 다시 재발하지 않도록 방지하는 것이다. 첫 치료 시작이 늦어질수록 치료반응도 나쁘고 재발 위험성이 커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급성기의 치료는 복합적으로 약물치료, 정신치료 등이 중심이며 회복기에는 재활치료 등이 필요하다. 대개 초기에는 병에 대한 인식이 없기 때문에 한 달 내외의 보호병동 입원치료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급성기의 치료는 무엇보다도 항정신병 약물의 투여가 일차적이다. 이 계통의 약물은 뇌 내의 신경전달물질(도파민, 노어에피네프린 등)의 농도나 수용체의 숫자 또는 예민도를 조절함으로써 여러 정신증상을 2~4주 내에 현저히 완화시키는 기능을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개발된 약물은 거의 증상의 감소를 목표로 하지만 확실히 원인을 제거한다고 자신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약물을 지속적으로 복용하지 않으면 3~4배 이상 높은 재발률을 보인다. 증상이 사라진 후에도 적어도 1~2년은 꾸준히 복용해야만 재발을 줄일 수 있다.
보다 중요한 것은 환자의 급성 증상이 어느 정도 가라앉아 현실감이 돌아온 후에 다시 빠른 시일 내에 사회에 복귀시키기 위한 환경요법과 재활요법이다. 말하자면 정신분열병은 재발이 잦은 만성적인 질병이기 때문에 원래의 가정과 사회로 다시 돌아 왔을 때에 얼마나 잘 적응하느냐가 바로 치료성패의 관건인 셈이다. 이때부터는 의료진의 역할보다 가족원과 모든 사회구성원의 환자에 대한 이해 및 수용태도가 더욱 중요한 것이다.
/조상윤기자 sycho@ihalla.com
[전문의 의견]"획기적인 대처법 기대"

이창인 정신과교수
정신분열병의 예후는 그다지 좋지 않다. 첫 발병했던 환자를 장기간 추적조사해본 결과 비교적 양호한 적응을 지속하는 예가 20~30% 정도, 재발을 했지만 그런대로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경우가 반 정도, 나머지 1/3 정도는 사회생활이 불가능한 정도의 기능저하를 보인다고 한다.
치료를 중단하거나 치료에도 불구하고 몇차례 재발하게 되면 점차 자발성과 의욕이 저하된다. 정서가 메마르고 언어와 사고내용이 빈약해지며,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집중도 잘 안돼 마치 무위도식하는 폐인처럼 점진적인 정신기능의 퇴행을 보이게 된다. 이런 상태는 재발이 반복되면 뇌 기능이 점진적으로 손상된다는 것을 의미하며, 후에 만성적 경과와 재발 가능성을 높이고 약물치료를 위시한 다양한 치료에도 좀처럼 좋아지질 않는다. 이런 경우에는 장기간 정신건강센터나 사회복귀시설에 참여함으로써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운이 나빠 이러한 질병으로 의사의 도움이 필요하면 아무리 어렵더라도 믿을만한 한 의사에게 지속적으로 치료를 맡기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 왜냐하면 어떤 약물로 치료해도 금방 좋아지지 않는 환자가 많으면 30~40%에 이르기 때문에 단지 의사를 바꿈으로써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의사는 환자를 '고통을 받는 한 인간'으로서 오랜 시간 성의를 다 해 치료해야 하며, 환자나 가족은 의사와의 신뢰를 통해 협조해 충분한 기간 투병을 해야만 재발과 기능저하를 최소화 시킬 수 있다. 재발될수록 뇌의 기능손상과 필요한 치료 기간이 급속히 늘어나 두 번 이상 재발되면 평생 약물을 끊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예전에는 현 상황에서 어쩔 수 없다는 변명으로 사회에서 추방된 채 부적절한 수용시설에서 폐인으로 몇년씩 또는 평생을 보내는 환자들이 있었다. 그러나 10여년 전부터 국가적 사업으로 국민의 정신보건 향상을 목적으로 전국적으로 정신보건센터와 사회복귀시설이 운영되면서 만성 정신분열병 환자의 기능향상과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이 경주되고 있다. 현재도 높은 치료효과와 적은 부작용을 보이는 많은 약물들이 개발됐고, 수많은 뇌 과학자들이 질병의 원인을 밝히고 치료할 수 있는 방법들을 개선하고자 애쓰고 있기 때문에 머지 않은 미래에 획기적인 대처법이 나올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