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한라일보(4월9일자 1면) '어떵살암수과'를 통해 양대성 전 제주도의회 의장의 근황을 접했다. 현재 제주시 노형동에 조그만 가게를 내서 수경재배와 새싹채소 재배사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새싹채소는 땅 대신에 베란다나 거실, 부엌에서 간단한 용기와 깨끗한 물만 가지고 재배가 가능하고 노인, 어린이, 주부 등 식구들의 조그만 정성이 있으면 청정채소를 재배할 수 있으며 실내 환경조성과 정서순화에도 매우 좋다"며 예찬론(禮讚論)을 들려주고 있다.
양 전 의장이 농촌기술원 출신으로 농업 전문가라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래서 자신이 직접 수경재배와 새싹채소 재배에 나선다고 해도 놀라운 일은 아니다.
칼럼자가 주목했던 부분은 다른 대목에 있다. 그는 "대체로 퇴직을 하면 당사자는 물론 사회적인 인식도 그렇듯이 자식과 정부에 기대하고 불만을 표출하면서 자신을 포기하는 경향이 짙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남은 인생의 목표는 부담스럽고 미움을 주는 노인이 아니라 사랑받고 존경하는 노인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생의 슬로건도 '소모적 노년에서 생산적 노인'으로 정했다고 한다. 진심으로 기립박수를 보내고 싶은 메시지다.
직장에서 퇴임하면 대부분 의기소침해진다고 한다. 후배들은 한, 두번 안부 전화를 하거나 점심식사를 한 뒤에는 거의 교류가 끊긴다. 배신감과 인간에 대한 회의, 고립감이 쓰나미처럼 밀려온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도 평소 제대로 보살피지 못했던 옛 동료들과 어울리기 위해 골프를 치거나 오름을 오른다. 그럼으로써 고립감에서 벗어난 것 같은 안도감을 갖게 된다. 이러한 느낌과 탈출 행위는 자연스러운 몸짓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거기에는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가듯 소모적(消耗的) 노년의 늪으로 빠져들어 갈 수밖에 없다.
좀 더 나은 사례는 없을까. 지난해 3월 '은빛 둥지에서 날아 온 소식'이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경기도 어느 지역 노인들의 이야기다. 그들은 퇴임 후 컴퓨터에 입문한 뒤 자신들을 계속 업 그레이드 시키더니 컴퓨터 전도사로 변한다. 컴퓨터가 '노인들을 위한 신의 선물'임을 뒤늦게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노인들에게 컴퓨터는 언제나 다정한 대화의 상대며 정보의 바다에는 언제나 싱싱한 고기와 같은 정보를 낚을 수 있음을 깨닫게 된 것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익힌 사진과 동영상 촬영·제작기술을 바탕으로 전국은 물론 심지어 외국까지 가며 직접 다큐멘터리를 제작·발표하고 있으니 놀라운 일이다.
이들 노인들의 시각에서 본다면 퇴임 직후의 나이는 새로운 노년기로 접어드는 문턱이며, 그들의 할 일은 너무나 많다고 충고할지도 모른다. 주변을 둘러보면 그들의 손길과 인생의 노하우를 필요로 하는 곳은 또 얼마나 많을 것인가. 그곳에 희생과 봉사만 있는 것도 아니다. 헌신의 강도에 맞는 보람과 희열이 없을 수 없다.
제주에도 공직생활에서 고위직을 맡았던 공직자들은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하지만 퇴임 뒤 사회봉사에 나서는 이들은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항상 관공서 주변의 자리를 기웃거리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공직을 국민의 공복이라는 의식보다 관존민비(官尊民卑)의 시각으로 살아온 것은 아닐까 여겨지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양대성 전 의장은 좋은 본보기를 보여주고 있다. 지역의 존경받는 원로는 고위직을 지냈다고 자동으로 편입되는 윗자리가 아니다. 그들의 삶과 자취가 제주사회에 긍정적 메시지를 던지고 가치있는 길이 될 때 뒤따라가는 행렬도 생겨날 수 있는 것 아닌가?
<논 설 실 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