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신경계 질환으로 대부분 원인 알 수 없는 특발성
60세 이상 100명중 1명 환자… 약물치료 가장 중요
60대의 K씨는 건강에 자신이 있었다. 고혈압이나 당뇨병도 없었고, 평소 술·담배도 하지 않았다. 2년 전쯤부터 가끔 오른손이 떨리기는 했지만, 일상생활에 불편함은 없어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고 지냈다. 그러다 6개월 전부터 옷을 갈아입거나 목욕할때 예전보다 둔해지고 시간도 오래 걸렸지만, 나이가 들어 그러려니 하고 지냈다. 그리고 한두 달 전부터 눈에 띄게 행동이 둔해져 경우에 따라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기도 했으며, 걸음이 느려지고 가끔 종종걸음으로 걷다가 넘어질 뻔한 적이 있어 병원을 찾았다.
진찰결과 우측 손과 발에서 안정시 떨림이 있었고, 얼굴도 대체로 무표정했다. 근력이 저하되지 않았음에도 좌측에 비해 우측 팔다리에서 전반적으로 행동이 느려지는 서동증이 있었다. 더불어 우측 팔다리가 뻣뻣한 강직이 있었으며, 전반적으로 행동거지가 느려져 있었다. 뇌자기공명영상(MRI) 검사에선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 환자는 특발성 파킨슨병으로 진단됐으며, 파킨슨병에 대한 약물 복용을 시작했다. 2개월여에 걸쳐 약물복용 결과 현재는 떨림, 서동증, 경직 증상들이 매우 호전됐고 보행이나 일상생활에 별다른 불편없이 생활하고 있다.
▶파킨슨병=파킨슨병은 나이가 들면서 나타나는 뇌신경계 질환이다. 손발이 떨리고(진전), 행동이 느리고(서동), 몸이 굳으며(강직), 걸음걸이가 나빠지는(보행장애) 증상들이 특징이다. 이 외에도 말소리가 잘 안 나오거나 얼굴표정이 없어지거나 하는 증상들도 보인다. 때문에 주위 사람들로부터 '행동이 굼뜨다', '느리다', '힘이 없다'라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파킨슨병은 비교적 흔한 질환으로, 간혹 젊은 나이에 발생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50대 이후에서 증상이 나타난다. 나이가 들수록 파킨슨병 환자가 많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60세 이상 노인에서는 대략 100명 중 1명이 병을 앓는다고 추정하고 있다. 나이가 들어 파킨슨 증상이 나타나도 단순이 노화현상으로 생각해 무심히 지내는 경우를 감안한다면 실제 발병율은 이보다 많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노인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파킨슨병으로 진단받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증상=파킨슨병의 증상들은 수개월에서 수년에 걸쳐 서서히 나타나고 진행한다. 때문에 파킨슨병을 가진 당사자가 자신이 증상을 갖고 있는 것을 알지 못하고, 가족이나 친구들이 떨림이 있거나 행동이 느려졌다고 알려주는 경우도 있다. 파킨슨병에서 나타나는 증상들은 한꺼번에 나타나지 않고 단계적으로 나타나며, 파킨슨병의 증상들이 모든 환자에서 전부 나타나지 않기도 한다. 사람에 따라 시작하는 증상들이 다를 수도 있고, 어떤 파킨슨병 환자에서 나타나는 증상이 다른 파킨슨병 환자에서는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파킨슨병의 진단은 전문의의 진찰을 필요로 한다.

▲좌측(정상인) 영상에 비해 우측(파킨슨병 환자) 영상에서 도파민 신경세포 활성이 감소된 것이 관찰된다.
▶원인=파킨슨병의 원인은 주로 도파민이라는 뇌의 신경전달물질과 관련이 있다. 도파민을 생성하는 신경 세포들은 뇌의 흑색질이라는 곳에 분포하고 있으며, 이 신경 세포들이 손상됨에 따라 도파민이 부족해지면서 파킨슨병의 증상들이 나타나게 된다. 도파민성 신경세포들의 손상은 정상적인 노화로 인한 손상보다 빠르게 진행하며, 이에 따라 파킨슨병의 증상들도 진행된다.
흑색질의 도파민성 신경세포가 손실되는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하게 밝혀져 있지 않지만, 지금까지의 연구들에 의하면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모두 관여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진단=파킨슨 증상이 나타나는 병은 여러 가지가 있다. 원인이 뚜렷하게 밝혀지지 않은 특발성 파킨슨병이 대표적이며, 우리가 일반적으로 파킨슨병이라고 하는 것은 이 특발성 파킨슨병을 말한다. 파킨슨 병과 유사하지만 다른 신경퇴행성 증상들이 동반되는 비정형 파킨슨 증후군이 있으며, 다계통 위축증, 진행성 핵상마비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 외에도 약물, 혈관성, 연탄가스, 감염후 뇌병증 등의 다른 원인에 의한 2차성 파킨슨 증후군도 있다.
이런 병들은 초기 증상이 유사해 구분이 쉽지 않으므로 신경과 전문의의 진찰이 필요하다. 앞으로 병의 예후를 예측하고 치료계획이나 대책을 마련하는데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파킨슨병과 유사한 다른 질환들과 감별 진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파킨슨병의 확진은 뇌조직 검사를 해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일반적으로 파킨슨병의 진단은 환자가 호소하는 병의 경과와 임상 증상 등으로 결정하게 된다. 파킨슨 병은 서서히 진행되므로 병의 초기에 증상이 미묘한 경우에는 진단이 어렵고 다른 파킨슨 증후군들과 구별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이런 경우 의사는 한번에 진단을 내리기보다는 환자의 경과를 더 지켜보고자 한다. 또는 파킨슨병에 경험이 많은 다른 전문의사에게 의뢰할 수도 있다.
▶치료=파킨슨병의 치료는 약물치료, 물리치료, 수술 등 3가지가 있다.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것은 약물치료이다. 파킨슨병의 증상을 완화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약물은 여러 종류가 있으며, 그 약물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효과를 보인다. 레보도파가 가장 대표적인 약물로, 입으로 복용하는 경구형 제제로서 위에서 흡수된 후에 뇌에서 도파민으로 바뀌게 돼 파킨슨병 환자에서 부족한 도파민을 보충함으로써 파킨슨 증상을 완화시킨다. 레보도파가 개발되기 이전에는 파킨슨병은 수명을 단축시키는 불치의 병이었지만, 레보도파를 비롯한 여러 약물들이 개발된 후로는 파킨슨병으로 인해 수명이 줄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약물치료와 더불어 물리치료 역시 중요한 치료법이다. 파킨슨병 환자들은 서동증이나 경직 증상 때문에 평소 운동량이 줄어든 경우가 많으며, 이로 인해 관절이 굳고 통증이 심해지기도 한다. 이런 경우 물리치료를 병행해 굳어진 근육이나 관절을 풀고 운동량을 증가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수영, 걷기, 체조 등이 파킨슨병 환자들에게 좋은 운동이며, 무엇보다 꾸준히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랜 파킨슨병으로 약물효과가 감퇴된 경우에 뇌수술을 고려해볼 수 있다. 그러나 환자의 나이, 동반증상, 약물반응 효과에 따라 수술에 의한 효과가 다르므로, 전문의와 상의해 결정해야 한다.
[ Q & A ]
1. 파킨슨병은 유전되나
=40대 이전의 젊은 나이에 파킨슨 증상이 나타나는 소수의 환자들에게서 유전적 원인이 발견되기도 한다. 그러나 50대 이후에 나타나는 일반적인 파킨슨병의 경우 부모나 형제자매가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서 병의 발생 위험이 약간 증가하지만 실제로 그 위험은 적다. 유전적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진 극소수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아직까지 특발성 파킨슨병이 어떤 이유로 발생하는 지는 잘 모르고 있다. 결론적으로 극히 드문 경우를 제외하고는 특발성 파킨슨병이 유전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2. 파킨슨병 환자가 피해야 하거나 특별히 섭취해야 할 음식이 있나
=파킨슨병 환자가 특별히 조심할 음식이나 몸에 좋은 음식이 따로 있지는 않다. 골고루 영양분을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파킨슨병에서는 변비가 흔히 발생하므로 평소 섬유질이 풍부한 야채 등을 충분히 먹고 수분섭취와 걷기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은 변비를 조절하고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
3. 파킨슨병이 사고력과 기억력에 영향을 미치나
=파킨슨병 환자는 가끔 혼돈이나 환각을 경험할 수도 있다. 이런 증상들은 약물치료의 부작용으로 나타날 수도 있으나 대부분은 파킨슨병이 오래 진행돼 나타나는 증상들이다. 파킨슨병이 없는 노인인구에 비해 파킨슨병이 있는 노인인구에서 치매가 발생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알려져 있다.
유감스럽게도 진행된 파킨슨병에 의해 나타나는 사고력 장애나 기억력 장애는 레보도파와 같은 파킨슨병 약물로는 해결할 수 없으며, 오히려 약물에 의해 악화될 수도 있다. 이런 경우 환자의 증상들을 고려해 약물 조절이 필요하게 된다. 파킨슨병과 관련된 치매는 병의 초기에는 거의 없고 파킨슨병이 상당히 오래 지속된 이후에 나타나게 된다. 그러므로 파킨슨병의 이른 시기에 사고력과 기억력 장애가 나타난다면 다른 병이나 원인에 의한 가능성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
/조상윤 기자 sycho@ihalla.com
[전문의 의견/송숙근(신경과)]"파킨슨병, 무섭지 않다"
파킨슨병은 비교적 흔한 신경계 질환이다. 정확한 수치는 알기가 어렵지만 전체인구 중에서는 약 1000명중 1명이 이 병을 앓고 있다. 60대 이상의 노령 인구에서는 1%, 즉 100명중 1명이 파킨슨병을 갖고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파킨슨병은 어느 연령에서도 발생할 수는 있지만 대부분 50살 이후에 많이 나타나며 연령이 증가할수록 파킨슨병이 나타날 가능성은 커진다.
과거에는 파킨슨병이라 하면 생소한 병명이었지만, 근래에는 파킨슨병으로 진단받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현대 산업사회로 인해 파킨슨병 자체가 늘어났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없다. 파킨슨병 환자가 많아진 것은 이 병에 대해 더 많은 것이 알려지고 진단 기술도 좋아진 원인도 있을 것이다.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노인 인구가 증가한 것도 또 다른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앞에서 이야기한 수치로 짐작해본다면 한 마을에 한두어명 정도는 파킨슨병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파킨슨병이라고 진단받으면 아주 희귀한 병이고 금방 죽을 병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을 보곤 한다. 파킨슨병이 완치가 되지 않는 병이라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치료가 되지 않는 병은 아니다.
수십년 동안 파킨슨병에 대한 많은 연구가 이뤄져 이 병에 대해 예전보다 많은 것이 알려져 있으며, 파킨슨병의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는 많은 약들이 개발됐고 또 개발 중에 있다. 이런 약물들을 적절하게 사용하면 오랜 시간 동안 파킨슨병 발생 이전과 큰 차이 없이 지낼 수 있다. 다만 파킨슨병은 환자마다 증상이 다르고, 환자의 나이나 생활습관에 따라 다른 동반되는 증상들의 여부에 의해 사용하는 약물의 종류, 용량, 복용횟수나 방법 등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다시 말해 환자 개개인의 상황에 따라 맞춤형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 따라서 파킨슨병 치료에 경험이 있는 의사와의 진료를 통해 지속적인 관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더불어 약물치료 외에도 꾸준한 운동 치료 등을 병행하는 것도 중요한 치료방법이다.
파킨슨병은 관리가 가능한 병이므로 막연히 두려워서 포기하지 말고 환자 자신에게 가장 맞는 치료법을 찾고 꾸준히 실행하면 충분히 건강하게 지낼 수 있다. 파킨슨병, 무섭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