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찬 맛집을 찾아서](7)연동 '느티나무'

[당찬 맛집을 찾아서](7)연동 '느티나무'
정성과 손맛으로 빚어낸 빙떡·꿩메밀칼국수
  • 입력 : 2011. 04.30(토) 00:00
  • 문미숙 기자 m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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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맛을 살린 '느티나무' 식당의 빙떡과 꿩메밀칼국수는 제주의 맛 그대로다. /사진=강희만기자

제주에서는 예로부터 메밀을 재배해 여러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 바람 거세고 돌이 많은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고 재배기간도 100일을 넘지 않았으니 논농사가 어려운 제주에선 더없이 적합한 작물이었다. 메밀을 주재료로 만든 음식을 꼽자면 빙떡과 꿩메밀칼국수다. 자연 그대로의 맛을 최대한 살린 담백하고 소박한 음식은 제주를 대표하는 맛이기도 했다.

제주시 연동에 있는 음식점 '느티나무'는 빙떡과 꿩메밀칼국수를 전통방식으로 이어가는 집이다.

음식 만들기를 좋아하던 문순희(54) 사장은 수 년 전 식당을 개업해 꿩메밀칼국수를 만들어 팔았다. 그리고 손님을 어떻게 끌어모을까를 고민하던 문 사장이 마케팅으로 선보인 게 바로 빙떡이다. 꿩메밀칼국수를 주문하는 손님상에 덤으로 빙떡 한 개씩을 냈는데 반응이 좋아 사먹을 수 없겠느냐는 손님이 생겨나면서 본격적으로 빙떡을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빙떡은 정성으로 빚는 음식이다. 마음이 불편한 상태에서 빙떡을 만드는 날엔 거짓말처럼 메밀반죽이 곱게 부쳐지지 않거나 무채를 넣어 마는 과정에서 터지곤 한다."

빙떡의 주재료는 메밀가루와 무가 전부다. 채썬 무는 삶지 않고 쪄낸다. 무의 단맛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서다. 쪄낸 무는 잔파, 소금, 깨와 약간의 참기름을 넣어 양념한다.

메밀가루는 밀가루나 계란 등 일체의 다른 재료를 쓰지 않고 차가운 육수와 소금을 넣어 반죽한다. 육수는 하루 전날 다시마, 대파, 무 등을 넣어 만들어 냉장고에 넣어뒀다 쓴다. 그렇게 부친 빙떡을 한 입 베어물자 메밀의 담백한 맛과 아삭거리는 무채의 시원한 맛이 어우러져 독특한 맛이 난다. '맛있다'거나 하는 구체적으로 딱히 설명할 수 없는 정겨운 고향의 맛이라고나 할까?

메밀은 칼로리가 낮고 섬유소가 풍부해 건강식으로 그만이다. 그런데 메밀엔 찬 성질의 소화를 방해하는 성분이 들어있어 소화효소가 많은 무를 넣어 만들어 먹었던 빙떡엔 조상들의 지혜가 깃들어 있다. 예전 제주여인들은 분만후 메밀가루를 푼 미역국이나 메밀가루를 물에 타서 익혀먹었다고 한다. 메밀이 산모의 피를 맑게 하는 작용 때문이다.

문 사장이 만든 빙떡은 2008년 제주를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의 밥상에 오르면서 화제를 낳기도 했다. 빙떡을 만드는 도내 30여곳의 식당 가운데 수 차례 맛과 모양·위생상태에 대한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 뽑힌 곳이 느티나무 식당이다.

"어릴적 외할머니가 만들어주시던 음식중에 제일 맛없는 게 빙떡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독특한 맛을 음미하는 나이가 됐고, 우리식당의 최고 효자음식이다."

메밀가루와 함께 추운 겨울 단백질 섭취에 그만이었던 꿩고기를 곁들인 음식인 꿩메밀칼국수도 대표적인 제주 음식이다.

꿩메밀칼국수에 쓰는 육수는 꿩고기를 뼈째 넣고 소금과 생강, 대파를 넣어 은근한 불에 너댓시간을 고아 만든다. 삶은 꿩고기는 찢어 놓는다. 메밀가루는 끓는 물로 익반죽해 밀대로 얇게 밀어 가지런히 썬다. 육수가 팔팔 끓으면 메밀칼국수, 무채와 찢은 꿩고기를 넣은 다음 소금간과 참기름으로 마무리한다. 완성한 꿩메밀칼국수를 그릇에 담고 그 위에 깻가루와 잔파를 얹는다. 넉넉하게 넣은 꿩고기와 잘 고아낸 진한 육수맛이 그만이다.문 사장은 빙떡과 꿩메밀칼국수는 물론이고 김치 등 모든 반찬에 조미료를 쓰지 않는다고 한다. 물론 손님들이 그 맛을 모를 리 없다.

빙떡은 개당 600원. 꿩메밀칼국수는 6000원이다. 영업은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742-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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