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5월16일) 본지에는 그 의미가 작지 않은 기사가 실렸다. 정부가 그동안 제주특별자치도에 위임했던 경관관리 권한을 국무총리실로 환원했다는 내용이다. 얼핏보면 단순한 일처럼 보이는 이 조치의 배경과 의미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 제주도정의 자치능력과 마인드가 어떤 방향으로 거듭나야 하는지를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임시국회에서 제주특별자치도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그 때 국제자유도시개발사업 중 경관법이 정한 개발행위와 경관과의 조화와 균형을 도모하기 위해 국무총리실 제주지원위원회에 부의해야 할 사항이 새로 추가되었다. 즉 경관정책의 변경이나 경관계획을 새로 수립할 경우, 그리고 특정규모 이상의 관광개발 사항에 대해서는 총리실의 심의를 받도록 강제화(强制化)한 것이다. 이를 쉽게 표현한다면 자기가 거느리고 있는 아랫사람에게 권한을 주고 일을 시켜보았는데 엉뚱하게 일을 벌이는 것을 보고 대형사고를 치기 전에 칼자루를 다시 빼앗은 경우와 다르지 않다.
어떤 일들이 총리실의 눈에 거슬렸던 것일까. 2~3년전 제주사회는 건축물 고도제한 문제가 거센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서귀포시 예래동 휴양주거단지의 경우 고도제한을 20m에서 지상 50층 240m로 완화했고, 제주시 노형동에는 고층빌딩이 허가됐거나 허가 과정에 있었다. 언론과 시민단체에서는 도정의 조치가 제주의 도시구조와 부조화스러운 난개발의 가능성이 높다며 반발했다.
그러나 도정은 이를 겸허히 수용하기 보다 오히려 민자유치의 성공적 사례로 홍보하기 급급했다. 이러한 문제를 심의하기 위해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누구 하나 제 목소리를 내는 이들이 없었다. 도의회 역시 눈을 감았음은 물론이다.
그 무렵(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어느 국무총리가 제주를 방문했다. 그는 제주에서 벌어지는 초고층빌딩 건축 소식을 듣고 경악하며 대노(大怒)했다. 그리고 관련 전문가를 총리실로 초빙, 제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초고층빌딩의 건축 배경과 진행과정, 문제점 등을 청취했다. 그 결과는 제주경관관리 권한의 환수로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제주특별법 개정 때마다 제주자치도는 더 많은 권한을 달라고 요구하고, 정부는 시기상조론으로 대응한다. 그런데 정부가 제주도시의 경관을 자치적으로 꾸며보라고 했던 주었던 권한을 다시 돌려 받았다면 이는 '특별자치도'의 자치능력에 경고음을 보내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부의 조치가 섣부르거나 자율성을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반론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제주사회 내부에서부터 문제 제기가 이루어져 왔던 사안이라면 반론의 호소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놀라운 것은 이에 대한 도정 내부의 반성이나 평가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실수하지 않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도정도 시행착오를 범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처절한 반성을 통해 다음에 다가올 문제들을 예방하거나 행·재정적 낭비를 막는 지혜가 된다. 그런 과정을 통해 도정도 성숙하고, 선진적 시스템으로 거듭날 수 있다. 그렇다면 도정의 침묵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뼈아픈 성찰의 표현인가, 아니면 반발의 또 다른 몸짓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경고음(警告音)을 경고로 듣지 못하는 무감각 때문인가.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하는 상황이다. 침묵이 여기에 해당한다면 제주특별자치도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할 수 밖에 없다. 난개발 시책으로 인한 문제는 고층건물의 허가에만 그치지 않는다. 최근 제주사회에 논란이 일고 있는 여러 환경영향평가를 둘러싼 사안들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그래서 도정이 침묵하는 이유가 더욱 궁금하다.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