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DC와함께하는톡톡튀는 논술학교](4)시와 논술 (하)

[JDC와함께하는톡톡튀는 논술학교](4)시와 논술 (하)
한 편의 詩 통해 개인적 사회적 삶의 문제 진지한 탐구
  • 입력 : 2011. 06.13(월) 00:00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여러 삶의 문제 등을 진지하게 탐구하게 만드는 시는 논술의 좋은 재료가 된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열린 시사랑 학생시낭송 대회. /사진=한라일보 DB

인간 소외 지적한 현대시 수시모집 논술시험 문제로 출제
시는 어떤 대상이나 사물 다각도로 바라보는 안목을 키워


지난 회에 소개한 김기택의 '사무원'(본보 6월 6일자 10면)은 고려대학교의 2008학년도 수시모집 2차 인문계 논술시험문제의 세 번째 제시문으로 나왔던 작품이다. 이 작품을 활용한 논제와 출제자의 해설은 다음과 같다.



논제: Ⅱ. 제시문 (2)의 논지를 밝히고, 이를 바탕으로 제시문 (3)을 해설하시오. (40점)

이번 고려대학교 수시모집 2 논술은 '감정노동'의 문제를 중심으로 출제되었다. 감정노동이란, 서비스 산업 종사자 가운데 자신의 감정과는 상관없이 감정 규칙에 따라 고객을 대해야 하는 노동이라 정의할 수 있다.

'논제 Ⅱ'는 두 번째 제시문의 논지를 밝히고, 이를 바탕으로 세 번째 제시문인 시를 해설하도록 하였다. 이는 문학 작품에 대한 이해력을 측정하는 한편 개념적 이해를 문학작품을 통해 구체적으로 전개하는 인문학적 사유능력을 측정하기 위한 것이다.

제시문 (3)은 인간소외를 지적한 김기택의 시 <사무원>이다.

제시문 (2)는 (감정노동을 설명하고 그 노동을 수행하는 사람들의 심리적·육체적 문제점을 서술한 글로) 제시문 (3)을 감정노동의 일환으로 읽을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글이다. 학생들은 제시문 (2)의 논지를 참고하여 제시문 (3)의 시를 감정노동의 측면에서 해설할 수 있어야 한다.

-고려대학교 2008학년도 수시모집 2 논술(인문계)(2007년 11월 24일) 해설




▶노동의 노예된 인간의 모습 풍자

김기택의 '사무원'은 현대사회에서 노동의 노예가 된 인간의 삶을 풍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작품 속의 사무원은 물화(物化)[Verdinglichung=reification]가 되어가는 존재이다. 인간성을 상실하고 삶의 상황에 물화(物化)되는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인간 그 자체의 물화이기도 하며 인간행동의 물화 경향도 보여주는 존재이다. 인간 그 자체의 물화는 '인간이 노예상품이나 기계 체계의 일부로서 구성되어 있는 사태'를 말한다. 이 작품의 '그'도 30년 간 하루도 빠짐없이 의자에 앉아 꼭 같은 사무를 반복적으로 보고 있다. 매일매일 기계적인 생활을 하기 때문에 스스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삶을 상실한 채 '그'도 어느새 의자와 일체된 사물이 되어가고 있다.

또한 그는 '자유의지로는 어쩔 수 없는 사람의 흐름이나 군집화(群集化)한 사람의 움직임, 또는 행동양식의 습관적 고정화 등과 같이, 자기의 행동을 개개 인간의 힘으로는 조정할 수 없는' 의미에서 물화된 인간행동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인간의 물화 경향이 '감정노동'이라고 할 수 있다. 논술 문제를 보면, 이 시와 함께 제시된 (2)의 글은 '감정노동을 설명하고 그 노동을 수행하는 사람들의 심리적·육체적 문제점을 서술한 글'이다. '감정노동'은 미국의 사회학자 알리 러셀 혹실드의 연구에서 비롯되었다. 혹실드는 특정 사회나 문화 속에서 감정을 적절하게 제어하는 감정 규칙[feeling rule]에 따라 일을 하는 것을 감정노동이라 하였다.

위 시의 문장 종결을 보면 '~고 한다'는 서술어를 사용함으로써 남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럼으로써 모든 사람들에게 기계적인 노동에 얽매여 살아가는 부정적 삶의 현실에 대한 인식을 전파하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그'를 희화화함으로써 '그'가 행하는 노동의 삶을 풍자하고 있다. 밤낮으로 계속되는 '그'의 사무를 '의자 고행'으로, 그가 뒤적이고 기록하는 각종 장부는 '경전'으로, 상사에 대해 굽실거리면서 복종하는 모습은 '108배'로 희화화되고 있다.

▶시인마다 다른 눈으로 사무원 그려

그러면 우리가 이 시를 읽고 작품의 의미를 오로지 인간의 삶의 양식과 관련을 지어 해석한다면 이 시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우리는 이 시를 읽음으로써 사무노동자들의 기계적이고 비인간적인 삶의 현실에 눈을 뜨게 될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일들의 하나지만 우리들이 미처 인식하지 못하고 지나쳤던 일들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갖게 할 것이다. 그럼으로써 우리들에게 '사무원'이라는 특정 계층의 삶에 대해 바르게 인식하는 안목을 기를 수 있게 한다.

우리는 또한 이 시를 읽음으로써 시인(또는 시적화자)의 생각과 감정을 이해하고 공유하게 될 것이다. 이 시의 '그'는 자신의 감정을 지속적으로 억제하면서 사무를 보고 있다. 그의 지속적인 감정노동의 대가로 '상사'는 이익을 얻겠지만, '그'는 오랫동안 감정을 억제하게 됨으로써 자기 소외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우리들은 시인이 우리 사회에서 비정상적으로 수행되는 부조리한 노동의 삶, 현대인의 기계적이고 비인간적인 삶, 이로 인한 소외의 삶을 비판하고자 했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하게 될 것이다.

또 우리는 이 시를 읽음으로써 시인이 우리 사회의 어떤 대상과 현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을 인식하게 될 것이다. 사무원의 삶을 노래하더라도 시인마다 다른 시각으로 접근한다. 시를 읽는 독자의 관점과 다를 수도 있다. 독자들이 이 시를 읽고 감상하고자 할 때 '사무원'이라는 제목을 읽고, 넥타이를 단정하게 매고 의자에 앉아 일을 열심히 하는 회사원을 떠올릴 수 있다. 만약 그렇다면 이 시는 독자가 상상하는 사무원의 모습과 다른 삶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한 대상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관점들을 인식하게 될 것이다. 그럼으로써 어떤 대상이나 현상을 다각도로 바라보고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시 해석·감상할 때 전략적 접근 필요

그리고 우리 독자들은 이 시를 읽음으로써 대상이나 현상을 분석하거나, 비판하거나, 문제를 극복하는 방법 등에 대한 인식을 넓힐 수 있을 것이다.

이 시를 읽은 경우에는 가장 먼저 일상적 노동을 하면서 살아가는 한 개인으로서 바람직한 삶의 모습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에 대해 고민하도록 할 것이다. 그리고 사회적으로 노동력을 착취당하는 현실을 직시하면서 인간다운 삶을 누리기 위한 노동의 조건은 무엇인지, 사회적으로 노동의 조건을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게 될 것이다. 더 나아가서 이러한 부조리한 노동의 현실을 극복하고 바람직한 노동의 삶을 구축하기 위해서 어떤 법적, 제도적 장치를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지금까지 살펴보았듯이, 한 편의 시를 통해서도 우리 사회의 현상이나 개인적, 사회적 삶의 문제 등을 진지하게 탐구하고 비판하거나 그 해결방안을 모색해 볼 수 있다. 이것이 논술고사에서 시를 제시문으로 활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우리 학생들이 시를 해석하고 감상하고자 할 때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태도를 가져야 할 것이다.

<강영선/ 제주중앙여고 교사, 제주도교육청 톡톡튀는 논술학교 운영위원>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8243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