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찬 맛집을 찾아서](10)이도2동 혼디모앙

[당찬 맛집을 찾아서](10)이도2동 혼디모앙
"싱싱한 보말과 제주바다 향 입맛을 美치게"
  • 입력 : 2011. 06.25(토) 00:00
  •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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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글서글한 인상의 우은양씨가 권하는 제주바다의 각종 해산물이 담긴 보말국은 단연 일품이다. /사진=이승철기자

보말국·부추 갈아넣은 수제비 '별미'
음식값 저렴… 직장인 등 단골 북적

작은 키에 안경너머로 보이는 주인댁의 첫인상이 서글서글하다. 게다가 제주시청 번화가 뒷골목에 오롯이 자리한 식당 간판은 참으로 토속적이다. '혼디모앙'.

기자가 식당을 찾은 날(22일)은 장맛비가 잠시 주춤거리다 폭염이 쏟아진 그런 더운날이었다. 점심 장사를 끝내고 잠시 숨을 돌리고 있던 주인댁 우은양(47·여)씨가 수줍게 맞이한다.

식당 메뉴판을 둘러봤더니 서민음식의 대표격인 김치찌개를 비롯해 몸국 보말국 성게국 하며 뼈감탕, 제육볶음, 닭볶음탕, 해물파전 및 각종 물회가 다양하게 준비돼 있다. 주변 직장인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는 일반식당이다보니 메뉴가 다양할 수 밖에 없는 노릇이다.

"손님들이 가장 맛있어 하는 음식이 무엇이냐"고 대뜸 물었더니 "다 맛있어 해요"라는 당찬 대답이 돌아온다.

손님들이 많이 찾고 자신있는 음식을 추천해보라니 보말국과 제육볶음을 뚝딱 만들어 내온다.

주인댁이 내온 보말국을 시식했더니 맛이 기막히다. 보말국 내용물이 다른 식당과는 어딘가 다르다. 밀가루에 부추를 갈아 넣어 만든 수제비가 주재료인 보말과 묘한 조화를 이룬다. 주재료인 보말은 씹는 맛이 여느 보말국과는 남다르다. 싱싱함이 입안에 배어난다. 미역은 제주 바다의 맛을 머금고 있다. 밑반찬은 색깔이 깔끔한 제철 야채가 대부분으로 정갈한 맛이 입맛을 돋워낸다. 이어 나온 제육볶음은 투박하게 썰어낸 돼지고기가 아삭하고 시원한 콩나물과 어울려 마치 아구찜을 먹는듯 매콤달콤함이 일품이다.

예상외로 뛰어난 맛에 비결을 물었더니 웃으며 말한다. "음식 만드는게 즐거워요. 어릴때부터 음식을 만들어 식구들에게 대접하곤 했는데 그러다 보니 음식이 저에겐 생활의 수단이 됐네요."

하지만 음식이라는 만드는걸 좋아한다고해서 맛으로 나타나는건 아닐터. 알고보니 그녀가 만든 음식 맛은 재료의 신선함이 큰 몫하고 있다. 신선재료 구입을 위해 해산물은 틈나는대로 제주 바다를 찾아 현지 해녀 등 어민들에게서 구입한단다. 돼지고기는 생고기를 고집한다. 제육볶음 돼지고기의 못난 모양이 다 그런 이유 때문이다.

재료의 신선함을 유지하는 그녀의 노하우는 단순하지만 결코 쉽지 않다. 비교적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대량구매를 피하고 그날그날 쓸것만 구입한다. 한꺼번에 많은 재료를 구입하면 보관기간이 늘게되고 신선함이 사라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녀가 만든 음식을 시식한뒤 식당안을 둘러보니 뭔가 좀 이상하다. 메뉴판에 붙은 음식값이 다른 곳보다 500~1000원이 싼 편이다. 음식값이 조금 싸다고 해서 다른 식당보다 양이 적은 것도 아니다. 아니 오히려 더 많은 편이다. 모든 식사를 뚝배기 그릇으로 대접한다.

재료값도 오르는데 음식값을 올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녀의 마음씀씀이가 드러난다.

"아니요! 저의 식당에 오는 손님들 거의 모두 주변 직장인들이에요. 요즘 경기가 얼마나 힘듭니까. 더불어 사는 생각으로 음식값 인상은 아직 생각하지 않고 있어요."

그녀는 이어 "주변 식당은 음식값을 올린 것으로 알고 있지만 손님들이 먼저 음식값을 올리라고 하니 더욱더 값을 올릴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그녀는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소망이 있단다.

"혼자서 장사하지만 힘들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음식 만드는게 즐겁고 행복하기 때문이죠. 언젠가 될지 모르지만 내가 할수 있는 능력인 음식만들기를 어렵게 사시는 노인분들을 위해 사용하고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음식 자원봉사가 그것이에요."

취재를 끝내고 그녀가 건넨 명함을 살펴봤더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맛있는집 정다운집, 그녀가 주변 서민들과 함께 꾸려가는 식당의 모습이다. 혼디모앙 문의 757-56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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