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희범의 제주생각] 줄 세우기와 논공행상

[고희범의 제주생각] 줄 세우기와 논공행상
보은인사의 결정판 감사위원장 내정
위원장 임기보장 등 독립성 시책 무색

  • 입력 : 2011. 06.30(목) 00:00
  • 표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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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가 만사'라는 말은 조직운용에 있어 인사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고, 인사에 조직의 운명이 달려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음을 압축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인사의 기본은 적재적소 배치와 공정성이다. 그 기본을 지키지 않으면 조직은 병들고 만다.

걱정스러운 일이 제주도에서 벌어지고 있다. 우근민 도정의 창업공신으로 인수위원장과 공약실천위원장을 맡았던 이문교씨의 감사위원장 내정은 보은인사의 결정판으로 평가되고 있다. 우 도정 출범 이후 지난 1년 동안 각급 기관장과 공무원 인사 때마다 도지사의 '자기 사람 심기'라는 비판이 그치지 않았다.

출범 초기 신임 도지사의 정책을 구체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정책적 기조를 같이 하는 인물들을 핵심적인 자리에 임명하는, 이른바 '코드인사'는 어느 정도는 이해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공무원은 물론 공기업, 각 기관, 심지어 도의 재정적 지원을 받는 단체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인사에서 논공행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끝내는 도정의 감시기구인 감사위원장마저 최측근 인사를 지명함으로써 앞서 인사와 관련한 지적들이 사실임을 스스로 입증하고 말았다. 감사위원회의 직원들을 감사직렬로 독립시키고, 위원장의 임기를 보장하는 등 독립적인 지위를 보장하기 위한 갖가지 방안들을 무색하게 만들어놓았다. 무엇보다 지명된 당사자의 능력이나 경륜, 인품과는 상관없이 도민의 비난을 받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근본적인 문제는 선거 때마다 벌어지는 '줄 세우기'와 선거 이후 논공행상과 '자기 사람 심기'의 망령이 제주사회를 분열과 갈등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사회 전체를 병들게 한다는 데 있다. 이 망령이 "제주도에서 선거는 먹고 사는 문제다"라는 자조 섞인 인식을 유포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 망령 앞에서는 제주도를 이끌어가는 공무원사회마저 무력감에 빠지게 만들고, 제주의 미래를 위해 인재를 길러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잃고 만다.

제주도 지역총생산(GRDP) 9조원의 30%에 해당하는 예산을 집행하는 제주도는 제주 지역사회를 움직이는 '빅 브라더'다.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권한이 집중된 도지사의 무소불위의 영향력 앞에서 공무원은 물론, 기관·기업·단체에 이르기까지 도지사의 판단에 촉각을 곤두세우지 않을 수 없다. 어느 줄에 서느냐에 따라 운명이 결정된다. 도민사회 전체가 편 가르기와 줄 세우기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만다. 이런 상황에서 제주도민은 자부심을 가질래야 가질 수가 없다.

며칠 뒤 있을 도의회의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우 지사는 어제 감사위원장 내정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강변함으로써 이에 대한 문제의식이 전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제 당사자의 차례다. 이문교 감사위원장 후보가 그 직을 자진사퇴하는 것이 평생 동안 쌓아온 명예를 지키는 길이다. 아니 제주의 어른으로서 제주의 미래를 위한 작은 충정의 표현이다.

<제주포럼C 공동대표, 전 한겨레신문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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