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 발생률 전국 최고119신고 등 신속한 대응을심폐소생술 체계 구축 필요
50세 남자가 집에서 식사 도중 갑자기 심정지가 발생했다. 보호자가 바로 119에 신고해 3분 만에 119 구급대가 도착했고, 심폐소생술과 자동제세동기를 이용한 제세동이 시행된 후 심장 박동이 돌아왔다. 병원으로 이송하던 119 구급차 안에서 심정지가 다시 발생해 심폐소생술과 제세동으로 자발 순환이 회복됐고, 병원에 도착해 한번의 제세동이 추가로 시행된 후에야 안정됐다. 심장판막질환이 확인돼 흉부외과 수술 후 회복됐다.
▶심정지 현황=심정지(심장마비)는 심장박동 정지로 신체 조직의 생체활동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산소 등의 공급이 중단돼 뇌를 비롯한 여러 장기들이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신속한 심폐소생술을 통해 심장의 펌프 기능을 회복시키거나 제세동을 통해 심장 박동을 회복시키지 않으면 결국 세포가 괴사되고 신체 기관의 기능이 비가역적으로 상실되면서 사망에 이르게 된다. 심정지의 원인은 비심장성보다 심장성이 대부분으로 관상동맥질환, 심장판막질환, 심근질환, 선천성 심장질환 등이 있으며, 가장 흔한 심전도 소견은 심실세동 및 무맥성 심실빈맥으로 65~80%를 차지하고, 기타 서맥성 부정맥이 나머지를 차지한다.

▲생존의 고리=심정지 환자를 소생시키기 위해서는 1. 심정지의 신속한 파악 및 응급구조체계 가동, 2. 흉부압박을 강조하는 신속한 심폐소생술, 3. 신속한 제세동, 4. 효과적인 전문심폐소생술, 5. 심정지 후 통합치료의 5가지 요소가 연속적이고 통합적으로 연결되어야 하며, 어느 하나라도 적절히 시행되지 않으면 소생을 기대하기 어렵다.
최근 자료에 따르면 월평균 심정지 발생 건수는 경기 지역이 374건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서울이 275건이었으며, 울산 지역이 34건으로 가장 적었다. 제주 지역은 38건으로 울산 지역 다음으로 적었다. 하지만 표준화 발생률은 전국적으로 인구 10만명당 46명으로, 서울은 37명, 경기 49명이었다. 제주 지역은 78명으로 전국에서 제일 높게 나타났다. 성별로는 남자가 65%로 여자보다 많았고, 연령별로는 65세 이상이 49%를 차지했다. 월별 분포는 10월부터 12월까지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고, 요일별 분포의 차이는 없으며, 시간대별로는 오전 9시쯤과 오후 6시쯤에 높은 분포를 보였다.
제주 지역의 심정지 발생률이 가장 높은 것은 주민등록과 실제 거주의 차이, 꾸준히 증가하는 관광객, 사설구급차가 없는 국내 유일의 환경 등이 반영된 결과로 추정되고 있다. 전국에서 심정지 발생률이 가장 높다는 이유가 아니더라도 천혜의 자연 경관을 보유한 국제적 휴양지로서의 위상을 감안하면 심정지에 관심을 갖고 적절하게 대처할 수 환경을 조성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전문의들은 입을 모은다.
▶기본심폐소생술=심정지 환자 치료의 첫 단계는 환자의 반응을 확인하는 것이다. 갑자기 쓰러지는 것을 목격하거나, 쓰러져 있는 사람을 발견하면 "괜찮으세요?"라고 소리쳐서 반응을 확인한다. 대답을 하거나 움직이거나 신음소리를 내는 경우가 아니라면, 즉 반응이 없고 호흡이 없거나 비정상적인 호흡을 하고 있다면 심정지 상태로 판단해 즉시 119에 신고해야 한다. 만약 주변에 자동제세동기가 있다면 즉시 사용하도록 하고,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경우에는 응급의료상담원의 지시에 따르도록 해야 한다.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은 적이 없거나, 받았더라도 자신감이 없는 경우 또는 인공호흡에 대한 거부감을 가진 경우에는 심폐소생술을 시도조차 하지 않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인공호흡을 하지 않고 가슴압박만 하더라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경우에 비해 심정지 환자의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 따라서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은 적이 없거나 할 수 있는 자신감이 없는 일반인은 가슴압박 소생술(인공호흡은 하지 않고 가슴압박만 시행)을 하도록 한다.
▶전문심폐소생술=전문 소생술이 심정지 환자의 생존율을 뚜렷이 향상시킨다는 근거는 부족하다. 그러나 기본 소생술을 통해 소생되지 못한 환자에게는 추가적인 소생의 기회를 주고, 자발순환이 회복된 환자에게는 혈역학적 안정을 유지하고 심정지의 재발을 막기 위해 효과적인 전문소생술이 필요하다. 전문 소생술은 기본소생술 외에 전문기도유지술, 약물투여경로 확보, 약물의 사용, 효과적인 감시장치를 활용한 환자 상태 및 치료의 평가 등이 포함되며, 대부분 병원 이송 후 의료진에 의해 시행되지만 제한적 범위 내에서는 응급구조사나 119 구급대원도 시행할 수 있다.
▶소생후 치료=심폐소생술을 통해 심정지로부터 소생된 후에는 전신 허혈-재관류 손상에 의해 발생하는 다양한 병태생리적 변화인 심정지 후 증후군에 대한 포괄적이고 통합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이러한 치료에는 심정지 직후의 혈역학적 안정, 뇌 기능 회복을 위한 저체온 요법, 심정지의 주요 원인인 급성관상동맥증후군에 대한 치료, 신경학적 예후의 예측 등이 포함된다. 특히 심정지로부터 회복돼 혈역학적 안정을 되찾았지만 의식이 없는 환자에게는 신경학적 회복율과 생존퇴원율을 높이기 위해 32~34℃의 저체온을 유도해 12~24시간 동안 적용하는 저체온 요법이 시행돼야 한다. 심정지 환자의 소생과 이후의 적절한 통합치료를 위해서는 심정지 후 치료가 가능한 의료기관으로의 이송 또한 중요하게 고려돼야 한다.
/조상윤기자 sycho@ihalla.com
[Q&A]
1. 심폐소생술의 중요성은 알지만, 혹시 책임소재에 따른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대부분의 선진국에는 흔히 '선한 사마리안 법'이라고 불리는 선의의 응급의료에 대한 면책 조항을 두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2008년 이러한 법률이 제정됐다. 즉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5조 2항에 생명이 위급한 응급환자에게 응급의료 또는 응급처치를 제공해 발생한 재산상 손해와 사상에 대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 해당 행위자는 민사 책임과 상해에 대한 형사 책임을 지지 않고 사망에 대한 형사 책임은 감면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결과에 대한 책임이 두려워 심정지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2. 심폐소생술을 제대로 배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대한심폐소생협회에서 인증하는 교육기관에서 공인된 교육과정을 이수하면 2년간 유효한 자격증이 발급된다. 현재 전국에 기본심폐소생술 교육기관은 126개가 있으며, 제주 지역에는 제주한라대학, 제주대학교병원, 제주소방본부(소방교육대), 제주한라병원이 교육 기관으로 지정돼 있다. 또한 전문심폐소생술 교육기관은 전국에 24개가 있으며, 제주 지역에는 제주대학교병원이 지정돼 있다.
3. 자동제세동기는 무엇이고, 누구나 사용할 수 있나=갑자기 발생하는 심정지의 대부분은 심실세동에 의해 유발되며, 심실세동은 전기적 제세동으로 치료된다. 제세동 성공률은 1분마다 10%씩 감소하므로, 심정지 현장에서 신속하게 제세동이 시행돼야 소생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자동제세동기는 일반인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환자의 심전도를 자동으로 판독해 제세동이 필요한 심전도를 구분하고, 쉽게 제세동 할 수 있도록 유도해 주기 때문에 간단한 교육으로도 쉽게 사용할 수 있다. /조상윤기자
[전문의 의견] "지역사회 관심이 중요"
엊그제 축구 경기 도중 심정지로 쓰러진 제주유나이티드의 신영록 선수가 44일 만에 의식을 회복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있었다.
이는 현장에서의 신속한 심폐소생술, 빠른 이송을 통한 전문소생술 제공, 심정지 후 통합치료라는 생존의 고리가 연속적으로 잘 이뤄지면 얼마나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올해 들어 부쩍 많이 보게 되는 한라산 등반객들의 심정지에서는 이러한 생존의 고리가 제대로 연결되지 못해 안타까운 결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심정지의 생존율은 해당 국가나 지역의 응급의료체계, 심폐소생술 보급 및 시행, 자동제세동기의 보급률 등에 따라 22~30%에 이를 만큼 큰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우리나라 심정지 생존율은 아직 2~3%에 불과하다.
선진국의 10~15%, 일부 선진 도시 지역의 30~40%만큼 심정지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심정지와 심폐소생술에 대한 인식률 제고와 ▷심폐소생술 교육의 확대 ▷일반인 제세동 프로그램의 광범위한 보급 ▷소생 후 치료의 전문화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 지역 보건 당국, 지역 주민, 의료기관 등을 포함하는 지역 사회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있어야 한다.
심정지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한다는게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렇지만 지난 2009년에는 광주에 살고 있는 이유진(당시 13살) 군이 아버지가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후에 인터넷 동영상을 보면서 집에서 베개를 갖고 혼자 연습한 초등학생이 심폐소생술로 아버지를 구한 미담이 알려지기도 한 것처럼 누구나 관심을 가지고 약간의 시간만 투자하면 어렵지 않게 기본적인 심폐소생술을 익힐 수 있다.
보건 당국도 단순히 자동제세동기의 보급만 늘리기보다 응급의료체계와 연동되고, 1차반응자 역할을 위한 교육 등을 포함하는 지역 내 프로그램을 고민해야 한다.
심정지는 나 자신을 포함해 우리 가족, 이웃 등 모두에게 갑자기 발생할 수 있는 것임을 인식하고 장단기적인 계획 아래 지역 사회 모두가 참여해 나간다면, 비록 제주 지역이 심정지 발생률이 가장 높더라도 심정지 생존률 또한 전국 최고인, 진정한 세계안전도시 제주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김우정 응급의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