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희범의 제주생각]세계적인 관광지를 꿈꾸는 이장

[고희범의 제주생각]세계적인 관광지를 꿈꾸는 이장
  • 입력 : 2011. 08.11(목)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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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 땀흘려 서우봉 산책로 개설
계절음식점 없애고 녹색해변 조성


인구 6300명으로 '리' 단위에서는 전국 최대인 제주시 조천읍 함덕리. 웬만한 이들은 인구가 늘면 1리, 2리 등으로 쪼개는 것이 보통인데 함덕리는 분리하지 않은 채 구 단위로 5구까지 두고 있다. 이곳 이장 선거는 국회의원 선거보다 더 치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장 선거가 직선제로 바뀐 지난 1991년 이후 재선된 이장은 한 사람도 없다. 그런 함덕리에서 3연임을 한 이장이 있다. 고두철 이장. 지난 2003년 마을 어른들의 권유로 이장에 출마해 당선된 뒤 내리 세번 당선된 것이다.

그는 최고의 해수욕장을 자랑하는 함덕이 정체되고 있는 점이 안타까왔다. 함덕의 발전과 주민들의 행복을 목표로 정했다. 그는 해수욕장 동쪽에 길도 없는 오름 서우봉을 오르는 주민들의 모습을 우연히 보게 됐다. 해발 113m의 서우봉에 길을 내기로 했다.

틈날 때마다 톱과 괭이를 들고 서우봉을 찾아 폭 1m 남짓한 오솔길을 내기 시작했다. 돌 계단을 만들거나 흙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막기 위해 폐타이어 길을 까는 것은 제주시의 지원을 받았다. 숲 터널이 만들어지고, 낙조를 볼 수 있는 공간도 생겼다. 고 이장은 '영주10경' 중 하나인 '사봉낙조'보다 서우봉 낙조가 더 장관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서우봉을 한바퀴 빙 도는 둘레길과 정상으로 오르는 세군데 코스인 '서우봉 산책로' 2.3km를 내는 데 꼬박 3년이 걸렸다.

함덕의 상징인 해수욕장 정비에도 나섰다. '녹색해변'을 만들기 위해 해수욕장 주변 3000평에 잔디를 깔고 나무를 심었다. 새로운 모습으로 변하고 나자 해수욕장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올해부터는 그동안 임대료를 받고 해수욕장에 설치하던 계절음식점을 없앴다. 비위생적인데다 마을 주민들이 운영하는 식당을 이용하면 될 일이었다.

2004년부터는 매년 구장들을 이끌고 중국 필리핀 태국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해수욕장이 있는 지역을 찾아 견학했다. 여행경비를 각자 부담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구장들이 견문을 넓히게 되면서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도내 대부분의 해수욕장에서 모래가 유실되고 있는 것과 달리, 함덕해수욕장에는 조류의 영향으로 매년 모래가 쌓이고 있다. 그 덕에 해수욕장이 3군데나 만들어지고 있다. 그는 함덕해수욕장에 외국인 전용 누드비치를 만드는 게 꿈이다.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판단돼 추진하지 않고 있지만 언젠가 누드비치가 조성되면 함덕은 세계적인 관광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솔선수범하고, 이권에 개입하지 않고, 정직하게 일한다는 것을 모토로 일해왔다"면서 "그렇지 않았으면 주민들로부터 인정받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요즘은 주민들이 1년에 네 차례 해수욕장 주변의 잔디를 깎고 서우봉 산책로의 풀을 벤다. 그는 내년부터는 이장직을 맡은 뒤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 다른 사람에게 빌려줬던 밭까지 포함해 다시 직접 농사를 지을 계획이다.

<제주포럼C 공동대표, 전 한겨레신문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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