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졸 학력에 풀 관련 특허기술 90여건
행정기관이 관심 가져 특성화 시켜야
볏짚이나 억새, 초가를 이는 새, 잔디, 강아지풀 등 잎이 긴 풀로 종이와 건축용 보드, 벽돌, 목재대용품까지 만든다. 제주시 애월읍 납읍리에 사는 박찬오(52)씨는 풀과 관련된 기술로 90여건의 특허를 따냈다. 이 가운데 사업화가 가능한 특허만도 20여건이라고 말한다. 초본(草本)식물, 즉 줄기가 나무질이 아닌 초질(草質)로 이루어진 식물에서 뽑아낸 섬유는 펄프로 만들면 종이가 되고 흙과 섞으면 보드가 된다.
'흙보드'는 지난 2008년 미국 피츠버그발명전시회에서 특별상을 받았다. 같은 해 볏짚으로 만든 종이는 서울국제발명전시회에서 준대상, 올해 4월 제네바국제발명대회에서 환경에너지분야 금상을 각각 수상했다. 발명가의 길로 들어선 지 5년 만의 성과다. 목수 일을 하다가 석고보드에 포함된 각종 화학물질이 건강에 해롭다는 사실을 알고 천연재료로 보드를 만들어낼 방법을 찾아나선 것이 계기가 됐다.
그의 발명품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해섬기'(解纖機)다. 회전날개가 풀잎의 섬유소를 두들기는 방식으로 섬유를 분리해내도록 만든 것이다.
볏짚 3톤에서는 펄프 1톤이 나온다. 이 펄프는 나무 펄프보다 훨씬 섬세해 강도는 두 배 이상 높은 반면, 제조비용은 절반에 불과하다. 감귤 껍질에서 추출한 헤미셀룰로우즈를 펄프에 섞으면 100% 천연종이를 만들 수 있어 식품·위생용지나 고급 천연성분 벽지로도 사용될 수 있다.
그는 제네바발명대회에서 만난 미국인이 미국 제지회사와 연결시켜주겠다고 연락해와 최근 볏짚과 잔디로 만든 펄프 샘플을 보냈다. 오는 10월에는 경남 창원에서 열리는 유엔 사막화방지협약 총회에서 모래땅에 식물을 식재하는 기술을 발표할 기회를 얻게 될지도 모른다. 풀에서 뽑아낸 섬유의 물 흡수력을 활용해 개발한 기술이 알려져 주최쪽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하지만 그의 작업실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그의 발명특허인 '해섬기'는 일반 믹서를 개조해 만들었다. 종이틀은 한지 규격에 맞는 크기의 것을 살 돈이 없어 지름 40cm 크기의 둥근 틀로 종이를 뜨고 있다. 학계의 기술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다. 제주대와 한라대 창업지원센터에 멘토링을 신청했으나 "섬유분야의 전문가가 없어 지원이 불가능하다"는 답을 들었다는 것이다.
중졸 학력이 전부인 그의 노력은 눈물겹다.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세계 유수의 발명대회에서 수상을 하고, 각종 특허를 취득한 그는 보기드문 인재임에 분명하다. 제주의 소중한 자산인 인재를 키우는 것은 제주사회의 책임이기도 하다. 그의 특허기술에 행정기관이 관심을 갖는다면 최소한 마을 단위의 종이제조 체험교실을 운영하거나, 지역특산품으로 키울 수도 있을 것이다. 사업성이 확인돼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질 경우 그 잠재력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일 것이다. <제주포럼C 공동대표, 전 한겨레신문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