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염전'이용 독특한 소금제조 방식
제주만의 문화로 계승 노력 필요해
제주시 애월읍 구엄리 해변에는 마치 잘 이긴 현무암 반죽을 펼쳐놓은 듯 평평한 바위 바닥이 있다. 1500평이나 되는 이곳 바위 위에선 여름 내내 바닷물을 퍼 날라 소금을 만들었다. '돌 염전'. 제주어로는 '소금빌레'라고 한다.
올해 일흔네살의 조두헌 할아버지는 어린 시절 이곳에서 소금을 만들던 외할머니와 어머니를 따라 소금빌레를 드나들었다. 그는 열다섯살 즈음까지 소금을 만들었던 기억을 되살려 돌 염전에서 소금을 만들고 있다. 판매를 하기에는 생산량이 너무 적어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소금 제조 과정을 보여주는 수준에 만족하고 있다.
소금 제조는 태양의 도움으로 이루어지지만, 제조과정은 태양과의 싸움이다.
돌 바닥 위에 6~7㎝ 높이의 진흙 둑을 쌓아 한 두 평 크기의 칸을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칸을 '빌레두렁'이라고 한다. 바닷물을 양동이 같은 통으로 퍼 날라 빌레두렁에 붓는다. 사람들이 줄 지어 서서 통을 이어받기로 나른다. 한창 햇볕이 내리쬘 때는 30분마다 한 번씩 물을 덧붓는다. 그 사이 사람들은 바닷가쪽 바위 아래 그늘에 쪼그려 앉아 뜨거운 태양을 피한다.
비가 내릴라치면 소금물을 수리대 빗자루와 '빌레좀팍'으로 큰 항아리인 '빌레혹'에 옮겨 담는다. 해가 뜨면 다시 빌레두렁으로 옮겨 붓는다. 이렇게 10~15일 동안 바닷물을 증발시키면 소금결정이 모양을 드러낸다.
소금을 만들 때 특별히 조심해야 하는 일이 있다. 빌레두렁에 가둬 둔 바닷물이 완전히 증발해 소금이 바닥에 붙으면 안된다. 다시 바닷물을 부어도 염도비율이 맞지 않아 소금이 생기지 않는다. 또 소금결정이 만들어질 때 손을 넣어 저어도 안된다. 결정이 큼직하게 생기지 못해 질 나쁜 소금이 된다. 하지만 어떤 노력도 소나기 앞에서는 소용이 없다. 미리 옮겨놓지 못해 소나기를 맞고 나면 단 한줌의 소금도 생기지 않는다.
이곳의 소금제조는 조선 명종 14년(1559년)에 시작돼 한국전쟁이 나던 1950년까지 이어졌다. 올 여름 한 철을 돌 염전에서 보낸 조두헌 할아버지는 "쉴 틈 없이 바닷물을 갖다 부어야 하는 일은 중노동"이라면서 "그런 힘든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시 이곳 주민들의 유일한 생계수단이었기 때문"이라고 전한다.
돌 염전은 제주의 자연환경에 적응한 제주인의 생활문화로, 다른 지방의 갯벌염전과는 다른 독특한 형태다.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 지정은 인간이 개발한 기능이나 문화가 사라지는 것을 우려하는 데서 비롯된 것이다. 유네스코가 제주의 해녀나 제주어, 무속에 관심을 갖는 것도 그 전승이 사라질 위기에 있다는 뜻이다.
구엄리 돌 염전은 그나마 소금제조 기능을 보유한 이가 있어 지난 2월 구엄리가 '어촌문화체험마을'로 선정된 뒤 전통적인 소금제조 방식을 선보이고 있다. 구엄리에서는 조두헌 할아버지에 대한 무형문화재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제주포럼C 공동대표, 전 한겨레신문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