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희범의 제주생각]취나물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

[고희범의 제주생각]취나물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
  • 입력 : 2011. 09.22(목)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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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유일의 겨울채소 애월 취나물
애월읍 주민들에 효자 노릇 '톡톡'


제주시 애월읍 애월리는 취나물 주산지다. 전체 경지면적 중에서 90%에 이르는 90㏊에 취나물을 재배하고 있다. 120개 농가가 연간 2200여톤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취나물로 얻은 소득이 50억원을 기록했다. 근래 들어 최고의 소득을 올린 것이다.

취나물을 대대적으로 재배하는 전남 고흥 도화면에서 대량 쏟아져 나오는 7월부터 10월까지는 가격이 크게 떨어진다. 그러나 고흥에서는 11월까지 밖에는 수확할 수 없는 반면, 애월에서는 이듬해 3월까지 수확할 수 있어 전국적으로 겨울철 채소로는 애월 취나물 밖에 없는 셈이다. 겨울철 틈새작물로 확실하게 자리를 잡았다.

애월농협 취나물작목반장 이현씨는 "고흥의 생산물량이 애월보다는 많지만 애월 취나물이 품질도 좋고 노지에서 겨울철 재배가 가능한 곳은 애월뿐"이라면서 "취나물이 애월리 주민을 먹여 살리고 있다"고 했다.

▲애월리 취나물밭. 취가 물을 좋아해 계속 물을 줘야 한다.

취나물은 한번 씨를 뿌리면 2~3년 동안 채취할 수 있지만 매년 파종하는 것이 품질도 좋고 손질도 쉽다. 물을 아주 좋아해 계속 물을 줘야 하지만, 큰 비라도 내려 물에 한번 잠기고 나면 죽어버린다. 그래서 손도 많이 간다. 1년 내내 쉴 틈이 없는 만큼 소득도 괜찮다. 5천평 농사의 1년 수입이 약 1억원 수준이다.

취나물이 애월리에 들어온 것은 우연이었다.

이곳 태생의 강계춘(66)씨가 25년 전 쯤 공무원인 남편과 함께 노형동에 살고 있을 때였다. 강씨 집에 세 들어 살던 '울릉도 아가씨'의 어머니가 딸을 만나러 왔다가 강씨와 길게 얘기를 나누게 됐다. 강씨 어머니가 농사를 짓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울릉도로 돌아간 뒤 종자 두어되를 보내왔다는 것이다.

강씨의 어머니 김송정 할머니는 딸의 권유를 받고 1400여평의 밭에 씨를 뿌렸다. 작목반장 이현씨는 "당시에는 김 할머니가 심은 것이 향이 좋아 약초인줄 알았다"는 것이다. 강씨는 "취나물 채취 방법을 몰라 1년 동안 자르지 않고 그대로 두었더니 50㎝까지 자랐다"면서 "처음에는 뿌리째 캐내는 것으로 알았다"고 말한다.

취나물이 조금씩 알려지면서 김 할머니로부터 종자를 얻어 재배하기 시작한 것이 취나물 주산단지의 계기가 된 것이다. 취나물 재배에 성공할 수 있었던 데는 애월 주민들의 부지런도 큰 몫을 차지한다. 취나물을 집단적으로 재배함으로써 유통체계도 갖출 수 있었고, 건조공장도 2곳이나 생겨 건취로 가격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우연히 만나게 된 취나물로 이 마을 농가 모두가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게 된 사실이 우연 같지만은 않다. 주민들은 '애월 취나물'의 브랜드화를 꿈꾸며 오늘도 바쁜 일손을 놀리고 있다. <제주포럼C 공동대표, 전 한겨레신문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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