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구소에서 인공증식된 물장군
생태계 지킴이'생물종다양성연구소'
보존·상품화 공생할 수 있는 연구 진행
화석연료의 고갈과 기후변화 등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는 현상이 현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피크오일이 이미 예고된 가운데 기름 값은 꾸준히 오르고 있고, 집중호우와 기상이변, 쓰나미 등의 재해는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생태계의 붕괴로 인간의 삶 자체가 흔들리는 위험도 먼 훗날의 얘기가 아니다. 어떤 생물종이 멸종하더라도 나머지 생물에게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면 이는 큰 오산이다. 여러 생물종이 사라지면 먹이사슬의 기초가 무너지면서 복잡한 기계처럼 작용하는 전체 생태계의 붕괴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생태계의 현실은 심각하다. 지구상의 생물 수와 서식지가 지난 30년 동안 40%나 감소했다. 멸종위기동식물은 2000년에 1만5000종에서 2008년 세배나 늘었다.
생물자원을 보존하고 생태계를 안정되게 유지하는 것은 인간의 생존을 위해서도 필수적인 일이다. 제주테크노파크 '생물종다양성연구소'는 제주에 자생하는 식물 2000여종 중에서 1000종, 제주 근해의 해조류 550종 중에서 250종의 유전자를 파악하고 관련 정보를 구축해놓고 있다. 아직 시작단계이기는 하지만 멸종위기의 곤충들을 번식시켜 개체수를 늘이는 작업도 벌이고 있다. 연구소는 지난 18일 인공증식한 물장군 40마리를 방사했다.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 2등급인 물장군은 제주도와 강화도에 주로 서식한다.
연구소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이들 생물자원을 산업적으로 개발하는 연구도 진행중이다. 식물과 해조류 등의 엑기스를 추출해 성분을 검사하고, 의약품 등으로 개발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일반 기업에 기술을 이전한다.
제주도 전역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환삼덩굴과 북가시나무, 동백기름의 성분이 주원료인 기초화장품 '아토사랑'은 아토피와 민감성 피부에 효과적이다. 섬오가피를 이용해 개발한 사료 '오포크'는 동물의 체온을 2도 정도 낮춰주는 효과를 내 여름철 닭의 산란율을 40% 높이고, 돼지의 폐사율을 80%까지 낮추는 것으로 밝혀졌다. 관절염 치료제와 간암 치료제는 그 효능이 인정돼 상품화를 위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제주 자생식물을 의약품 개발에 활용하기 위해 제주의 민간요법을 수집하기도 한다. '오메기떡을 예덕나무 잎으로 싸면 쉬지 않는다'는 데서 예덕나무 잎의 항균효과를 알아냈다. '비파 잎을 달인 물이 무좀에 특효'라는 민간요법도 좋은 연구자료가 된다.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는 상황에 대처하는 것은 인류의 생존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거기다 생물종의 다양성을 지켜나가면서 산업화로 연결시키는 것은 그 의미가 적지 않다. 서귀포시 남원읍 신례2리 마을공동목장 한 귀퉁이의 연구원 21명에 불과한 작은 연구소가 하고 있는 일들이 지금은 미미해 보이지만 미래의 변화를 예측하고 이에 대비하고 있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미래는 준비하는 사람들의 것이 아닌가.
<제주포럼C 공동대표, 전 한겨레신문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