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농·귀농인의 이야기](20·끝)초보 감귤농사꾼 박종구씨

[부농·귀농인의 이야기](20·끝)초보 감귤농사꾼 박종구씨
"귀농·귀촌 지원 학교살리기와 병행돼야"
  • 입력 : 2011. 12.28(수) 00:00
  • 이현숙 기자 hslee@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초보 감귤농사꾼 박종구씨는 "과수원에 게스트하우스를 지어 귀농·귀촌인을 위한 적응공간으로 꾸밀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진=이현숙기자

작년 3월 토산리에 둥지… 마을서 집 제공
올해 첫 수확 속 유기농·저농약 생산 도전
"학교가 있어야 젊은이들이 농촌으로 올 것"

얼마 전 서귀포시에서 열린 귀농관련 행사에서 정부의 한 관계자가 주제강연 중 "귀농은 '직업전환'"이라고 말했다. 그 내용을 들은 한 젊은 귀농인은 발끈(?)했다. "귀농·귀촌은 행복을 위해 '마음의 고향'을 찾는 것이지 단순히 직업을 바꾸는 것이 아니다"라고 역설했다. 그가 바로 초보 농사꾼 박종구(38·서귀포시 표선면 토산리)씨이다.

박씨는 지난 2010년 3월 토산리에 둥지를 틀었다. 소규모 학교인 토산초등학교를 살리기 위해 마을에서 빈집을 귀촌 희망자들에게 제공한 것이 계기가 됐다. 그만큼 학교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박씨는 거제도에 있는 한 조선소를 다니던 중 2007년부터 귀농을 결심했고 2009년에는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귀농을 어디서 할지 고민했다. 그가 제주살이를 결심한 가장 큰 이유는 한 마을에서 아이들이 초·중·고를 지속적으로 다니면서 함께 살 수 있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제주로 결심하고 10년간 감귤값에 대한 모니터링을 통해 작물을 선택했다.

그는 "조선소 근무로 인해 수입은 적지 않았지만 인천에 사는 가족들과 떨어져 살아야 했어요. 이곳에서는 가족들이 무엇이든 함께 하는 것에 기쁨을 느낍니다." 그래서 그는 김에 밥과 김치를 둘둘 말아 학교로 나들이를 가기도 한다. 추억을 많이 만들고 싶기 때문이다. 귀농을 꿈꾸면서 아이들과 함께 '마음의 고향'을 얻게 됐다. 아내와의 떨어져 산 날이 많았는데 요즘에는 '신혼'을 맞은 것 같다.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 사소한 것에서 마찰을 빚기도 하지만 그래도 행복합니다."

그는 2010년 제주도농업기술원 귀농교육 2기 교육생 모임의 대표를 맡고 있다. 처음에 80여명이 교육에 참여했지만 지금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이들은 10명 남짓이다. 이들은 각 지역에 흩어져 있다. 이렇게 교육에도 열심이다. 하지만 불만이 적지 않다.

귀농·귀촌인들을 위한 교육을 가보면 '대박난 농민'에 대한 교육이 주를 이루는 것이 못마땅하다는 것. 그래서 자신에게 조언을 구하는 이들에게는 "행복을 찾아서 올 생각이 아니라면 오지 말라"고 강조한다.

그는 요리·간판업·식당·조선소·중장비 운전 등 다양한 경험을 살려 기능을 나누는데도 주저하지 않고 있다. 그보다 가족들은 더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아내는 어느 새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 사서도우미로 일하고 있다.

그는 지금 노지감귤 6000여평의 농사를 짓고 있다. 그리고 올해 첫 수확을 했다. 첫 농사치고는 값도 나쁘지 않았다. 내년부터는 유기농·저농약 감귤을 수확할 생각이다.

그는 귀농 정책자금 지원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당초 정책자금지원은 '실거래가의 60%'라고 교육을 받았고 그렇게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은행에 가보면 '공시지가·감정가의 60%'에 불과해 실질적으로 실거래가의 30%도 채 되지 않는다는 것. 이것은 결국 수많은 교육을 받은 귀농귀촌 희망자들을 우롱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귀농·귀촌 지원과 함께 소규모 학교 살리기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가 그랬듯이 학교가 있어야 젊은 사람들이 귀농·귀촌을 꿈꾸게 될 것이라는 것. 그는 "마을마다 수억원을 들여 복지관들만 경쟁적으로 만들고 있는데 학교에 대한 투자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타 지역에서는 분교에 불과한 학교의 도서관을 최신식으로 바꾼 사례가 있습니다. 당장이 아닌 미래 젊은이들을 유치하기 위한 준비를 하는 거죠. "

그는 언젠가 과수원에 게스트하우스를 지어 귀농·귀촌인을 위한 적응공간으로 꾸밀 계획이다. 이곳에서 생활하면서 귀농에 대한 의지를 확인하고 준비하면서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가장 어려운 점은 제주말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과 농사과정에서 궁금한 점을 물어보면 사람마다 너무 다르게 알려주는 점입니다. 하지만 '부지런하고 인사성 바르다'는 동네 삼촌들이 많아서 늘 힘이 납니다." <끝>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3857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