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 광장]제주와 포스트모던

[한라 광장]제주와 포스트모던
  • 입력 : 2012. 02.21(화)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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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모던(post-modern, 탈근대 脫近代)은 말 그대로 '근대에의 탈출'을 뜻한다. 근대를 지배하던 코드는 '구분'이었다. 국가와 민족, 지역 등의 색깔이 뚜렷이 갈라졌고 개인의 정체성은 이러한 외부요인들에 의해 정해졌다. 학문과 예술 또한 수많은 갈래로 나뉘어졌다.

그러나 통신과 교통의 비약적인 발전은 세계화를 불러왔고 세계화는 경계와 경계를 넘나들며 근대에 이루어졌던 모든 구분을 가차 없이 무너뜨리고 있다. 포스트모던의 코드는 '혼종'이다. 우리는 자신의 국가, 민족, 지역의 전통에서 보존할 것은 보존하고 다른 국가, 민족, 지역의 것들 중 좋은 것들은 정체성의 한 부분으로 끌어안을 수 있게 되었다. 학문은 분과학문끼리, 예술은 장르끼리의 교차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제주에도 포스트모던의 바람은 불고 있다. 제주의 전통과 현대적 감각이 만나 제주에 독특한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변화를 가장 또렷하게 느낄 수 있는 건축에서 예를 들겠다. 제주의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성읍민속촌의 남문상가에 자리한 '불턱'은 성읍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초가집을 개조한 카페다. 불턱은 보존되고 있는 초가집이며 수입 원두를 사용한 핸드드립커피를 파는 카페이며 제주의 삼나무를 재료로 하는 목공소이며 한 고객이 불턱에 반해 대여해주었다는 인형들을 전시하는 갤러리이기도 하다. 원룸만한 크기의 작은 초가집은 이국적인 인테리어와 다양한 기능이 교차하며 신선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이외에도 제주에는 전통을 보존하면서도 그것을 현대의 감각에 맞게 고친 카페들이 곳곳에 들어서고 있다. 100년 된 초가집을 개조해 카페, 갤러리, 펜션을 겸하고 있는 법환동의 '올레 안트레'나, 제주의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는(현무암을 쌓아올린 벽에 시멘트를 칠하고 지붕을 올린) 가옥을 개조해 세련된 분위기를 풍기는 창천리의 물고기카페, 물고기카페와 비슷한 가옥에 온통 흰 페인트를 칠해 동화책 속에 온 듯한 느낌을 주는 저지리의 무인카페 '5월의 꽃', 그리고 덩그러니 버려진 축사를 개조해 만든 상모리의 레스토랑 '오소록'까지. 제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들을 각각의 콘셉트에 맞게 고쳐 꾸민 이 장소들은 제주의 새로운 '핫 스팟'이 되고 있다. 이곳들은 아파트와 고층빌딩에 지친 외지인들이나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고 싶은 제주도민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안겨주고 있다.

이런 작지만 독특한 움직임이 제주를 바꾼다. 우리는 이미 제주에서 포스트모던이 크게 성공하는 것을 목격했다. '올레길'이 바로 그것이다. '집으로 들어가는 골목'인, 다소 폐쇄적인 성격을 띠는 올레가 만인에게 열리면서 단조로웠던 주변마을의 풍경까지도 바뀌고 있다. 제주와 제주 아닌 것들의 뒤섞임, 그 묘한 동거에서 우러나오는 특별함이 제주의 미래가 될 것이다. 고층빌딩이나 특급호텔을 원한다면 두바이나 싱가폴, 홍콩행 티켓을 사면 그만인 세상이다. 제주의 미래는 고층빌딩과 특급호텔에 있는 것이 아니라 원래 있던 돌담길, 시골의 빈집, 버려진 축사에 있다. <양은석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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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1 개)
이         름 이   메   일
8331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
네티즌 2012.02.26 (15:16:35)삭제
마지막 문구가 공감이 가네요.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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