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계춘 칼럼]법정으로 간 主敎님

[김계춘 칼럼]법정으로 간 主敎님
  • 입력 : 2012. 02.28(화)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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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제주교구 교구장인 강우일 주교가 지난 24일 제주지방법원에 모습을 드러냈다. 비록 피의자 신분은 아니지만 '교구장'이 직접 법정을 찾은 것은 70~80년대 민주화운동 당시에도 없었던 사상 초유의 일이다.

강우일 주교(主敎)는 이날 제주해군기지와 관련 문정현 신부 등 성직자들에 대한 재판이 진행된 202호 법정 맨 앞자리에서 판결 과정을 조용히 지켜봤다. 이윽고 선고가 내려졌다. "피고 문정현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피고 이영찬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법정을 나서면서 강 주교는 기자들에게 이런 말을 남겼다. "정의(正義)가 결여된 선고를 보고 마음이 아픕니다."

강우일 주교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지금 강정해군기지 반대의 중심에 서 있다. 지난 2009년 5월의 '제주를 평화의 섬으로 만들기 위한 호소'를 보면 반대 이유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 바탕엔 '교회의 가르침'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깔려 있다.

'군비 증강은 평화를 결코 보장하지 않는다'는 게 해군기지 건설 재고(再考)를 촉구하는 강 주교의 첫번째 이유다. 이는 역대 교황들이 군비 증강에 의한 평화 유지에 분명한 반대의 뜻을 밝힌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동안 여러 나라가 군비에 엄청난 재화를 소모해 왔으나 국제분쟁은 근본적으로 해소되지 않고 오히려 세계의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어 왔다.

둘째 이유는 '도민 3만여명이 학살당한 제주는 평화를 배우는 섬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제주 4·3은 대한민국 국민 전체가 두고두고 가슴을 치며 용서를 빌고 참회와 속죄의 발원(發願)을 해야 할 피맺힌 역사라는 것. 이런 제주 땅에 군사기지를 새로 건설하는 것은 희생자들의 억울한 죽음을 무위로 돌리고 그 무덤을 갈아엎는 것과 다름 없는 무지(無知)한 행위라는 게 강 주교의 판단이다.

'강정 앞 바다는 제주에서 가장 청정한 해역으로 생명의 젖줄과 같다'는 인식도 또 다른 이유다. 강정은 구럼비 바위나 연산호 군락지 등 소중하고 빼어난 생태계를 간직하고 있다. 당초 이 곳을 절대보전지역으로 지정한 것도 이를 반증한다. 그러나 정부당국은 탐사 결과마저 묵살한 채 '생태계에 대한 폭력'을 멈추지 않고 있다.

강우일 주교는 최근 제주교수협의회 등 국내외 12개 단체가 주관한 '제주국제평화회의'에서 다시 한번 해군기지 반대 입장을 천명했다. 강 주교는 해군기지를 강행하는 정부의 유일한 논거(論據)는 "국가 안보를 위한 국책사업 뿐"이라며 기지건설에 반대하는 이들을 무조건 연행 기소하고 공무집행방해라는 죄목을 씌우는 권력의 부조리와 부당함에 강한 분노를 표출했다. 그러면서 "생명과 평화를 원하는 우리 모두의 연대(連帶)로 해군기지를 기필코 막아내자"고 역설했다.

수년째 끌어온 해군기지 건설 문제로 인해 강정마을은 지역공동체가 파괴된지 이미 오래다. 특히 주민들 사이에 심각한 대립과 상호 적대감이 증폭되는 미증유(未曾有)의 사태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국방부는 제주도를 배제한 채 자체 시뮬레이션을 실시 "15만톤급 크루즈 입·출항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려 해군기지 공사를 강행할 뜻을 내비쳤다. 한편으로 경찰은 26일 구럼비 해안에서 반대 시위를 한 국제 엠네스티 회원 등 외국인 평화활동가 7명과 내국인 2명을 연행했다. 이게 정부가 지정한 '세계평화의 섬, 제주'의 서글픈 현실이다. <김계춘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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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1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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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31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
문대탄 2012.03.02 (20:57:16)삭제
군비확충으로 평화를 보잘할 수 없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강우일 주교가 요한23세의 회칙 (약소국의 국방을 위한 군비를 긍정함)를 어겨서야 되나? 가톨릭도 프로테스탄트도 어거스틴 이래, 불가피한 just war (정당한 전쟁)을 위한 군비를 받아들여 왔다. 6.25를 겪은 한국은 군대 해산하라? 평화미사로 평화를 보장한다고? 강 주교는 잘못된 반대운동에 책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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