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의 5%가 장애인… '동반자'로 여겨주세요"

"인구의 5%가 장애인… '동반자'로 여겨주세요"
[사랑·희망을나누면제주가밝아집니다](3)복지 현장 목소리 듣다
  • 입력 : 2012. 04.05(목) 00:00
  • 김명선 기자 nonamewind@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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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들은 자신들을 더 이상 차별과 편견의 대상이 아닌 더불어 살아가야 할 동반자로 여겨줄 것을 우리 사회를 향해 외치고 있다. /사진=한라일보 DB

○… 본보는 오는 11일 치러지는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제주형 사회복지 어젠다'를 제시하기 위해 다양한 기획 기사를 취재·발굴하고 있다. 그 마지막으로 사회복지 현장의 목소리를 담았다.…○

일자리 창출 여전히 한계

"장애인들을 복지 수혜자로만 보는 관점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이응범 제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 행정지원팀 부장은 4일 공급자 중심의 복지 서비스 정책을 꼬집으며 이 같이 말했다. 이 씨는 "장애인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선 당사자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한 정책과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장애들이 비장애인들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선 자립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장애인이 도움만 받는 대상이라는 인식을 바꾸기 위해선 일할 권리와 보행권 등이 보장돼야 한다는 얘기다.

현재의 장애인 일자리 사업에 대해 이 씨는 "생색내기에 불과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장애인들의 취업기회를 넓히기 위해 의무고용률 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만, 경증장애인 위주로 채용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씨는 "특정업무 분야 경력이 있어도 중증장애인은 채용 대상에서 제외된다"며 "중증 장애인도 전문성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분야를 발굴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했다.

이 씨는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도 미흡한 수준"이라고 했다. "제주자치도가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에 따라 2011년까지 장애인 콜택시 39대, 저상버스 30대를 도입키로 했으나 현재까지 미뤄지고 있는 실정"이라며 "교통약자의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해서 빠른 시일내에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위해선 주거환경 개선, 장애인의 활동보조 서비스 시간 연장 등의 지원도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씨는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보는 인식을 전환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제주도내 인구의 5%인 3만2000여명이 장애인"이라며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버리고 장애인을 '동반자'로 생각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300만원으로 1년 견뎌

강명수(72·가명)씨는 젊은 시절 국내에서 제일 가는 인쇄기술자였다.

아내도 주택건축사업으로 돈을 모으면서 강씨 가족은 서울에서 남부럽지 않게 살았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서도 자수성가한 강씨는 '배고픔의 고통'이 어떤 것인지 알기에 남을 돕는 일에 누구보다 헌신적이었다. 그의 아내도 남을 돕는 일이라면 모든 일을 제쳐두고 나서면서 주변의 칭찬이 자자했다.

강씨가 서울에서 성공했다는 소식이 고향 제주에도 알려지면서 도움이 필요하다고 찾아오는 이가 많았고, 그는 거절하지 않고 도움을 줬다.

그 결과 도내 곳곳에 강씨 공적비가 세워져 있고, 정부와 제주자치도 등에서 그의 선행에 감동해 수여한 상장도 셀 수 없을 정도다.

하지만 정년퇴임 후 아내와 함께 하던 건축사업이 부도를 맞으면서 가세가 급격하게 기울었고, 아내가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는 아픔을 겪고 난 뒤 결국 강씨는 홀로 고향 제주로 내려왔다.

제주에 정착했지만 옛 영광은 온데간데 없고, 적십자봉사회나 사회복지 담당공무원 외에는 찾는 이가 없는 상황이다. 그에게 주어지는 정부 지원금도 기초노령연금 9만원이 전부다. 현재 강씨는 고작 일년에 300만원 정도의 돈으로 살아가고 있는데 자녀들이 있어 기초생활보장수급자로 인정받기 힘들어 복지사각지대에 놓여있다.

강씨는 "예전에 받았던 수많은 상장이 이제는 무용지물에 불과하지만 지난 날에 대한 후회는 없다"며 "비슷한 처지에 놓인 사람들이 외로움을 견딜 수 있도록 사회적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기초수급자 선정 난망

갑자기 쓰러진 남편의 뒷바라지를 하느라 집도 재산도 아무것도 남은 게 없는 김선희(36·여·가명)씨 가족.

사업을 하던 남편은 일하러 나갔다 갑자기 쓰러져 병원에서 뇌수술을 받고11개월만에 퇴원했다. 투병기간 병원비만 1억원 가까이 들어갔고, 은행에서 빌린 대출금의 이자를 갚기 위해 사채까지 빌려쓰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결국 집을 팔아 병원비와 빚을 갚고 나니 집을 얻을 돈조차 없어 친정의 도움으로 현재는 임대아파트에 살고 있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김씨 가족은 기초생활보장수급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집을 판 돈이 김씨 가족의 소득으로 기록되면서 기초생활보장대상자로 인정되고 있지 않은 것이다.

김씨는 동사무소의 배려로 남편의 질병을 노인성 질환으로 인정받아 한 달에 100시간 정도 간병·간호보조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간병사가 남편을 돌보는 사이 김씨가 장애인활동보조인으로 일하며 버는 60여만원의 월급이 김씨 가족의 한 달 수입 전부다.

하지만 뇌병변 장애로 의사표현은 물론 거동조차 하지 못하는 남편의 병수발에만 한 달 70만~100만원의 비용이 든다. 모 방송국의 출연해 주변의 도움을 받고 있는데 이것도 올해면 더 이상 지원이 안된다.

김씨는 "갑작스런 남편의 병환으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지만, 남편이 다시 일어설 것이라는 기대 하나로 아들과 함께 견디고 있다"고 했다. 이어 "주변의 도움도 많이 받고 있지만, 행정의 체계적인 지원은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지원제도로 인해 깊은 상처만 받고 있다"고 밝혔다.

/김명선·김지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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