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양리포트 4부:제주바당 조간대를 가다](4)동귀마을어장 조간대(하)

[제주해양리포트 4부:제주바당 조간대를 가다](4)동귀마을어장 조간대(하)
원담·갯길 등 원형… 어촌마을 공동체 문화 고스란히
  • 입력 : 2012. 05.25(금) 00:00
  • 고대로 기자 bigroad@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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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애월읍 하귀1리(동귀리) 관전동 조간대. 밀물이 빠져 나가자 바닷속에 잠겨 있던 조간대 하부에 일자형 원담이 모습을 드러냈다. 특히 물질하고 돌아오는 해녀들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갯길'도 남아 있어 눈길을 끌었다. /사진=강경민기자

밀물 빠져나가자 바닷속 잠겨 있던 원담 한눈에
해녀들 물질 다녀오는 '갯길'도 조간대에 남아
동귀포구에는 드넓은 모자반 군락… '늪' 연상

제주시 애월읍 하귀1리(동귀리) 조간대는 제주어촌마을의 공동체 문화와 제주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지난 5일 탐사대가 찾은 동귀리 관전동 조간대. 밀물이 빠져 나가자 바닷속에 잠겨 있던 조간대 하부에 일자형 원담이 모습을 드러냈다.

원담안에는 멸치 치어들이 갇혀진 공간에서도 자유를 즐기고 있다. 밀물 때 들어왔던 치어들이 썰물 때 빠져나가지 못해 돌담 안에 갇힌 것이다. 이곳 원담은 만의 형태를 이용한 것이 아니라 인공적으로 돌담을 쌓아 둘러막아 놓고 밀물을 따라 들어온 고기가 썰물이 되어 바닷물이 빠져나갈 때 자연히 그 안에 갇히도록 만들었다.

강창송 동귀어촌계장은 "원담은 70~80년전에 만들어졌는데 옛날에는 엄청나게 많은 멜이 잡혔다. 멜이 들 때면 마을 사람들이 같이 나와 잡았고 원담을 쌓고 보수하는 일도 공동으로 진행했다"며 "하지만 지금은 예전 만큼 멜이 들지 않는다"고 아쉬워했다.

원담이 있는 하부조간대에서 마을까지는 다른 마을어장 조간대에서는 보기 힘든 시멘트 길이 나 있다. 해녀들이 고령화되면서 톳 채취 등 공동작업후 운반에 불편함을 느껴 마을에서 행정의 지원을 받아 만든 것이다.

원담 윗쪽에는 수중 '고인돌' 모양의 바위가 자리를 잡고 있다. 조간대 상부에 위치해 있지만 밀물때에는 고인돌 상석까지 모두 물에 잠기고 썰물 때에는 상석과 함께 지석이 모두 드러난다. '고인돌'로 추정되고 있으나 일부 전문가들은 인근에 넓은 바위를 받치고 있는 고인돌 형태의 크고 작은 바위가 산재해 있어 이것은 고인돌이라기 보다는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천초를 말리고 있는 동귀어촌계원들. /사진=강경민기자

관전동 조간대 탐사를 마치고 동귀리 서쪽 조간대로 이동을 하자 조간대 위에 돌로 만든 길이 탐사대의 눈길을 사로 잡았다. 물질을 하는 해녀들을 위해 마을 사람들이 힘을 합쳐 만든 '갯길'이다. 강 계장은 "70~80년전에 마을사람들이 힘을 모아 만들었다"면서 "무릎까지 물에 잠겨도 돌로 바닥을 평평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해녀들이 편안하게 물질을 다녀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갯길'은 어촌계 해조류 채취 공동작업에도 이용된다. 이날 바닷물이 빠져 나갔던 조간대에서 우뭇가사리 채취 작업을 마친 어촌계원들이 이길을 통해 뭍으로 향했다.

이 곳의 우뭇가사리 채취 작업은 보통 5월에서 6월 중순까지 이뤄진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우뭇가사리는 연간 200~250(30㎏)포대로 마을 주요 소득원 가운데 하나이다.

강 계장은 "건조한 우뭇가사리를 삶아서 그 물을 얼리면 여름철에는 없어서는 안 될 우리 제주만의 별미 '우미국'을 만들수 있다"며 "수확한 우뭇가사리는 현재 한천회사에 파는데 한천회사에서는 이것을 가공해서 수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탐사대가 동귀리 마을어장의 서쪽 끝자락인 동귀포구에 다다르자 포구 옆으로 드넓은 모자반 군락이 형성돼 있었다. 물결에 따라 움직이는 모자반 군락은 마치 늪을 연상하게 했다.

동귀포구는 탐라로 들어온 삼별초 김통정 장군이 항파두리에 성을 쌓고 군항을 설치한 곳이다. 그래서 지금도 '군항포'라 불리고 있다. 동귀포구에 있던 "도대불은 일제때 감자를 싣고 부산까지 가는 무역선의 뱃길을 지켜줬다"고 강 계장은 전했다.

탐사대가 동귀리 조간대 탐사대를 마치자 수평선 위로는 붉은노을이 저물고 있었다.

/강시영·고대로·강경민기자

"후손 위해 어장 관리·보존에 최선"

▲강창송 동귀어촌계장

"우리바당이 건강한 것은 어촌계원들이 어장관리를 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복이나 소라가 한창 자랄 시기에는 채취하지 않고 작은 전복이나 소라 오분자기는 잡지 않고 있습니다."

강창송 동귀어촌계장(제주특별자치도어촌계 연합회 회장)은 지난 6일 "이런 노력으로 지난 2006년에는 자율관리어업 활동이 우수한 공동체로 선정돼 보조금을 지원받았다"면서 "지금도 어장 보호를 위해 한달에 15일 정도만 해녀작업을 하고 '개닦이' 작업 등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율관리어업 공동체란 어민 스스로 공동체를 구성해 수산자원을 보호하고 불법어업을 근절하면서 공동생산·판매를 통해 어촌소득을 늘리는 어업형태로, 지방해양수산청과 시·도의 적정여부 심의 등 선정절차를 거쳐 활동하며 우수공동체로 선정되면 연간 5000만∼3억원의 보조금을 지원받는다.

강 계장은 이어 "어촌계원들이 바다를 잘 관리해서 그런지 몇년 전부터는 그동안 보이지 않던 감태가 지금은 잘 자라고 있다"면서 "후손들에게 더 나은 어장을 물려주기 위해 어장 보존에 더욱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고대로기자 bigroad@ihalla.com

[ 전문가 리포트 ] "동귀바당, 생물생산력 높은 특성 갖춰"

▲강순석 제주지질연구소장

동귀바당은 제주에서 드물게 아아용암류 해안에 갯벌 조간대로 이뤄진 곳이다. 동귀바당은 조간대가 넓게 발달되어 있고 생물생산력이 높은 조간대의 특성을 모두 갖추고 있다.

제주도는 화산암으로 이뤄진 돌의 섬이며 해안은 까만색의 현무암 암반으로 이루어져 있어 포구조차 만들기 어려운 절해고도라고 할 수 있으나 동귀바당은 넓은 조간대의 형성과 함께 용천수가 풍부하게 솟아나오고 있다.

이곳 용천수는 인근 마을 사람들의 식수원으로 사용됐을 뿐만 아니라 조간대의 생태계를 풍부하고 다양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고인돌 형태의 바위는 진실 규명이 필요하다.

특히 상부 조간대를 따라 염생식물 군락이 잘 남아 있고 '조부포'라 불리는 관전동 포구를 비롯해 모자반이 잘 자라고 있는 동귀포구는 오랜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이곳의 암석은 고수동현무암이라 부르는 용암으로, 인근 파군봉이라는 오름에서 유래됐다. 제주에서는 비교적 오래돤 용암류로, 수십만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관전동 조간대의 '골머리'라고 부르는, 해안에 놓여 있는 넓은 바위를 받치고 있는 고인돌 형태의 바위는 이곳 해안에서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 이에 대한 진실 규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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