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목리 남자들 봄만되면 전국의 미식가 '유혹'

보목리 남자들 봄만되면 전국의 미식가 '유혹'
[제주인의 장수음식을 찾아서](8)신선식재료 천국, 제주바다-(2)자리
  • 입력 : 2012. 05.29(화) 00:00
  • 김명선 기자 nonamewind@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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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보목동 인근 해상에서 잡히는 자리돔을 식재료로한 음식들이 여름철 별미라고 입소문을 타면서 관광객과 도민이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자리잡이 선단의 본선인 남성호(선장 한기호씨)의 선원들이 그물 안으로 자리돔이 들어서자, 분주하게 그물을 끌어 올리고 있다. /사진=김명선기자



음력 4~6월에 잡히는 자리돔 맛 최고
젓갈·구이·물회·강회 등 다양한 요리

봄이 가고 여름이 오는 계절이면 도내 어느 곳을 가든 "자리 삽서, 자리우다. 자리"하는 생선장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자리돔은 도민에겐 흔한 생선이다.

자리돔은 제주에서만 잡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에는 남해안은 물론 독도에서도 잡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내 모든 지역에서 쉽게 잡을 수 있는 있었던 만큼, 제주 사람이라고 하면 어릴때부터 늘상 먹던 식재료로 인식되고 있다.

자리돔은 음력 4~6월에 먹어야 제맛이 난다. 이 시기에 알이 배어 있어서 맛이 배지근하기 때문이다.

제주에는 자리돔으로 유명한 마을이 있는데 그곳은 서귀포시 보목동이다.

▲자라돔을 식재료로 차려진 밥상.

새벽 5시 30분. 매일 이 시간이 되면 한근호 선장(남성호)의 자리돔잡이 선단은 자리잡이에 나선다. 지난 17일 강풍이 불고 빗방울이 떨어지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보목포구를 출항, 20여분을 달려 지귀도 남쪽 해상에 자리를 잡았다.

한 선장은 "이 시기가 되면 지귀도 인근 해상은 전쟁터나 다름 없을 정도로 선단간에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며 "오늘같이 바람이 많이 불면 그물을 당겨주는 보조선이 힘들어 하기때문에 선장들은 초긴장상태에 놓인다. 그렇지만 이 시기가 되면 보목 자리돔을 사기 위해 매일 도민과 관광객이 몰려드는데, 자리가 없어 실망할까봐 힘들어도 조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어군탐지기, 어구 등이 발달하면서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자리잡이 선단간의 경쟁은 더욱 더 치열하다. 자리잡이 팀은 본선과 보조선 2척, 운반선 1척 등 총 4척이 배와 선장을 포함 8명의 선원으로 구성된다.

본선에서 내린 그물을 보조선 2척이 끌면서 펼치는 작업을 한다. 본선에 설치된 어군탐지기에 그물 위로 자리돔이 드는 것을 확인하면, 선장은 자리돔이 들었다는 신호를 보낸다. 이어 선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그물을 잡아당긴다.

이는 위험을 감지하면 바다 밑으로 잠수하는 자리돔의 특성을 이용, 자리돔 잡이를 하는 것이다. 이렇게 잡힌 자리는 곧바로 운반선에 옮겨 싣고는 보목포구로 향한다. 자리돔을 기다리는 일반인이나 식당, 상인 등에게 판매된다.

한 선장은 "1977년부터 자리잡이를 했다. 당시 노를 젓어 자리돔잡이를 했고, 어창에 잡은 자리돔을 보관해 돌아가면 마을 여자들이 다른 마을을 돌며 판매에 나서곤 했다"며 "이젠 신선한 자리를 먹기 위해 자리돔이 잡히는 철만 되면 전국에서 보목포구로 사람들이 몰려오고 있다. 이들을 위해 신선한 자리돔 맛을 보여줘야겠다는 사명감에 일이 즐겁다"고 말했다.

▲사진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자리강회, 자리젓갈, 자리물회, 자리구이.

보목동 자리돔은 연중 잡히는데 8~9월까지 금어기간이 있다. 또 1~3월까지는 자리돔이 거의 잡히지 않아 맛을 보기가 힘들다.

일년에 7개월정도 조업을 하는데 지금 시기에 잡히는 자리가 가장 맛있다. 서귀포시는 이때가 되면 보목자리돔축제를 개최하고 있는데 올해는 6월 15일부터 17일까지 3일간 보목포구에서 열린다. 제주에서 자리돔을 이용해 다양한 요리를 만들어 먹는다. 가장 유명한 것이 자리물회, 자리젓갈, 자리구이, 자리강회, 자리조림 등이다.

보목포구에 가면 이 요리를 한 자리에서 맛볼 수 있다.

보목서 식당 현시종·양선숙 부부 "자리음식 맛은 '된장'·'손맛'이 결정해요"

매년 4월이 되면 보목동에 사는 여성 누구나가 자리젓갈을 담근다.

이시기 알이 밴 자리만을 골라 입맛에 맞게끔 정성스럽게 젓갈을 담그는데, 한해 밥상 맛을 좌우하는 만큼 아낙들은 저마다 실력을 뽐내기에 여념이 없다.

보목포구 바로 앞에서 '바다나라'라는 상호를 달고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현시종(53)·양선숙(52) 부부. 양씨는 30년전 서귀포시 중문동에서 이곳으로 시집을 왔다. 자리가 많이 잡히는 곳으로 시집온 만큼 자리젓갈을 담그는 손맛을 시어머니에게 물려받았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렇지 않단다.

▲자리음식을 만들고 있는 현시종·양선숙 부부.

양씨는 "제주에는 시부모와 함께 살아도 젓갈 등을 담그는 항아리를 따로 섰다"며 "그래서 시어머니가 아닌 친정어머니의 손맛을 물려받았다. 보목동 여성 모두가 자리돔을 가지고 만든 음식만큼은 저마다 자신들이 최고라고 생각하고 있기때문에 경쟁의식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리물회는 집안 된장마다 물회 맛이 달라지기 때문에 장을 담그는 것도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니다"며 "최근 관광객과 도민들이 자리돔이 잡히는 철마다 포구 주변 식당으로 몰리면서 이들에 입맛에 맞게끔 손맛도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편 현씨는 "어릴적에는 여름철 남자들은 자리돔을 잡으로 바다로 나가고, 여성들은 남편이 잡은 자리돔을 이용해 다양한 요리를 만들던 모습이 생각난다"며 "당시 구이나 젓갈, 물회 등을 주로 만들어 먹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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