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압과 복종에 맞선 여성들의 이야기

억압과 복종에 맞선 여성들의 이야기
페미니즘, 그 상상과 실천의 역사 '아름다운 외출'
  • 입력 : 2012. 06.01(금) 00:00
  • 표성준 기자 sjpy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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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무역의 확대, 대량 생산, 이민, 도시 슬럼화 등으로 술렁이던 19세기 후반부터 제1차 세계대전에 이르기까지 미국과 영국의 여성들 사이에 새로운 운동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아나키스트와 자유주의 같은 다양한 정치적 주장들이 대서양을 넘나들면서 페미니스트건 아니건 간에 선진 여성들은 사회적 변화가 가능하다는 의식을 공유했고, 그 신념에 기초해 적극적인 활동을 펼쳐 나갔다. 이 시기 여성들은 자신들이 개인적 주체임을 주장하면서 사회적 규범과 통념들을 뒤흔들었다.

이 책은 100년 전 미국과 영국에서 여성들이 일상을 어떻게 급진적인 활동의 장으로 만들어 갔는지를 당대 사례를 토대로 삼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도라 러셀을 비롯해 옘마 골드만, 제인 애덤스, 마가릿 생어, 에멀라인 팽크허스트 등 근대 페미니즘을 탄생시키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여성들은 삶의 모든 문제를 다양한 운동으로 조직하고, 여성 개인은 물론 의식 있는 남성들과 정치인들과도 상호 협력하면서 사회적 통념에 맞서 끊임없이 '발칙한' 상상력을 추구했다.

독자들은 이러한 과정을 살펴봄으로써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시대가 이들의 상상력과 실천에 빚진 바가 크다는 것을 자연스레 깨닫게 된다. 지금은 여성의 당연한 권리라고 여기는 것들이 사실은 이들 선구자들의 꿈이자 자유이자 해방에 기초한 투쟁의 산물이었음을 이 책은 페미니즘의 역사적 흐름 속에서 하나하나 확인시켜 준다.

1장에서는 기존의 통념대로 살아온 여성들이 스스로 일상을 바꿔야겠다고 자각하면서 다른 여성들과도 상호 연계해야 하는 필요성을 느끼고, 2장에서는 억압과 복종에 맞선 여성들이 사회적 휘장처럼 규정되어 온 옷차림에서 혁명을 발견하는가 하면 사랑과 결혼이라는 관습적 딜레마에 대해서도 눈을 뜬다. 3장은 성(性)과 관련한 문제들의 변화를 살펴보고, 4~6장에서는 출산과 어머니, 가사노동을 말한다. 7장에서부터 10장까지는 여성이 소비를 주도하는 시대의 노동과 정치를 고찰하고, 여성들의 모든 일상이 민주주의와 어떻게 연계되는지를 살펴본다.

지금부터 100여 년 전 결혼 대신 동거를 선택한 어느 여성은 가족에 의해 정신병원에 갇혔으며, 피임법을 인쇄해 알렸다는 이유로 수많은 여성들이 투옥되기도 했다. 책을 읽는 독자라면 이들 신여성들의 발랄한 상상과 집요한 실천에 매료돼 우리 주변의 삶을 변화시키는 데에도 좀 더 확력을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실라 로보섬 지음. 최재인 옮김. 삼천리. 2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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