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 고사를 치를 때에는 논술 문제에서 제시한 유의사항부터 살핀 뒤 논제 분석, 제시문 분석을 거쳐 개요짜기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 사진은 JDC 전국 중·고생 논술대회 모습. /사진=한라일보 DB
문제지 받고 유의사항부터논제와 제시문 분석은 핵심'문장개요'쓰기로 내용 추려두괄식 답안 구성이 효과적
이번 회에서는 실제 논술고사장에서 논술 답안을 작성해 나가는 과정과 방법에 관해 말해 보고자 한다.
논술고사를 준비하는 수험생들은 8월 이후부터 9월까지 집중적으로 기출 문제를 이용하여 실전에 대비한 논술 학습을 할 때, 스스로 논술고사를 치르는 것과 같은 조건으로 논술 답안을 작성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앞에서 이미 말한 바가 있다. 이는 제한 시간을 지키면서 분량에 맞게 답안을 작성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사람마다 글을 쓰는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정상적인 속도로 글을 쓸 경우 제시된 분량을 막힘없이 써 내려갈 경우 어느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는지 가늠해 봐야 한다. 대학마다 답안의 요구 분량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지원 대학별로 답안의 요구 분량을 채울 때 소요되는 시간을 파악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답안을 작성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뺀 나머지 시간은 논제 및 제시문 분석과 개요 짜기에 투자할 시간이 된다. 평소에 이런 훈련이 충분히 되어 있어야 실제 논술고사를 치를 때 제한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제한 시간 안에 요구 분량에 맞추더라도 논제에 충실한 내용을 진술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서강대학교처럼 120분 안에 최소 2100자부터 최대 2500자 분량을 쓰도록 요구하는 경우에는 내용의 충실도에 앞서 주어진 분량을 채우는 것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분량을 채우더라도 논제와 상관없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면 점수를 얻을 수 없다.
서강대학교의 논술가이드북을 보면 정해진 분량을 채우지 못할 경우, 글자수를 채워도 문제와 상관없는 내용으로 작성될 경우 모두 과락 기준에 해당된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그러므로 논술 답안을 작성하는 연습을 할 때는 제한 시간 안에 요구 분량을 채우면서 논제에 충실한 내용을 진술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그러면 논술고사를 치를 때는 구체적으로 어떠한 과정과 방법에 따라 논술 답안을 작성해야 할까.
첫째, 논술 문제를 받고 가장 먼저 유의사항을 살펴보자.
연세대학교의 2012학년도 신입생 수시모집 요강에 나와 있는 '논술답안 0점 처리 규정'을 예로 보면 다음과 같다.
가. 답안 작성은 반드시 흑색 필기구(연필 사용 가능)를 사용해야 하며, 흑색 이외의 색 필기구로 답안을 작성할 경우 답안을 0점 처리합니다(청색, 적색 및 형광펜 등의 필기구 사용 금지).
나. 수험번호 및 성명 작성란 이외의 답안지 본문에 본인을 알릴 수 있는 내용(수험번호, 성명, 친인척의 성명, 답안과 무관한 기호, 이모티콘 등)을 기입하는 경우 0점 처리합니다.
다. 질문 내용과 전혀 관계없는 내용(인사말, 애국가 가사, 본인 잡담 등)을 작성하는 경우 0점 처리합니다.
위의 예에서 보듯이 유의사항을 지키지 않으면 아예 채점 대상이 되지도 않는 불이익을 받게 되기 때문에 반드시 유의사항을 지키면서 답안을 작성해야 하는 것이다.
둘째, 논제를 분석한다. 출제자의 의도를 읽을 수 있고 요구 조건이 담겨 있는 것이 논제이다. 그러므로 논제 분석은 논술의 기본으로 출제 의도를 파악하는 일이며 자신의 논지를 설정하기 위한 기초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논제 분석을 어떻게 하느냐가 논술의 성패를 결정짓는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뒤에서도 이야기하겠지만, 논제를 분석하는 단계부터 개요 짜기를 병행해야 한다.
예를 들어, 서강대학교의 2012학년도 논술고사 '인문계·영미문화계·커뮤니케이션학부'의 <문제 1>은 "제시문 [가], [나], [다]의 논지를 통합하여 요약·정리하고, 이를 활용하여 [라]와 [마]의 작품의 특성에 대하여 설명하라."이다.
이를 분석해 보면 이 논제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① 제시문 [가], [나], [다] 각각의 논지를 파악하고, ② 세 개의 제시문의 내용을 꿰뚫는 한 가지 기준이나 시각, 또는 한 가지 개념을 발견하여 그 입장에서 핵심을 요약하고 정리하여, ③ 제시문 [라]와 [마]의 작품의 의미를 파악하고, ④ '②'에서 요약?정리된 관점으로 제시문 [라]와 [마]의 작품의 특성을 설명하라는 문제인 것이다.
셋째, 제시문을 분석한다. 제시문은 논제와 관련된 정보를 제시해 주는 글이나 자료를 말한다. 제시문 분석은 논제 파악과 함께 논술의 기본이며 핵심이다. 제시문을 정확히 분석함으로써 제시문에 담긴 정보를 논제의 요구에 맞춰 활용할 수 있고, 논지의 방향을 설정할 수 있으며 논거로 활용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제시문 분석이 정확하게 이루어져야 모든 사고과정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실제로는 둘째 과정에서 논제를 분석하여 파악한 요구 조건에 맞춰서 제시문을 분석하면서 각각의 조건에 알맞은 내용을 정리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때 논제의 요구 조건에 맞춰 정리되는 내용은 제시문에서 직접 파악한 내용이거나 제시문을 바탕으로 끌어낸 자신의 생각[견해]일 수가 있다.
넷째, 개요를 꼭 작성하자. 개요 짜기는 진술할 내용의 얼개이다. 개요 짜기를 함으로써 논술문을 일관되게 체계적으로 작성할 수 있다. 개요 짜기는 '화제개요'보다는 '문장개요'로 짜는 것이 좋다. 문장개요로 짬으로써 핵심 내용을 다시 적절한 문장으로 바꿔 쓰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고 실제 답안을 작성할 때 곧장 옮겨 쓸 수 있기 때문에 시간도 많이 절약할 수 있다. 그리고 개요 짜기는 분산되어 있는 사고들을 조직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전체적인 맥락을 자연스럽게 구성할 수 있고 실제 진술할 내용을 일관된 논지 과정이 더 잘 드러나도록 정리해 볼 수 있다. 그러므로 개요 짜기를 하면 논술문을 원래 의도했던 대로 쓸 수 있고, 글의 통일성과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논술 답안 작성은 일반적으로 <논제 분석→제시문 분석→개요 짜기>의 과정을 거쳐 작성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앞에서 언급했듯이 개요 짜기는 논제 분석을 하는 단계부터 병행해 나가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런 과정이 끝난 다음에는 개요 짜기의 내용을 살피면서 수험생 자신의 의도에 맞게 재배열하고, 불충분한 내용은 보태고, 부적절한 내용은 고치고, 논지를 뒷받침할 수 있는 구체적인 예시를 끌어와서 충실히 정리한다. 그런 다음 답안을 본격적으로 써 내려가면 되는 것이다.
다섯째, 실제 논술 답안을 진술할 때는 각 문단을 두괄식으로 구성하여 진술하자. 두괄식 구성은 다른 방식의 구성보다 효과적인 구성 방식이다. 문단의 맨 앞에 자신의 견해가 뚜렷이 드러나게 진술함으로써 밝히고자 하는 생각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전달할 수 있다. 이어서 자신의 견해를 뒷받침하는 견해들을 상세하게 진술하거나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여 진술하게 됨으로써 논지의 타당성 여부를 쉽게 드러낼 수 있다. 수험생의 입장에서 논지를 체계화시키면서 일관되게 진술해 나가는 것도 쉽지만, 채점관의 입장에서 수험생의 논지가 바른지, 논리적 타당성을 갖추었는지 빠르고 쉽게 판단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현대사회에서 인간은 도구적 존재가 되어 가고 있다."는 주제의 글을 진술한다고 하자. 보일러 기술자, 얼음 공장 노동자, 대기업 사원들이 기업의 이익을 위해 기업이 요구하는 대로 생활하면서 삶의 방식이 변모해 가는 구체적인 사례들을 장황하게 나열한 다음 글의 끝부분에 주제문을 제시한다고 하자. 그러면 구체적인 사례들의 공통적 의미가 잘 파악되지 않아 글의 맨 뒤에 제시한 주장의 타당성이 명확하게 인지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주제문을 글의 맨 처음에 제시하면 글쓴이의 주장이 그렇다는 것을 빨리 인지하게 되고, 그 다음에 제시하고 있는 구체적 사례들이 적절한지 아닌지를 빠르게 판단할 수 있게 된다. 이 경우 주장의 적절성과 논리적 타당성을 갖추게 되면 채점관에게 더 선명하게 잘 쓴 글이라는 인상을 주게 되어 좋은 점수를 얻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논술고사에 응시하는 수험생들은 자신의 주장을 뚜렷하게 드러내고, 논리적 체계와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효율적으로 답안을 진술하는 방식이 두괄식 구성이라는 점을 명심해서 평소에 두괄식으로 답안을 쓰는 연습을 해야 할 것이다.
<강영선/ 제주중앙여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