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전지훈련장으로 유명한 서귀포시 강정동 강창학경기장 인근에서는 동아마라톤 훈련코스로 이름붙여진 숲길을 만날 수 있다. 4㎞의 숲길은 도심과 가까워 부담없이 찾을 수 있고, 전망도 일품이다. /사진=이현숙기자
마라톤훈련코스로 알려진 4㎞야생화랑 친구 삼아 걷는 길범섬 등 서귀포 전망도 일품
숲길을 걸으면 몸 속까지 시원해지는 느낌이다. 숲속에서 공기를 마시면 맑은 기운이 온몸으로 파고든다. 생명성을 다시금 충전하고 싶을 때도 숲을 찾게 되지 않을까. 하지만 숲에 가기 어렵다는 이들이 많다. 그런 이들에게 소개할 만한 숲길이 있다. '숲은 멀리 있지 않다'는 충고와 함께.
다양한 스포츠 전지훈련장소로 쓰이는 강창학경기장 인근에 인간승리에 도전하는 마라토너들의 땀이 고스란히 배인 풍광 뛰어난 숲길이 있다는 것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동아마라톤 훈련코스'로 이름붙여진 숲길은 서귀포시 도심과 가까우면서도 탁트인 전망까지 선사해 준다.
가까운 곳에 걷기좋은 숲길이 있다는 지인의 추천으로 찾아간 숲길은 어느 올레길과 견주어도 전혀 모자람이 없는 길이다. 서귀포시 강정동 강창학경기장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인라인스케이트장 옆으로 나 있는 길로 걸어들어가면 동아마라톤센터가 있고 그 옆길로 들어가면 고즈넉한 흙길이 나온다. 이 뿐 아니라 서귀포시청소년수련관과 연결된 길부터 시작해도 된다. 그도 아니라면 국궁장인 천지정을 시작점으로 잡아도 된다.
▲숲길을 걷는동안 만날 수 있는 야생화들.
어느 곳에서 시작하든 4㎞가 되지 않아 부담없이 걸을 수 있는 길인데다 다양한 나무들과 야생화에 취해 걸어내려가다보니 아기자기한 수종의 나무들과 마주할 수 있다. 소나무숲을 이룬 길이 있는가 하면 야자수가 높게 뻗은 길도 있다. 야생 곶자왈이 주는 생명의 힘을 느낄 수 있는 구간도 만날 수 있다.
길을 따라서 내려가다 보면 보라색 등심붓꽃 한 무더기가 나타난다. 그런데 '꽃반 나비반'이라고 해도 될만큼 나비들이 많다. 나비들은 지천에 널려있는 외래종 꽃 개민들레는 거들떠보지 않고 등심붓꽃 주변만 너풀거리면서 날아들고 있다.
내리막길이 계속되나 싶더니 오르막길이 나타난다. 발걸음이 느려졌다. 발걸음이 느려지니 뒤에서 도란도란 대화소리가 들려왔다. 걷는 이들이 아무도 없는듯 했는데 잠시후 40대 남성 2명이 함께 길을 걷는다.
감귤농사를 하는 강모(44)씨는 "과수원에서 일을 하다 보면 답답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이 숲길을 찾는다"고 했다. 혼자 걸을 때도 많지만 친구와 함께 걸으면서 대화를 나무면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했다.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자 이 길은 '친구의 길' '우정의 길'이라고 이름붙이고 싶어졌다. 아직은 찾는 이들이 많지 않은 덕분에 친구들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다음에 올 때는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와 함께 오고 싶어졌다.
어느 정도 걸었을까. 국궁장인 '천지정'을 가리키는 표지판이 꽂혀 있다. '천지정'은 1969년 서귀포에 살던 동호인들이 천지연(天池淵) 하류쪽에 과녁을 놓고 활을 쏘면서 덕심정(德心亭)이라고 이름붙였다가 1998년 강정동에 활터를 세우게 된다.
이 길은 총 길이는 3.4㎞에 흙길은 2.45㎞로 오래 걷지 않아도 다양한 나무들과 꽃을 만날 수 있으니 금상첨화. 송이가 깔린 길도 있고 우레탄이 깔려있는 코스도 있다. 누군가는 '꼬불꼬불 업-다운이 있는 길'이라고 표현했다. 짧아 한 바퀴로는 양에 차지 않는다면 다른 방향으로 두 바퀴를 돌아도 좋다. 다른 방향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햇볕의 느낌도 나무의 색감도 내려다보이는 풍광도 다르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이 곳은 마라톤 전용 훈련시설로 수년 전 들어섰다. 서귀포시가 대한체육회 제2선수촌을 유치하기 위해 아껴놓은 땅 4600㎡를 서귀포시가 무상으로 제공하고, 동아마라톤꿈나무재단이 30여억 원을 들여 시설을 마련한 것이다. 마라톤센터 바로 앞으로 월드컵경기장이 내려다보이고, 정남향 쪽으로 범섬이 한눈에 들어오는 명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