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제주 4·3 당시 양민학살 명령을 내린 고(故) 박진경 대령에 대한 국가보훈부의 국가유공자 지정과 관련, 4·3관련 단체를 비롯해 정치권과 노동계 등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제주도 역시 깊은 유감을 표명하며 오는 15일 박 대령 추도비 옆에 별도의 안내판('진실의 비') 건립을 예정대로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보훈부는 지난 10월 박진경 대령을 국가유공자법에 따라 '무공수훈자' 적용 대상자로 결정했고, 최근 대통령 명의의 국가유공자 증서를 유족에게 전했다.
10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보훈부는 "박 대령은 1950년 12월 30일에 무공훈장을 받았고, 최근 양손자가 무공훈장 등록 신청을 해 훈장 발급심사와 범죄경력 조회를 거쳐 국가유공자로 등록됐다"고 밝혔다. 이어 "무공훈장을 받은 경우 국가유공자 등록이 가능하고 범죄경력 조회에서 이상이 없으면 등록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4·3단체로 구성된 4·3기념사업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보훈부는 박 대령에 대한 국가유공자 지정을 즉각 취소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그를 무공수훈자라는 이유만으로 국가유공자로 인정한 것은 수많은 희생자들의 억울한 죽음을 부정하는 행위"라며 "가해책임이 있는 인물을 국가유공자로 추앙하는 것은 희생자와 유족의 명예를 다시 한번 짓밟는 행위로 반인권적 행정행위"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이들은 "제주도는 최근 박진경 등 4·3 학살 주범 등에 대한 객관적인 안내판('진실의 비')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며 "제주도라도 4·3유족과 도민의 명예회복을 위해 신속하게 역사를 바로잡아 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제주도는 박 대령의 국가유공자 등록과 관련해 깊은 유감을 표명하며, 4·3의 진실과 희생자 명예가 훼손되지 않도록 사실에 기반한 역사 정립 작업을 이어갈 방침이다.
오영훈 지사는 "4·3의 진실은 특정한 시각이나 정치적 해석이 아니라, 국가가 확정한 공식 보고서와 수많은 연구의 축적 위에서 확인돼 왔다"며 "도는 사실에 근거한 설명을 통해 4·3의 역사적 진실을 성실히 알려 나갈 것"고 말했다.
도는 제주도, 4·3평화재단, 4·3희생자유족회의 명의로 '바로 세운 진실'이라는 제목의 안내판을 15일 박 대령 추도비 옆에 설치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박 대령과 4·3의 역사적 진실을 올바로 알리겠다는 입장이다.
안내판에는 1945년 8월 광복 이후의 상황과 1947년 3월 관덕정 경찰 발포 사건, 1948년 5월 제주에 부임한 박 대령의 40여 일간 행적 등을 '제주4·3진상조사보고서'를 근거로 안내판을 설치하게 된 취지 등이 담길 예정이다.
박 대령은 70여년 전 제주에서 수많은 양민들을 학살한 주범으로 1948년 4·3 당시 강경진압 작전을 전개해 양민 수천여명을 불법체포하라고 지시한 인물이다. 백금탁·부미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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