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름에 익숙한 현대인 모습
느림을 찾으려는 노력 중요
마음 다스리는 내면 성찰을
[인문·사회논술 우수작]
[논제 1]
송재용(오현고 1)
모든 제시문은 빠름과 느림에 대해 말한다. 즉, 각각의 글은 빠름 또는 느림에 대해 긍정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제시문 (가)와 (나)는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에 대해 긍정적이다. 즉, 빠름에 대해 긍정적 입장을 취한다. 제시문 (가)에서 '빨리빨리' 문화의 부정적 영향을 드러내면서도 장점이 더 큼을 부각한다. 뒤에 가서는 '빨리빨리' 문화의 '역동성'과 '조급성'이라는 두 가지 면을 제시하며, '빨리빨리' 문화가 한국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탐구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제시문 (나)는 우리나라의 '빨리빨리' 문화에 대한 외국인들의 긍정적 생각을 제시한다. 우리나라 '빨리빨리' 문화가 활력이라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빠름에 대해 긍정적으로 대한다.
제시문 (다), (라), (마)는 느림에 대해 긍정적이다. 제시문 (다)에서는 느림에 대한 새로운 사고를 제시한다. 느림은 슬기로움이나 너그러움의 한 형태라 하면서 긍정적 입장을 드러낸다. 제시문 (라)는 삶에서 일을 강요받지 않은 때의 장점을 제시한다. 즉, 삶에서 느림이 생길 때의 긍정적 영향을 드러낸다. 제시문 (마)는 느림을 가질 때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음을 시사해 긍정적 입장을 전개한다.
경쟁의 관점에서 양측의 의견을 바라보면, 제시문 (가)와 (나)는 경쟁이 빠름의 긍정적 영향이라 본다. 예를 들어 제시문 (가)에서는 '빨리빨리' 경쟁사회가 신분사회보다는 낫다며 경쟁에 대한 태도를 드러낸다. 반면에, 제시문 (다)와 (라)와 (마)는 느림이 인생의 소중함과 환희, 보지 못했던 작은 것들을 볼 수 있게 해준다는 사실을 제시한다. 이를 통해, 세 제시문은 경쟁에 대해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음을 추측할 수 있다.
[논제 2]
현대사회는 급변한다. 이에 따라 사람들도 빠름에 익숙하다. 즉, 모두가 빠름을 가지게 된다. 이럴 때일수록 그 사이에서 느림을 찾아내는 일이 중요하다.
'개인적 차원'이라 함은 현대사회에서 개개인의 모습을 뜻한다. 현대사회의 사람들은 여유를 잊고 살아간다. 자신의 목표를 위해 달려가기만 할 뿐 자신의 위치, 주변 사람들에 대한 사고는 없음에 가깝다. 현대인들의 부모 봉양 문제도 같은 맥락이다. 자신을 키워주신 부모를 보살펴 드리는 일을 꺼리는 행위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사회적 차원'에서 현대사회는 지나치게 외면 중시적이다. 사람들이 집착할수록 자신의 내면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은 줄어든다. 그 결과 사회는 물질만능주의, 외면 중시의 사회가 되었다.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부정적인 일이 많이 발생했다. 인간을 경시하게 되고, 서로에 대한 배려심이 부족해지고, 서로 속고 속이는 일들이 대표적 예이다.
'국가적 차원'에서도 물질만능주의와 주변 상황에 대한 무의식에 의한 문제가 발생한다. 물질만능주의로 인해 국가 내부에서는 부정부패가 일어난다. 부정부패는 국가의 경제와 안전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현대사회에서는 모든 국가가 많은 경제적 발전을 보이기에 그 틈에서 다른 국가가 찾지 못할 점을 찾아 개발하는 일이 중요하다. 하지만 주변 상황에 대한 무의식은 이러한 일이 불가능하게 만든다.
위에서 말한 모든 문제는 느림을 통한 여유에서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다. 개개인이 여유를 잃어 주위에 무관심한 일은 느림을 통해 사람들이 삶을 성찰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된다. 물질만능주의 풍조는 사람들이 느림을 통해 서로의 본질을 깨달음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 국가적으로 보지 못한 것을 보게 하는 일도 느림을 통한 여유로 해결가능하다.
느림을 통한 여유는 개개인에게 자신의 내면을 성찰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 사람에게 내면적 성찰은 중요하다. 자신의 마음을 다스릴 수 있다는 말과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세상의 많은 문제는 자신의 화와 욕망을 다스리지 못해 생기기에 느림은 세상의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느림의 미학을 통해 한층 포근해진 세상이 되길 바란다.
이번 회에 실린 원고는 지난 5월 26일 제주도교육청과 제주도논술면접연구회가 마련한 '톡톡튀는 논술학교' 고교 실전 모의논술 경시대회 우수 입상작과 심사평입니다.
[심사평] 명확한 기준에 따라 범주화하고 구체적 문제 진단 뒤 근거 제시를
도교육청에서 '톡톡 튀는 논술학교'를 운영해 온 지 어느새 7년째 접어들었다. 2012학년도 대입부터는 대입전형에서 수시모집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커지고, 그 중에서도 논술 중심 전형의 비율이 매우 높아지고 있는 만큼 논술고사를 대비한 체계적이고 실전적인 논술 지도가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올해부터는 교육수요자인 학생들의 요구에 더욱 밀착된 방식으로 '톡톡 튀는 논술학교'를 운영하기로 했다. 지금까지의 단일화된 방식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변화를 꾀했다.
지난해까지는 학생들이 지원하는 대학이 각각 달라도 단일한 논술 문제를 해결하도록 했으나, 올해부터는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출제하여 학생들의 지원 대학에 따라 논술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였다.
이번에 참가한 대부분의 학생들이 논제의 요구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진술하는 내용도 요구에 어긋나거나 불충분하게 담아내고 있다. 또한 논제의 요구를 파악하였다 하더라도 제시문을 바르게 독해하지 못하여, 적절하게 이용하지 못하거나 정확하게 분석적으로 평가하지 못하거나 그 핵심을 정확하게 간추려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제시문 독해 능력이 부족하여 제시문의 내용을 논거로 활용하거나 출제자의 의도대로 정확하게 분석하고 평가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또한, 논제의 요구대로 제시문을 전략적으로 독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 된다.
예를 들어서 제Ⅲ유형의 '논제 2'는 "우리가 한층 더 나은 삶을 위해 개인적, 사회적, 국가적 차원에서 현재의 문제를 진단하고, 그 문제의 해결 방안을 '논제 1'의 두 가지 입장 중 어느 한 가지 입장에 따라 논술하시오. (1000자 이내)"이다. 이 논제에서 '개인적, 사회적, 국가적 차원에서 현재의 문제를 진단'할 때 모든 학생들이 한꺼번에 통합적으로 두루뭉술하게 문제를 밝히거나, 세 가지 차원으로 구분하여 문제를 진단하더라도 막연하게 자신이 알고 있거나 언론 등에 많이 언급된 문제들을 나열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것은, 어떤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 방안을 제시할 때는 명확한 기준에 따라 범주화하고 그 범주에 해당하는 구체적인 문제들을 진단하고 타당한 논거나 사례들을 제시하면서 해결 방안을 밝혀줘야 한다는 것이다. 위의 논제에서 그 기준은 '논제 1'의 두 가지 입장 중 어느 한 가지 입장에 따르라는 조건에 입각해서 논술자가 설정해야 한다. '논제 1'에서는 개인의 삶이나 우리 사회에서 '빠름'의 긍정적 측면과 '느림'의 긍정적 측면의 두 가지 입장을 요약·정리하도록 하였다. 그러므로 논술자는 가장 먼저 '빠름'의 긍정적 측면에서 논술할 것인지 '느림'의 긍정적 측면에서 논술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이것이 기준을 정하는 일이다.
그 다음에는 범주화해야 한다. 만약에 '느림'의 긍정적 측면에서 논술하고자 한다면 '빠름'의 방식에 의해 나타날 수 있는 개인적, 사회적, 국가적 차원의 문제를 파악하여 제시하면 된다. 이렇게 범주화가 이루어지면 현재의 문제 진단도 더욱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다음 타당한 논거나 사례들을 활용하여 각각의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제시하면 되는 것이다.
우수 답안 입상자로 선정된 학생들의 답안도 사고력과 논리적 표현력이 부족한 면이 드러나고 독해 능력이 불충실하다는 점이 보인다. 다만 상대적으로 논제의 요구를 다른 학생들보다 조금 더 잘 파악하였고, 그 의도에 맞춰 논술해야 할 화제[요소]를 체계적으로 배열했다는 점이 뛰어나다. 이는 형식면에서 자신의 견해를 논리적으로 조직하고 체계적으로 배열은 하였으나, 내용면으로는 논제의 요구에 맞춰서 적절한 논거나 자료를 활용하여 주장을 펼쳐나가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Ⅲ유형에 입상한 송재용 학생은 [논제 2]를 진술한 부분에서 간결한 문장을 사용하고 자연스럽게 문장을 이어가는 솜씨가 뛰어나다. 이러한 장점을 살리고 실전논술능력을 향상시킨다면 논술고사를 자신 있게 치를 수 있을 것이다. 계속 분발하기를 바란다.
<강영선·제주중앙여고 교사·톡톡튀는 논술학교 운영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