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서쪽으로 일주도로를 따라가면 만나는 한림읍 금능리와 협재리에는 전통 고기잡이 방식인 원담의 원형이 비교적 잘 보존돼 있다. 또 이를 활용한 원담축제도 매년 열고 있다. /사진=강경민기자
다른 지역보다 원형 잘 보존된 원담 활용 주목원담 안에서 동남아 연안 종 해포리고기 관찰
제주시에서 서쪽 일주도로를 따라 35㎞ 지점에 위치한 한림읍 금능리·협재리 조간대는 하얀 모래와 까만색의 빌레용암으로 이뤄져 있다.
제주도 서부지역을 대표하는 협재해변과 인접해 있는 금능해변은 에메랄드 빛 바다가 인상적이다. 눈 앞에 있는 비양도 전경과 어우러진 풍경은 한폭의 그림을 보는 듯한 느낌을 전해준다.
협재와 금능해변 사이에는 해안선을 따라 높은 모래언덕인 사구층이 해안선과 평행하게 잘 발달돼 있다. 협재의 해안사구층의 높이는 2~5m로 매우 높고 약 300여m 길이로 발달돼 있다. 이 곳 금능·협재 해변의 모래는 조개껍질로 돼 있다.
강순석 자문위원(제주지질연구소장)은 "협재해변과 금능해변의 해안선에는 파호에호에 용암류의 투물러스가 잘 발달되어 있고 투물러스 표면에는 거북등과 같은 주상절리가 뚜렷하다. 또 사구층에는 현생 조개껍데기들이 많이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조개껍질로 된 하얀 모래가 쌓여 있는 금능·협재 해변은 수심은 낮고 해변 주변에는 무성한 소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다. 금능해변 일대는 넓은 황무지 모래 벌판이었다. 북서계절풍에 의해 해마다 농토가 모래로 덮여 피해가 막대했다.
이에 따라 주민들은 조림공사를 시작했다. 1954년 3월 협재리, 금능리 지구별로 착공해 해마다 3월에서 5월까지 6년간에 걸쳐 이 일대 280ha에 1960년 5월 해변 조림공사를 완공했다.
이 곳에서 만난 70대 지역주민은 "당시 어린나무를 심기 위해서 모래 구덩이를 파서 흙은 넣고 억새로 바람막이를 만들어 어린나무들이 뿌리를 내릴 때까지 보호했다"고 회상했다.
금능 해변 서쪽 조간대에는 원형이 잘 보존된 원담이 자리를 잡고 있다.
다른 지역과 달리 이 곳 원담의 원형이 잘 보존될 수 있었던 것은 지난 40여년동안 원담을 관리해 온 이방익 할아버지(79)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군대를 제대한 후 27세 때부터 원담을 관리해 오고 있다.
이 곳 원담에서는 장마철과 음력 9, 10월에 멜이 가장 잘 잡힌다. 그물로 잡는 것보다 품질이 좋아 지금도 다른지역에서 멜을 사러 오기도 한다.
▲금능리 원담 안에서 잡은 보말, 바닷게(사진 위쪽)와 멜(아래쪽).
탐사에 통행한 진관훈 자문위원은 "이 곳에는 모두 5개의 원담이 있었다는 기록이 있는데 지금은 '모르원'과 '소원' 등 2개의 원담을 이용해 고기를 잡고 있다"면서 "매년 원담축제를 개최해 원담이 전해주는 마을공동체 문화와 사라져가는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대표적인 지역"이라고 말했다.
지난 8월 4~5일까지 원담축제가 열렸다. 원담축제의 백미는 맨손으로 활어잡기. 돌로 쌓인 원담안의 물이 빠지고 고기들이 도망치지 못할 정도의 수위가 되었을 때 400여마리의 활어를 원담안에 풀어 놓는다. 참가자들은 활어를 잡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잡은 고기를 즉석에서 먹는 맛은 일품이다.
'모르원' 하부 조간대에는 바닷게들의 천국이다. 모래와 크고 작은 돌멩이로 이뤄져 있는 조간대는 게들이 서식 하는데 좋은 환경을 제공해 주고 있다.
이 곳에서 만난 70대 할머니는 "깅이(게)를 잡아서 죽을 만들어 나도 먹고 손자들도 줄 것이다. 깅이는 소금물로 씻은 후 잘게 부숴 걸러내고 물에 건져낸 쌀을 참기름에 볶다가 게국물을 부어 잘 저으면서 끓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 곳 원담 안에도 기후변화에 따른 아열대종 물고기 유입이 이뤄지고 있다. 원담 안에는 동남아지역에서 살고 있는 해포리고기가 관찰됐다. 탐사에 동행한 조성환 자문위원(연안생태기술연구소장)은 "해포리고기는 태국 등 동남아시아 연안에 있는 종이다. 제주에서는 서귀포시 섶섬, 문섬 주변에서 관찰이 됐다"고 말했다.
이 날 탐사를 마칠 즈음 비양도 뒤편 수평선 위로는 붉은 석양이 지고 있었다.
/강시영·고대로·강경민·이효형기자
"군 제대후 허물어진 원담 복원"
40년 마을 원담지기 이방익 할아버지
"옛날에는 이 곳 원담에서 멜을 잡아서 젓갈도 담그고 남은 것은 밭에 거름으로 쓰기도 했다. 지금도 멜을 잡아 나누어 먹는데 옛날만큼 잘 잡히지가 않는다."
지난달 15일 제주시 한림읍 금능리 원담에서 만난 이방익 할아버지(79·사진)는 군대를 제대한 후 27세부터 40여년동안 이 곳 원담을 관리해 오고 있다.
"군대에 갔다와 보니까 원담이 있었던 곳이 다 빌레로 변해 있었다. 그래도 내가 눈썰미가 있어 허물어진 원담을 생각해 내 그대로 쌓았고 지금까지 40년이 넘도록 관리를 해오고 있다."
또 "옛날에는 한 해는 윗마을에서 원담을 관리하고, 다음해에는 아랫마을에서 관리를 했고 멜을 잡으면 서로 같이 나누어 먹었다"면서 "갈수록 우리의 전통문화가 사라져가는 것이 아쉽다"고 전했다.
이 곳 원담에서 잡히는 멜은 그물로 잡는 멜보다 인기가 있다. "이 곳의 멜은 젓갈을 담가 몇 년간 놓아두어도 원형이 없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이 곳에서 멜을 사고 가서 젓갈을 담갔던 사람들은 다시 전화가 온다. 요새 멜이 안들어 왔냐고 그러면 나는 앞으로 들 거라고 말한다"고 했다.
이 할아버지는 지금도 원담을 찾아오는 어린이들의 체험을 도와주면서 원담이 지닌 역사적·문화적 가치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