公社·재단 만들어 자연유산 보전·자원화 발벗고 나서

公社·재단 만들어 자연유산 보전·자원화 발벗고 나서
[트리플크라운10년 세계의 보물섬으로/제2부 세계자연유산]
(3)일본의 세계유산
  • 입력 : 2012. 08.22(수) 00:00
  • 강시영 기자 syka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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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레토코는 오호츠크해와 맞닿은 단애 절벽이 이어지는 해안과 천연 숲, 호수, 초원, 야생동물, 유빙 등이 한데 어우러진 특이한 생태계가 세계자연유산으로 높이 평가되고 있다. /사진=한라일보 DB

아오모리 세계자연유산지구 '시라카미공사' 설립
대중온천욕장·특산물직판장·체험농업 등 위탁운영
홋카이도 세계자연유산지구 '시레토코재단' 발족
해설사 양성·조사연구·교육연수 등 싱크탱크 역할

제주특별자치도는 2020년 제주를 세계자연유산의 선진지로 도약시키기 위한 향후 추진계획을 담은 토털 로드맵으로 3개 전략목표와 10대 선도사업, 50개 세부사업을 밝힌 바 있다.

10대 선도사업은 ▷한라산천연보호구역 관리 ▷한라산 체험 트레일 조성 ▷비공개 동굴 개방 ▷비공개동굴의 간접체험 ▷성산일출봉 야간관광 활성화 ▷성산일출봉 주차장 이전 및 재정비 ▷세계자연유산센터 건립 ▷교육 및 해설시스템 구축 ▷제주 세계자연유산 재단 등이다. 이 가운데 비공개동굴의 간접체험, 성산일출봉 주차장 이전, 야간관광 활성화, 세계자연유산 재단 설립 등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세계자연유산 재단은 자연유산의 관리 및 사업 운영의 전문성 확보를 위한 핵심사업이지만 논의조차 없는 상태다.

세 곳의 세계자연유산을 둔 일본의 사례는 주목할 만 하다. 남부 야쿠시마, 북부 시라카미 산지, 그리고 홋카이도의 시레토코반도가 일본이 자랑하는 세계자연유산이다. 일본의 세계자연유산지구는 등재 이전과 이후 주민과 지자체, 정부의 지원과 협력 속에 보존관리되고 있으며 지역의 소득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 아오모리 시라카미 산지

일본국 동북지방의 아오모리현(靑森縣)은 제주도 면적의 약 5.2배, 인구는 2.5배 규모로 관광 서비스업과 농수산업을 주력산업으로 한다. 너도밤나무 산지이면서 원시림을 자랑하는 '시라카미 산지'라는 세계자연유산지구의 이점을 살려 연간 관광객이 1400만명에 달하는 관광도시이기도 하다. 온천과 벚꽃이 유명하며, 일본 내 풍력발전 생산량 2위를 차지할 정도로 에너지정책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지역이다.

제주와 아오모리는 세계자연유산지구라는 동질성에 이끌려 자매결연한 이후 지난해말 우호협력도시로 관계를 발전시켜 나갔다. 두 지역간 교류와 협력은 도쿄, 오사카, 후쿠오카 등 일본 중남부에 머무르던 교류를 북부로 확대하는 상징성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제7회 제주포럼에 초청받은 미무라 신고(三村申吾) 지사는 아오모리 사과브랜드의 세계화 전략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지방의 세계화를 다룬 이른바 '지세화'(Locbalization)세션에서 아오모리의 1차 산업과 3차 산업의 연계를 통한 세계화 전략의 성공사례를 얘기했다.

▲시라카미 산지 내 폭포.

시라카미 산지(Shirakami Mountains, 白神山地)는 일본의 북동부 아오모리(靑森) 현의 남서부, 아키타(秋田) 현의 북동부 등 두 개의 현 13만ha에 이르는 산악지대의 총칭. 세계유산위원회는 1993년 12월 이곳을 일본에서는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시켰다.

시라카미 산지는 주민 주도의 보호와 활용사례가 돋보인다. 그 사례를 '시라카미공사(公社)'에서 엿볼 수 있다. 시라카미공사는 시라카미 산치의 최일선 자치조직인 니시메야(西目屋)가 세계자연유산 등재 1년 후인 지난 1994년 10월 1000만엔을 전액 출자해 설립한 재단법인이다.

이 공사는 아오모리현과 히로사키시의 지원시설인 대중온천욕장과 숙박시설, 특산물직판장, 체험농업, 관광안내센터 등을 위탁운영하는 형태로, 주민주도로 운영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직판장의 경우 지역특산물의 약 80%가 공사를 통해 출하되고 있다. 공사 직원 80명(정규 20명) 중 현지 주민이 60여명에 이른다. 시라카미공사는 시라카미 산지가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이후 주민 주도로 유산지구를 경제적으로 효과를 극대화시키려는 사례다.

# 홋카이도 시레토코

홋카이도의 시레토코는 일본의 마지막 비경이라고 불린다. 홋카이도의 선주민족인 옛 아이누 사람들이 '대지가 끝나는 곳'이라는 뜻으로 시레토코라 했다. 오호츠크해와 맞닿은 단애 절벽이 이어지는 해안과 천연 숲, 호수, 초원, 야생동물, 유빙 등이 한데 어우러진 특이한 생태계가 세계자연유산으로 높이 평가됐다.

시레토코는 다양한 먹거리와 경관 외에도 대자연을 즐길 수 있는 체험관광 등 다양한 이벤트가 방문객들을 유혹한다. 연어와 송어들이 산란을 위해 강과 하천을 거슬러 올라가는 이색 풍경을 활용, 매년 9~11월에 '연어·송어 자연산란 관찰회'가 마련된다. 시레토코 반야마쯔리는 어부가 직송하는 신선한 해산물을 숯불로 구워먹는 축제로, 시레토코의 먹거리를 즐길 수 있다. '오로라 판타지'는 시레토코의 밤하늘을 레이저 광선으로 오로라 칼라 빛으로 물들이는 환상적인 이벤트로, 매년 2월초부터 한달여간 계속된다. 성산일출봉 야간관광의 아이디어도 시레토코의 '오로라 판타지'에서 비롯됐다. 시레토코의 유빙걷기도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묘미다. 시레토코의 관광은 자연환경을 철저히 지켜나가면서 지역의 명물과 먹거리를 제공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시레토코가 준비된 유산이라는 사실은 '1인당 100㎡ 갖기 운동'과 기부운동에 이은 시레토코재단 설립·운영사례에서 돋보인다. '1인당 100㎡ 갖기운동'은 일본판 내셔널트러스트 사례 중에서도 첫 손가락에 꼽는다. 이 운동에는 4만9000여명이 참가했으며 기부액도 5억2000만엔에 달했다. 이 기부금으로 취득한 토지는 459ha에 이르렀으며 주민들이 보호하려던 땅의 98% 가량을 사들일 수 있었다고 한다. 제주 곶자왈공유화사업이 한계에 부딪히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시레토코재단이다. '1인당 100㎡ 갖기운동과 8000엔 기부운동'은 시레토코재단을 발족시키는 기폭제가 됐다. 1988년에 설립된 시레토코재단은 지역 관할 지자체인 샤리초가 3000만엔을 출자해 만든 법인이다. 세계자연유산 등재 이듬해인 2006년에는 인근 지자체인 라우스초(羅臼町)도 출자에 가세함으로써 재단의 위상과 역할도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이 재단의 20여명 중 행정기관에서 파견한 공무원은 극소수이며 나머지는 전문인력이다. 시레토코의 자연해설, 조사연구, 교육연수는 물론 국립공원 관리프로그램, 삼림재생, 환경성의 위탁사업에 이르기까지 시레토코 세계자연유산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고 있다.

시레토코재단도 일본 전국 각지에서 답지한 종신·개인·단체 회원들의 기부금이 재단 운영에 활력소가 되고 있음은 물론 버팀목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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