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은 썩은 쥐, 그것을 탐하는 자 올빼미

권력은 썩은 쥐, 그것을 탐하는 자 올빼미
새로 쓰는 장자 2·3 '평범하라…'·'초월하라…'
  • 입력 : 2012. 09.14(금) 00:00
  • 표성준 기자 sjpy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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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나라 왕이 병이 나서 의원을 부르면, 종기를 따서 고름을 빼내주는 자에게는 수레 한 대를 주고, 치질을 핥아서 고쳐주는 자에게는 수레 다섯 대를 준다더군. 치료하는 데가 더러우면 더러울수록 주어지는 수레가 더 많다는 거야. 자네는 치질을 얼마나 고쳐주었기에 그렇게 많은 수레를 받은 건가? 더러우니 당장 꺼져버리게."

바야흐로 직설과 풍자가 대세인 세상이니 이쯤은 돼야 풍자라 할 수 있다. 신문과 방송, 인터넷까지 어디에나 현실에 대한 일침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이들이 주 대상으로 삼는 것은 정치여서 때론 이래도 될까 싶을 정도의 과격한 대사를 뱉어내기도 한다. 과거의 풍자가 돌려 말하는 데에서 오는 은밀한 미소를 추구했다면 오늘날의 풍자는 다 함께 폭로하는 데서 오는 호탕한 웃음을 추구한다. 어떤 이는 이를 세대 변화의 한 징조로 받아들여 심각하게 분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지금부터 2000여 년 전, 고대 중국에는 오늘날 '나꼼수'에 등장해도 손색이 없을 만한 장자가 있었다. 그는 제도권 모두에 저항했던 초월의 사상가였으며, 도시 속에서 살아가는 가난한 철학을 추구하는 생활인이기도 했다. 그가 살던 시기는 혼란기로 도처에서 전쟁이 일어나던 전국시대였다. 자고 일어나면 통치자가 바뀌고, 민초들의 생명이 오락가락하는 동안 그는 그날 그날의 끼니를 걱정하며 자신만의 철학을 부르짖고 또 부르짖었다. 그런 그의 철학에는 다음날을 기약하기 힘든 평민이 아니면 말할 수 없는 시대의 모습과 아픔이 담겨 있다.

많은 이들이 오해하고 있듯이 장자의 철학은 가벼운 아폴리즘이나 난세의 처세법 같은 얄팍한 사상에 머무는 것이 아니었다. 하물며 그는 우리가 흔히 인용하는 것처럼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말을 강조하는 소위 '속세를 떠난 신선 같은' 철학자도 아니었다. 철학자이기 전에 문명사회 속을 살아가던 생활인이었으며, 자연으로 돌아가 침묵하기보다는 거침없는 일갈로 모든 것을 초월하려 했던 당대의 지식인이었다.

장자는 복잡한 철학적 개념이나 용어 따위를 사용하지 않는다. 이웃집 아저씨가 이야기를 들려주듯, 할아버지가 옛날이야기를 꺼내듯 우화 한 토막을 들려주는 식이다. 저자는 장자가 당대의 현실을 당시 사람들에게 들려주기 위해 사용한 우화를 통해 장자 철학과의 만남을 시도한다. '장자의 우화'와 '2000년대의 한국'을 씨줄과 날줄 삼아 쓴 장자 사상의 2000년대 한국판이면서 장자 내·외·잡편 전 3권을 아우르는 고품격의 산문이기도 하다. 차경남 지음. 미다스북스. 각권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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