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路 떠나다]제주시 절물휴양림 '생이소리질'

[길 路 떠나다]제주시 절물휴양림 '생이소리질'
사람, 나무, 새 소리 도란도란 어우러지는 길 함께 걸을까요?
  • 입력 : 2012. 10.19(금) 00:00
  • 문미숙 기자 m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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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절물자연휴양림 안에 있는 '생이소리질'은 왕복 3.6㎞의 모든 구간이 데크길로 만들어져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절물오름 둘레의 울창한 활엽수림 속에서 지저귀는 새소리를 들으며 걸을 수 있는 길이다. /사진=문미숙기자

전구간 계단없는 데크길로 구에게나 부담없는 코스
단풍나무도 곳곳에 많아…이번 주말쯤부터 장관 이룰듯

절정의 가을로 치닫는 10월이다. 짙푸른 잎이 무성하던 중산간의 나뭇가지에도 하나 둘 빨갛고 노란 물감이 살포시 내려앉기 시작했다.

걷기에 대해 부쩍 높아진 우리네 관심 덕분에 곳곳에 만들어진 길이 지천이다. 걷는 데 계절을 따질 이유는 없지만 선선한 가을바람을 맞으면서 가족과 부담없이 걷기 좋은 길을 찾다 제주시 봉개동 절물자연휴양림 안에 있는 '생이소리질(새소리길)'을 소개한다. 휴양림 안에는 수령이 50년이 넘는 삼나무가 울창한 '삼울길'과 흙길을 걸을 수 있는 '장생의 숲길'이 익히 잘 알려져 있지만 노약자나 장애인도 함께 걸을 수 있는 길을 꼽는다면 생이소리질이 제격이다.

일상의 시름은 잠시 접어두고 가뿐한 발걸음을 옮기면서 맑은 공기와 숲향기를 만끽하고 휴식과 명상의 시간을 갖노라면 행복은 자연스럽게 충전될 것 같은 길이 생이소리질이다. 생이소리질은 절물오름 둘레의 자연림을 아름다운 새소리를 들으며 걷는 길이라는 뜻을 담아 제주방언으로 붙여진 이름이다.

생이소리질의 출발점은 휴양림 정문 왼쪽으로 들어서 5분 남짓이면 닿는다. 경사가 완만한 울창한 활엽수림 사이로 전 구간에 걸쳐 계단이 없는 목재데크가 탐방객을 맞는다.

걷는동안 나무, 새 소리를 친구삼아 걷는 현장학습 나온 장애인 아이들, 나란히 걷는 노부부의 뒷모습이 정겹다. 한 둘이 걷기에 딱 적당한 폭으로 만들어진 데크길은 저마다의 체력에 맞춰 적당한 속도로 걸으면 된다.

데크길을 걷는 건 사람 발자국만이 아니다. 길 한가운데 용감하게 버티고 선 나무들을 곳곳에서 만나게 된다. 길을 만들면서 자연을 최대한 거스르지 않고 만든 흔적이다. 울창한 나무숲이 이따금 틈을 내어준 곳에서는 하늘이 열리기도 한다.

쉬엄쉬엄 걸어도 1시간 30분이면 충분한 길이지만 걷다가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전망대도 있어 오름 중턱의 풍광도 감상할 수도 있다.

현재 길의 일부 구간만 개통돼 갔던 길을 되돌아오는 코스로 총 길이는 왕복 3.6㎞다. 내년까지는 전 구간이 개통돼 편도 3.2㎞의 숲길 탄생을 앞두고 있다고 이창흡 절물생태관리사무소장은 설명한다..

생이소리질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얽힌 일화로도 유명하다. 2009년 8월 제주 방문 당시 777m의 생이소리질을 걸었던 반 총장은 "아름다운 숲길과 산책코스가 너무 좋은데 길이가 너무 짧아 아쉬움이 남는다"며 산책로 길이를 더 늘렸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에 절물생태관리사무소는 기존 생이소리질을 절물오름을 우회하는 나무데크길 조성을 계획하고 길이를 늘렸다.

생이소리질에선 평소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다양한 나무를 만나는 재미도 쏠쏠하다. 윤노리나무, 까마귀베개, 까치박달, 왕쥐똥나무, 팥배나무, 곰의 말채, 합다리나무, 박쥐나무 등 나무마다 이름표가 붙어있다. 나무에 대한 정보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직원들이 손수 제작해 단 나무 이름표에 있는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찍으면 나무 정보를 알 수 있다.

생이소리질은 울창한 천연림을 이루고 있어 산림욕에도 그만이다. 산림욕은 초여름에서 가을 사이 맑고 바람이 적은 날 피톤치드 발산량이 가장 많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 사이가 좋다. 심신이 맑아지면서 안정되고, 심폐기능 강화로 기관지 천식 등에도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생이소리질에는 단풍나무도 제법 있어 이번 주말쯤부터는 서서히 붉은 단풍 물결이 시작될 전망이다. 문의 721-7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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