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路 떠나다]제주시 '숫모르편백숲길'

[길 路 떠나다]제주시 '숫모르편백숲길'
느림의 미학으로 숲길과 호흡하니 몸도 마음도 힐링~
  • 입력 : 2012. 12.21(금) 00:00
  • 문미숙 기자 ms@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숫모르편백숲길의 백미로 꼽히는 편백나무숲길은 셋개오리오름을 지나자마자 시작돼 500m쯤 이어지는데 산림욕장으로 그만이다. 문미숙기자

한라생태숲~절물휴양림 잇는 산림생태문화길
숲길 중간쯤에서 만나는 '편백나무숲길’ 백미


'숫모르편백숲길' 탐방을 위해 제주시 5·16도로변의 한라생태숲을 찾은 날, 그 곳은 도심과는 사뭇 다른 풍경으로 기자를 맞았다. 해발 600m의 숲은 겨울 초입의 강추위와 함께 내린 눈이 소복하게 쌓여 은백의 설원을 펼쳐놓고 있었다.

11월 선보인 숫모르편백숲길은 한라생태숲에서 절물자연휴양림을 연결하는 산림생태문화 숲길이다. 숲길 안에 있는 숫모르숲길과 개오리오름의 30㏊에 이르는 편백나무림의 특징을 살려서 붙인 이름이다. 8㎞의 숲길은 한라생태숲~셋개오리오름~편백나무숲~삼나무숲~절물휴양림 노루생태관찰원으로 이어진다.

숲길의 출발점인 한라생태숲내 숫모르숲길은 숯을 굽던 동산을 뜻하는 짧은 길이다. 한 사람이 걷기에 딱 좋을만한 좁다란 길은 편안한 탐방을 위해 야자수매트를 깔아 만들었는데 눈속에 파묻혀, 앞서간 탐방객의 발자국이 탐방로임을 알려준다.

▲숲길의 백미로 꼽히는 편백나무숲길. 하얀 눈이 쌓인 숲길이 더욱 운치가 있다.

발 밑에서 사걱거리는 눈소리와 함께 걷는 숲길에는 며칠째 변덕스럽던 날씨가 저만치 물러서고 오랜만에 따스한 햇살이 내려앉는다. 거기다 바람 한 점 없는 눈쌓인 원시림을 걷는 행복감이 밀려든다.

꼬불꼬불한 산길과 간간이 놓인 나무계단을 따라 2㎞ 남짓 걷자 한라생태숲을 벗어나고 있다는 안내판이 나온다.

그리고 삼삼오오 자연을 만끽하는 일행들이 눈에 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건넨다. 자연속에서 저마다의 속도로 걷다 발걸음이 무거워지면 어디서든 잠시 걸음을 멈추고 준비해온 따뜻한 차를 나눈다. 그리고 그 길에서 처음 만난 이들에게도 주저없이 차 한 잔의 여유를 권한다. 복잡한 일상을 잠시 접어두고 같은 자연속을 걷고 있다는 공통분모 속에서 탐방객들은 그렇게 주저없이 친구가 된다.

3㎞쯤 걸었을까? '셋개오리오름'으로 접어든다. 해발 658m의 원추형 모양의 오름은 개오리(가오리)처럼 생겼다는 데서 유래했다. '견월악'으로도 부르는 개오리오름은 복합형 화산체로, 세 개의 오름으로 이뤄졌다. 오름 주봉은 송신탑이 서 있는 743m의 오름이고, 오름 가운데가 셋개오리다. 북쪽에 서향으로 벌어진 말굽형 화구를 가진 오름이 664m의 족은개오리오름이다.

▲숲길의 마지막 지점에 있는 노루생태관찰원에서는 노루먹이주기 체험을 할 수 있다.

계단을 따라걷는 셋개오리오름은 경사가 점차 급해지고 호흡도 가빠진다. 그렇게 조금 힘에 부친다 싶을 즈음이면 어느새 정상이다.

셋개오리오름 정상 부근부터는 탐방객들이 숲길의 백미로 꼽는다는 편백나무숲길이다. 500m 이상 이어지는 편백나무숲은 피톤치드를 맘껏 들이마실 수 있는 최고의 산림욕장이다. 그 길에선 누구나 느림의 미학을 맘껏 누려도 좋으리라. 편백나무숲은 1970년대 산림녹화사업으로 조림됐다.

편백나무숲길을 벗어나면 삼나무숲길이다. 편백나무숲과 삼나무숲에선 탐방객을 위한 나무의자도 곳곳에 놓여 있다. 덕분에 잠시 걸음을 멈추고 피톤치드 가득한 숲의 향기를 맘껏 들이마시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삼나무숲길을 벗어날 즈음 장생의 숲길 입구와 출구, 노루생태관찰원, 휴양림 매표소 갈림길인 임도4거리에 닿는다. 1.4㎞의 장생의숲길 구간을 지난 휴양림 북쪽 경계지점에 있는 진물굼부리오름을 지나면 노루생태관찰원이다. 노루가 뛰노는 광경에다 직접 먹이주기 체험은 덤이다.

이 날 숲길 탐방에 동행한 이창흡 절물생태관리사무소장은 "한라생태숲과 절물자연휴양림을 연결시킨 산림문화체험길인 숫모르편백숲길은 오름, 편백나무길, 삼나무길을 다양하게 만날 수 있어 탐방객들에게 인기"라고 말했다.

숫모르편백숲길은 한라생태숲이나 절물휴양림 어느 곳에서나 출발할 수 있다. 하지만 출발점으로 되돌아갈 게 아니라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한라생태숲에서 출발하려면 5·16도로, 절물휴양림에서 출발하려면 제주시 공영버스 1번을 이용하면 된다. 문의 절물자연휴양림 721-7421, 한라생태숲 710-8688.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4883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